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차라리 윤석열이 대통령(?)이었으면
[나는 고발한다] 차라리 윤석열이 대통령(?)이었으면
  • 권도한 미래한국 인턴기자
  • 승인 2019.10.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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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의 분노. 9월 19일 고려대 중앙광장 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조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의 분노. 9월 19일 고려대 중앙광장 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조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모든 청년들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스타 교수’가 있었다. 교수님은 트위터를 참 즐겨했는데 젊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참 잘 썼다. 우리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도 나눠줬다. 교수님의 트위터는 젊은이들에게는 일종의 기초전공서적과도 같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깨달은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 시사적인 분야에서 의견을 표출할 때는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 분의 말씀을 인용하자면~’의 형식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를테면 질문으로 “법무부 장관이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어서 되겠습니까?” 라는 질문이 있다면 “제가 존경하는 조모 교수님께선 2015년 4월 12일 ‘조선시대 언관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해야 했다’라고 SNS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교수님의 말씀을 따라야 합니다”라고 답변한다.

그 교수님은 한때 개인의 작은 고민부터 국가적인 사건까지 모두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성공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사전 각본 없이 생방송으로 질문 대답 못하는 사람은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 자격이 없다’ 며 A4용지와 한 몸이 되어가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 교수님은 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시험 한번 치지 않고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나 일반고를 나왔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시험과 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짧은 인생을 살면서 조금이나마 배운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넘쳐흐르는 뉴스들을 볼 때마다 이 사태가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믿겨지지 않는다. 코피 뚝뚝 흘려가며 했던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존재 자체로 해결되는 것이라니. 솔직히 말해 우리는 살짝 서럽다.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 EBS에서 내주는 수능특강·수능완성 두 권만을 1년 동안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독학하는 우리의 기분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혹독한 학교 스케줄에 공부하다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아이들의 심정은? 응급실에서 깨어나면 다시 공부해야 하니 구급차에 친구의 책과 노트북을 넣어주는 학생들의 마음은 알까?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청년들의 분노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 입학이라는 결과물로 산출되는 ‘기적’을 본 이후 폭발했다. 우리 청년들은 문재인 정권 아래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여당이 쓰고 있던 공정과 정의의 가면이 벗겨졌다.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었다. 정의로운 정치를 바라는 청년들은 이제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당층이 늘어난다. 얼마 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년들에게 “대표님, 자유한국당은 정의로운가요?” 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노력의 가치를 부정당한 우리 세대의 불안한 마음이 비춰진다.

촛불을 든 대학생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촛불을 드는 순간 민주당에 버림받았다. 색깔론을 그렇게 비판하던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까지 했던 대학 총장을 하루아침에 극우 인사로 매도했다. 공정함을 소리치는 대학생들이 모인 촛불집회를 반대 당의 수작이라 말한다.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은 어느 순간 ‘극우 수구꼴통’이라 불리고 있다.

민주당의 이분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피아 식별은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봐도 심각한 수준까지 갔다. 내쳐지고 싶지 않은 여당 정치인들은 앞다퉈 ‘조국 지지 선언’을 한다. 두 달 전까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 여당 지지자들은 현재 윤석열 저주인형을 만들어 바늘을 꽂고 SNS에 인증하느라 바쁘다. 여론조작, 댓글조작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청와대는 윤 총장 임명 전 “윤석열 후보자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작 수사를 시작하니 여권은 “검찰의 의도대로 수사가 끝날 경우 살아 있는 권력을 무릎 꿇린 ‘칼’은 더 무섭게 춤출 것이다. 이는 검찰개혁의 본질이 아니라 특권의 확장이다.”며 검찰을 쏘아붙이고 있다. 그들에게 검찰은 ‘애완견찰’과 ‘정치검찰’ 딱 두 가지만 존재한다.

현재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민주당에게 정의를 찾던 젊은 세대가 정당이 아닌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기대를 건다. 조국을 구속시킬 윤석열이 아닌, 우리 노력의 가치를 되찾아줄 윤석열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다. 무당층이 한국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윤석열을 바라본다. 수사의 결과에 따라서 윤석열이 대권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설이 점점 진지하게 들린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앞에서는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 심정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한다. 뒤에서는 압수수색을 하던 특수부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장관입니다” 라며 압박을 줬다. 스스로 수사 개입을 하지 않았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 주장했지만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국 후보자가 “100% 완전한 존재로 장관직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고 했다. 국민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비판하는 언론의 입을 먹으려는 의도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국민의 칼이 살아 있는 권력을 베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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