[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트럼프의 미국과 新냉전...미국의 주도권에 저항하고 있는‘현상변경세력’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트럼프의 미국과 新냉전...미국의 주도권에 저항하고 있는‘현상변경세력’
  • 미래한국
  • 승인 2019.09.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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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2019년 미국연구센터 연례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아시아 질서가 이전과는 다른 ‘판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혀 전선이 형성되는 한반도에는 100년 전에도 그랬듯이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이 적용되고 있다.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연례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의 한미동맹편에 이어 중러일과 EU관계편을 발췌 소개한다.(편집자 주)

미·러 간에 신냉전시대의 도래. 미국은 러시아의 미사일 개발을 비난하면서 INF조약을 파기한 후 16일 만에 지상발사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
미·러 간에 신냉전시대의 도래. 미국은 러시아의 미사일 개발을 비난하면서 INF조약을 파기한 후 16일 만에 지상발사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장기 기획과 동향은 지난 2018년 출간한 국방전략보고서(National Defense Strategy)와 2017년 발간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거론되었다.

이 보고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국가안보위협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주도권에 저항하고 있는 현상변경세력(revisionist power)들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표적인 위협 국가들로 지명되어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장기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지속적인 투자를 기획 중인 것으로 밝혔다.

둘째는 국제적 불안을 증진시키는 적대적 정권들(rogue regimes)인데 이란과 북한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다 넓은 시점에서 검토했을 때 이러한 정책 기조는 지난 2001년 이후 최대 안보위협을 테러로 지명했던 미국의 안보전략과는 달리 2018년을 전환점으로 신냉전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현상변경세력과 적대적 정권들의 안보위협에 대응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안보 구축 네트워크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중 관계의 민감성 또한 인정하고 있어 당분간은 지역 주변 국가들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인도와 함께 다양한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봐가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유럽 관계-쇠퇴 국면 진입

예상대로 지난 2년간 미국과 유럽의 범대서양 관계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새로운 무역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나토(NATO)국가들의 최소 국방지출을 현 GDP 대비 2.0%에서 4.0%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유럽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그리고 자동차 관세를 부과시키지 않는 대신 유럽이 미국의 LNG와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리고 미·유럽 무역협상을 적극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를 무시하고 미국은 유럽을 압박하고 있으며 유럽은 새로운 보복 관세를 부분적으로 적용했거나 준비 중이다. 29개의 나토 회원국가들 중 8개 국가의 국방지출이 2018년까지 2% 이상일 것을 공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일부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대신 할 수 있는 자체적인 유럽군을 창설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미·유럽의 범대서양 관계가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향후 2년 동안 같은 궤도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장기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살펴봤을 때 미중관계는 대립 구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18년 이후 군사적인 조치(예: 남중국해 항행 및 상공 비행 자유 작전)와 일방적인 관세 인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을 놀라게 한 사건은 2018년 7월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관해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이다. 중국은 2018년 8월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그리고 수산물 등에 대해 16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1년간 두 국가는 보복 관세 외에도 각가지 규제를 통해 상대 기업을 압박했고 이로 인해 미중관계는 대립 구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최근 미중 무역 협상 타결이 예고되었지만 결국엔 양국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인상을 단행했고 중국도 최고 25% 관세 인상으로 맞대응하며 무역전쟁에 불이 붙었다.
 

홍콩 시민이 던진 오물로 더럽혀진 홍콩 중국연락사무소 중국 문장. 홍콩 시위는 미중 간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 시민이 던진 오물로 더럽혀진 홍콩 중국연락사무소 중국 문장. 홍콩 시위는 미중 간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관계-화해는 먼 길

중국에 관한 의회의 입장은 초당파적이다.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몇몇 지역 소속의원들을 제외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대부분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수나 진보 성향 싱크탱크들이나 언론도 이러한 내러티브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관계는 선거공약의 핵심적인 이슈였고 정치전문가들은 중국에 관한 이슈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워싱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특별한 사안이나 중국 정부의 반응에 따라 임시적이나 부분적으로 미중 간의 협력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국가는 아태지역질서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시진핑의 ‘중국몽’과 일대일로가 있다면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냉전 이후 지역 국가들에 새로운 선택을 제시한다.

