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검찰총장 윤석열이 가는 길
[심층분석] 검찰총장 윤석열이 가는 길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10.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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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2013년 국정감사 때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한 말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윗선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당시 윤 총장은 “(윗선의)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르겠느냐”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조국은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이 두고두고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라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 말이 있다.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때였다.

문재인, 조국, 윤석열 이 세 권력자는 어제는 동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성역 없는 수사 對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로 충돌하고 있다. ‘정치적인 것의 본질은 적과 동지의 질서’라고 갈파했던 헌법학자 칼 슈미트의 말을 상기해 보면 현재 윤석열의 검찰과 문재인 정권은 분명히 정치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  미래한국 고재영

‘성역 없는 수사 vs 검찰개혁 저항’이라는 대결구도의 본질

지난 9월 26일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의는 이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나든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검찰개혁의 당위성은 제 식구의 들불은 감싸고 남의 손톱 밑 가시는 손톱째 뽑아왔으면서도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개국 이래 한 번도 심판받지 않은 유일한 절대 권력이 된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에서 나온 것이지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되었느냐에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춘석 의원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의 검찰이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여권으로서는 검찰개혁을 소명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종의 ‘검찰 쿠데타’가 된다.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권이든 윤석열 검찰이든 한 쪽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됨을 의미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대정부 질문 종료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검찰을 거칠게 비판했다. 조국 장관의 자택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조 장관과 담당 검사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 의해 밝혀지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야당과 아예 내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 실시간으로 한국당에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 내 정치거래를 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정치검사와 야당의 상시 야합체계가 전면 가동되고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한다”는 발언들은 모두 윤석열 검찰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이로써 민주당과 청와대는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를 야당과 연합한 검찰의 정치적 음모로 규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결국 윤석열의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왔다.

검찰의 수사 압박과 기소로 조국이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로 극심한 국론분열과 국민갈등이 초래된 바에 대해 어떻든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첫 번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기록될 것이고, 총선을 몇 개월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결이 문재인 정권의 명운으로 치닫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결이 문재인 정권의 명운으로 치닫고 있다.

조국 퇴진이 남기게 될 것들

하지만 조국 장관은 최근 국회 본회의 질의에서 ‘검찰이 소환한다면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는 정도로 심중을 피력했다. 이제까지 조 장관의 행로에 비춰 보면 검찰 소환 정도로 그가 사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조국 장관의 진퇴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고 보겠지만,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라고 한 발언에 비춰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 역시, 검찰의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개혁에 저항하는 불순 의지’라고 판단한다면 사태는 문재인 정권 전체 대 윤석열 검찰의 대결 국면으로 갈 것이고, 문 정권은 자신의 운명을 ‘윤석열 퇴진’에 걸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때 예상되는 여권의 공세가 바로 ‘검찰-한국당 야합’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그러한 증거를 찾고 있다. 만일 검찰 일각과 한국당 사이에 소통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문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위반’의 이슈를 만들게 되고 현 집권세력과 한국당 간에 정치적 대결 국면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윤석열의 검찰은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른 경우도 가능하다. 검찰의 수사 압박에 조 장관이 백기 투항할 경우 윤석열 검찰은 자신의 정치적 중립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 폭력 사건을 본격 수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망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민주당이 입은 손실에 비례성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한국당이 입을 정치적 타격도 결정될 것이다.

검찰은 이미 경찰로부터 민주당 의원들이 고발한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을 이관 받고 19명에 달하는 한국당 의원 보좌관들에 대한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조국 장관 사퇴 후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소환을 한국당이 당론으로 거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단지 조국으로 끝날지는 의문이다. 조국과 문재인 대통령간의 경제공동체 의혹은 이미 동남은행과 웅동학원 관계로 주목을 받고 있고 코링크 사모펀드 수사 진행에 따라 현 정권 실세들의 관련 여부가 드러나면 수사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게 된다.

여의도 관측통들은 이 사건에 대해 5·16군사혁명에 비유하곤 한다.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극심한 정쟁으로 여야에 정치가 실종되어 있을 때 軍이 이를 마치 고대 아테네의 연극에 등장하는 ‘데우스엑스마키나’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비정치 세력으로서는 가장 유력했던 군이 정치적 해결사로 등장한 것처럼 지금은 법치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윤석열의 검찰이 그 역할을 수행한 것 아니겠냐는 평가다. 결국 의도했든 아니든 윤석열 총장은 ‘적폐청산’과 ‘독재타도’라는 여야 간 단절된 정치 현장에 해결사로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윤석열 총장은 2003년 노무현 참여정부의 측근 인사인 안희정, 강금원을 구속수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제3의 정치 지형 창출할까

2008년에는 파견검사로서 BBK 특검에 참여해 이명박 당선인에게 유리한 사건 해석을 내놓았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되어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었고 2016년에는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활약, 최순실-박근혜를 모두 단죄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그는 또 한 번 정권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정치적 성향을 사건의 결론만으로 해석하자면 친북이나 좌파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의 올드 보수와 정치적 성향을 공유한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점이 느껴진다. 윤석열의 정치 성향을 굳이 분석해 본다면 ‘정치인 감별 고수’로 자타가 인정하는 故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올해 7월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정정당당을 가치로 여기는 보수’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러한 윤석열은 검찰총장이라는 자신의 마지막 검찰 직위에 올랐고, 조국 수사 결과로 빚어질 모든 정치적 사태에 키맨이 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윤석열이 의도했든 아니든 지금의 정치 지형에 제3의 대안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적어도 그러한 정치 지형은 그가 자신의 손으로 단죄한 박근혜-최순실에 우호적인 친박 세력도, 문재인과 386의 시대착오적인 좌파 세력도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좀 더 넓게 전망한다면 지금의 민주당도, 지금의 한국당도 아닌 지형이라 할 수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윤석열의 마지막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는 올해 12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비례제의 결과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누구인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의 설립 멤버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1979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1980년 광주 5·18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에 대해 교내에서 모의재판을 열고 검사역을 맡아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 모의재판 이야기가 교내외로 퍼지면서 한동안 강원도로 피신했고 사법시험 2차에서 낙방을 거듭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받았고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경찰 실세로 꼽혔던 박희원 치안감을 소환해서 뇌물 수뢰 혐의로 수사했다. 소환한 지 단 하루 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심문을 했는지 박희원 치안감은 영장실질심사 등을 모두 포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1심에서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03년에는 참여정부의 측근 인사인 안희정, 강금원을 구속수사했다.

2013년 4월 18일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수사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상관이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스캔들 기사를 빌미로 날아가고 윤석열 본인도 국정원 직원들의 압수수색·체포 영장 청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러자 윤석열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부당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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