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주민조례발안제도 현황과 향후 과제....주민조례발안제도, 약인가 독인가
[포커스] 주민조례발안제도 현황과 향후 과제....주민조례발안제도, 약인가 독인가
  • 하혜영 입법조사연구관·행정학 박사
  • 승인 2019.09.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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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 제출됐다. 주민들이 직접 지자체의 조례 발안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포퓰리즘 중우(衆愚)정치의 선동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주민조례발안제도의 본질과 입법 동향을 <미래한국>이 입수해 독자들에게 원문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방분권 강화를 목적으로 주민조례발안제 등 주민참여제도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3월 14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관련 당정청 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방분권 강화를 목적으로 주민조례발안제 등 주민참여제도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3월 14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관련 당정청 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2019년 3월 29일 정부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주민조례발안(initiative)은 유권자가 지방자치단체 자치법규의 제·개정 등에 관하여 직접 발의하는 제도이다. 해당 법안은 주민조례발안제도의 활성화 등을 위해서 현행 ‘지방자치법’ 및 동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관련 사항을 별도로 분리하여 규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9년 주민의 직접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법에 주민조례 제정·개정·폐지 청구(이하 주민조례청구)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그간 주민조례청구제도의 활용 실적이 매우 적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되어 왔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 주민조례발안제도의 운영 현황과 최근 입법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입법 및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 주민조례청구 어떻게 추진되나

국내에서 주민조례청구는 일정수 이상의 주민 연서(連署)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청구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의 법적 근거는 지방자치법 제15조(조례의 제정과 개폐 청구), 제15조의 2(주민청구조례안의 심사절차) 등이다. 주민조례의 청구요건은 다음과 같다. 시·도 또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의 경우에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100~1/70 이하, 시·군·구의 경우에는 1/50~1/20 이하의 범위에서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숫자 이상의 연서를 필요로 한다.

주민조례청구의 대상은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발의할 수 있다. 제외 대상은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부담금의 부과·징수 또는 감면 관련 사항, 행정기구의 설치·변경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다.

그간 운영실적을 보면, 제도가 시행된 2000년부터 2018년 12월 말까지 전국에서 총 242건이 청구되었는데, 연평균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03~2005년은 학교급식 지원 조례가 각각 38·19·32건, 2010년은 총 15건 중 학교무상급식 조례가 9건 청구되었다.

2017년은 인권조례 폐지(6건) 등으로 전년 대비 청구건수가 크게 증가했으나 2018년에는 지방선거 등의 영향으로 3건에 그쳤다. 안건의 처리결과를 보면 원안의결·수정의결 등 가결 121건(50%), 부결 33건(13.6%), 각하·철회·폐기 88건(36.4%)이었다. 그동안 실적을 보면 반영률이 다소 높게 보이지만 양적으로도 적을 뿐만 아니라 발안 내용도 일부 안건에 편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주민조례와 관련해 계류되어 있는 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과 의원이 발의한 3건의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의원발의안은 모두 현재 19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주민조례발의 청구권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표창원 의원안은 16세 이상으로, 윤소하 의원 및 김관영 의원안은 18세 이상으로 제안하였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은 주민조례청구의 요건을 완화하고, 청구절차를 간소화하며, 정부와 의회의 지원을 강화하고, 주민청구조례안의 이행력을 강화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주민참여가 중요한 주민발안제도

미국

미국은 현재 24개 주(州)에서 주민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발안의 대상은 주 헌법개정안 또는 주 법률개정안이다. 이 중에서 21개 주가 주 법률개정안을, 18개 주는 주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다. 발안 절차는 직접발안과 간접발안이 있다.

직접발안은 주민이 제안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형태이며, 간접발안은 주민이 제안하고 그 채택 여부는 지방의회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주 법률 개정안의 경우에 직접발안을 채택하는 주는 14개이고, 간접발안은 9개가 있으며, 2개 주(유타, 워싱턴)는 둘 다 가능하다.

스위스

스위스는 국민투표,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주의제도가 매우 활발히 적용되는 국가다. 이미 1891년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안제도가 도입되었다. 국가단위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인 주(칸톤)와 기초자치단체(게마인데) 수준에서도 주민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발안은 지역별로 대상, 요건, 절차 등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나 자치단체의 주민발안은 평균 1~2%의 주민서명을 요구한다.

스위스의 경우 발안이 주민투표로 가기 전에 의회와 발의 대표자들 간에 사전 토의를 주로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수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베른주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민발안의 주체는 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시민권자이며, 주 헌법의 개정, 주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 등에 관련된 사항을 발안할 수 있다. 발안안은 6개월 이내에 1만 500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고, 주 헌법 전면개정의 경우 3만명 이상의 서명이 필수다. 발안안 제출시 주 내각은 형식적 성립요건에 대해 심사하고, 주의회는 발의안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발안안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이행불가능한 경우 그리고 형식적 및 실질적 통일성이 없는 경우에는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 주민발안안의 채택 여부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되며, 선거권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거나, 유효투표수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 채택된다.

핀란드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지자체 수준에서 주민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발안의 경우 지자체 인구의 2%가 넘는 주민들이 서명한 정책 제안이나 요구에 대해 6개월 이내에 지자체가 공식적인 심의결과를 회신해야 한다. 지자체 인구의 5% 이상의 주민이 서명하는 경우에는 관련 제안을 주민투표에 부친다. 주민투표의 결과는 자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지자체가 이를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으나, 주민이 찬성한 안건은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자체의 최종 결정에 반영하게 된다.

핀란드는 자치단체 수준의 주민발안에도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발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핀란드 법무부가 2012년 ‘시민 주도(www.kansalaisaloite.fi)’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청원 또는 제안을 하고, 해당 청원 등이 6개월 이내에 일정수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경우에 의회로 안건이 보내진다. 18세 이상의 국민은 본인 인증절차를 거쳐 발의안의 제시 및 서명을 할 수 있는데, 전자적 방식의 서명제도를 도입해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보완해야 할 주민조례발안제도

향후 주민발안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입법 및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주민조례의 청구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제도의 실효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청구를 위한 주민 연서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현행보다 요건을 완화했고, 인구 규모별로 서명 주민수를 달리하고 있어 법률 통과시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추후 논의될 필요가 있는 방안들이다.

첫째, 주민이 조례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해당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법적 검토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이 작성한 조례안에 대해 제출 전 성안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민발의가 정식으로 접수되기 전에 입법자문관(legislative counsel) 검토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입법심의 과정에서 주민발안을 한 주민들과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입법협의 절차가 필요하다. 스위스의 경우 발안안을 주민투표에 부치기 전에 의회에서 발안자와의 충분한 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향후 주민발안 대표자가 의회 본회의와 위원회 등에 직접 출석해 발안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주민조례의 발안 방식을 현행 간접발안과 더불어 직접발안 방식도 활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되는 제도와 국회에 제출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의 주민조례발안 청구방식은 모두 간접발안 방식으로서 조례의 제·개정 등에 대한 최종결정은 의회만이 할 수 있다.

향후 의회대표제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주민의 직접참여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주민조례발안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참여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8년 1월 9일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민조례청구시 전자서명을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13조의2). 현재 주민참여조례(www.ejorye.go.kr) 홈페이지를 개설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조례의 신청, 서명 등 일련의 추진과정을 전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 본 저작물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19년 작성해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이슈와 논점’의 기사를 원문 손상 없이 편집한 것으로 해당 저작물은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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