한국으로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8년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26.8%로 대만 다음으로 높았고 미국에 대한 수출 또한 12.1%에 이른다. 업종별로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부품과 철강 그리고 화학제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역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국내기업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 미국 정부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외교를 추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역정책에 있어 행정부의 역할이 핵심적이지만 의회도 이 문제에 있어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단독적으로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의회를 움직이려는 노력 또한 의미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 더 많은 무역협상을 추진하는 방안도 있고 기존 무역협정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추진해볼 만하다.
 

미일관계-쉽지만은 않다

안보 사안에 있어 한국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동맹관계에 쉽게 풀리지 않는 여러 사안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내부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관계는 유지되어 왔다. 즉 한미동맹 관계에 있어 단기적인 도전보다 장기적인 가치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장기적 평가를 통해 단기적인 조치를 고민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장기적인 기획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일관계는 미-유럽 관계와 다를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아베 신조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는 좋아 보이지만 일본은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를 받지 못했고 무역확정법 232조와 관련된 자동차 관세 인상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 미국은 한국과 협상을 마친 뒤 2020년에 돌아올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일본에도 같은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일본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본은 다차원적인 외교를 활용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외교적인 면에서 이러한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 방향은 향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하반기는 내부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커다란 정책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외정책은 다르다. 헌법상으로 외교정책의 주도적 권한은 행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외 성과를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각각 새로운 무역 협상과 안보 합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란과 북한을 상대로 강한 압박과 관여를 이용해 새로운 핵 협상을 추진 중이다.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자원과 나은 무역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주변 이웃국가들은 미국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헤징(hedging)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북한과 동맹 문제는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남북협력을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맞출 것인지 아니면 한미공조를 깨고 남북협력을 중심으로 미북협상에 원동력을 일으킬지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은 북한이 과거에 이러한 협상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맺은 조약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 동맹 관리 차원에서는 미국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다른 동맹국들이 선택한 전략을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기반을 한 다자무역체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리스크와 중동에서 문제로 떠오르는 이란과 미국의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 두 변수가 한국의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러 관계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미러 관계가 군비 확장 경쟁으로 전개된다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더불어 동북아 지역의 안보 환경은 역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기존에 유지하고 있는 관계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러시아-대립 모드 뚜렷

마지막으로 한국은 다자체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국가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국가들이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기회들과 위험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가이익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처럼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좋게 평가한다. 하지만 양국 사이의 행보를 살펴보면 미러 관계는 미중 관계와 다름없이 대립 모드로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관여했다는 의혹,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의 군사적 관여 등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영향력을 쇠퇴하려는 노력에 앞장서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해 지난 2017년 4월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해 공습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하는 동안 언급한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다른 지역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를 멈추고 시리아와 이란을 포함한 적대적 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러 관계가 최악의 경우에 도달한 것은 2018년 2월 7일이었다.

미군이 동부 시리아 지역에 시행한 공습과 포격으로 인해 약 100명 정도의 사상자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러시아 국적 용병들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또한 미국은 지난 2019년 2월 중거리 핵전력 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의 이행을 중단하고 러시아의 조약 미준수 시 6개월 뒤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러시아에 통보했고 러시아도 이에 맞서 3월에 탈퇴 선언을 했다.

이렇게 INF는 오는 8월 이후 무효화되며 미· 러의 중거리 핵무기 개발과 배치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와중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지난 5월 14일 회담을 갖고 오는 2021년에 기한이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의 기한 연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의하면 미국은 “조약의 연장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군비 관리에 대해 협의를 진행시키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미러 관계는 국제안보 현안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래의 국제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들이 엮여 있고 이러한 문제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미러 경쟁이 동북아지역에도 어떠한 영향을 줄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미러 경쟁이 군비경쟁으로 확대된다면 중국 또한 국방지출을 늘릴 것이고,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도 나름대로 국방지출을 어떠한 방식으로 늘릴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러 경쟁이 더 강화되며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은 북한 외에도 이러한 강국들의 경쟁 사이에서 한미동맹과 한중 그리고 한러 관계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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