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발한다 ] 586은 좌익특권계급이 됐다
[ 나는 고발한다 ] 586은 좌익특권계급이 됐다
  • 김진기 펜앤드마이크 기자
  • 승인 2019.10.02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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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문제가 우리에게 명징하게 보여준 메시지는 무엇인가. 조국 파동은 한국사회가 계급고착화의 길로 들어섰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960년대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대학까지 졸업한 20~30%가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이다.

소득분위 상위 10%를 점하는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386이라 불리며 정재계와 언론계, 그리고 지식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사회구조를 본인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비틀고 있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규세력의 진입을 막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부터 연금제도 등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제도 개혁을 막는 기득권 守舊 세력 586이 ‘백세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의사, 법조인, 교수 등을 포함한 586 전문직들은 586 정규직 중산층들과 더불어 자녀교육 문제에 있어 계급 유지 목표를 철저히 앞세웠다. 586에 대한 비판이 세대론이자 계급론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국 파동을 통해 특권계급이 돼버린 586들의 계급 대물림 방식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국과 같은 운동권 출신의 586 좌익세력들은 위선성이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C86으로 불리고 있다.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 영어몰입교육 반대, 수시 확대를 외친 이들이 누구보다 자본과 인맥을 투입해 이들 제도를 약삭빠르게 활용했다. 조국 부부는 범죄 혐의자 신세로 전락할 만큼 허위와 위조로 자녀들의 스펙을 만들어줬다. 국가고시 폐지를 주장하며 로스쿨과 의전원 설립을 관철시킨 조국 같은 이들은 자녀를 로스쿨, 의전원에 진학시켰다.

학교 교육이 부실하면 최대의 피해자는 먹고살기 힘든 가정이다. 나처럼 서울 변두리, 혹은 지방에서 자란 사람들은 정보력 및 자본력에 있어 1980년대 대학을 나온 586 중산층과 비교도 안 되는 학력과 지위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 동네 보습학원 한군데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정시 비중을 줄이고 수시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 586은 최소한의 공정과 형평이 담보되리라 기대했던 입시제도를 점차 586 상류층 및 중산층에 편리하도록 다변화시켰다.
 

우리는 괴물을 보았다

처음 나는 조국 부부가 왜 그토록 딸을 의대에 보내려 했는지 궁금했다. 좋은 집안, 훌륭한 외모, 우수한 학력 등을 거의 다 갖췄는데도 왜 의대로 보내 고생길을 자초하도록 했을까. 조민과 똑같이 고려대를 졸업한 뒤 부산대 의전원을 나와 의사가 된 이낙연 국무총리의 아들은 정신과 의사였다가 서울 모처 피부과에서 시급을 받는 의사로 일하는 등 고생을 한다는데 조민은 별 다를 게 있을까 싶다.

부산대 의전원에서 학업을 못 따라가 내리 유급을 한 조민이 졸업 후 시장에서 살아남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확신컨대 나는 조국 부부가 딸은 의대 교수, 아들은 로스쿨 교수로 만들려 했으리라 생각한다. 조국 아들은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귀국해 로스쿨 입학시험을 봤다고 한다. 부모의 원대한 비전과 달리 조국 아들은 비록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떨어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했지만 조국 부부의 네트워크는 자녀들의 출세를 위해 항상 작동할 것이다.

조국은 1980년대 서울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 학계, 언론계, 정재계, 교육계 등에 진입해 重役이 된 586들의 전성시대가 보여주는 민낯이다. 내 새끼는 최고의 교육, 최고의 집단에 속해야 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내가 강남 살아보니 모두가 강남 살 필요는 없더라는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솔직했다.

조국도 지난 2012년 3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한다”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고 말했다. 이에 좌파성향 언론조차 조 내정자의 발언이 위선에 가까우며 보다 나아지고자 하는 하위계층 젊은이들의 입장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당신부터 먼저 따뜻한 개천에 내려오시든가”라는 일갈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조국이 “국민 정서상 조금의 괴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하자, 서울대 학생들은 “가재, 붕어, 개구리, 미꾸라지 같은 새끼들이 감히 하늘에 사는 용인 나에게 딴지를 거네. 하지만 너네도 한 표 행사할 권리를 가지니 ‘인정’이라는 단어를 써주겠다”라며 조국을 비꼬았다. 조국과 586은 이미 우리 사회의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 소련 공산당 특권계급)가 됐다.

앞으로 없을 고도성장기에 대학 진학과 민주화 투쟁을 쟁취하고, IMF를 맞아 30대 후반부터 선배 세대의 빈자리까지 독식하게 된 세대. 이후 세대교체를 거부하며 지대추구에 올인한 세대. 모든 종류의 자본을 총동원해 공고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세대. 이렇게 도달하게 된 자신들의 계급을 1990년대 출생한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이전해주려는 욕구. 이 모두가 조국 일가를 통해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스탈린에 의해 1930년대 발탁된 뒤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자녀들에게 지위를 물려주며 계급 유지를 공고히 했던 노멘클라투라들은 앞에서는 미국 자본주의를 비난하며 사회주의를 옹호했지만 뒤에서는 자본주의의 산물을 향유했던 이중성으로 유명하다.

나이가 들어도 물러나지 않았던 소련의 노멘클라투라들처럼 조국과 586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르주아지면서도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며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걸핏하면 입에서 ‘개혁’, ‘역사’, ‘진보’ 등을 들먹인다. 하지만 우울하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역시 586 운동권에 맞설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586 운동권이 만든 지식시장에서 성장한 2030들이 조국을 통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한국 산업화시대가 낳은 괴물을 똑똑히 목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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