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조국 사태, 국민 알권리냐? 피의사실공표죄냐?
[논단] 조국 사태, 국민 알권리냐? 피의사실공표죄냐?
  • 김상겸 동국대 법학교수
  • 승인 2019.10.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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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장관이 검찰을 상대로 개혁을 주문했다. 그 가운데 ‘피의사실공표죄’ 부분이 핵심이다. 이는 향후 조국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가족을 넘어 여권 주요 인물로 확대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최근 조응천 민주당 의원실이 주관한 국회 토론에서 김상겸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피의사실공표죄의 문제점과 개선안에 대한 주장을 정리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가들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하여 피의사실공표죄를 입법화하지 않았다. 9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가들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하여 피의사실공표죄를 입법화하지 않았다. 9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

피의사실공표죄를 형법에 규정한 것은 피의사실의 공표를 통해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거나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이 공개됨으로 인해 피의자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돼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피의자의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피의사실공표죄의 헌법적 정당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해 국민의 알 권리와 보도의 자유가 충족된다면 피의사실공표의 헌법적 정당화는 가능해진다. 이런 양자의 상관관계는 기본권 보장의 헌법상의 이념과 목적, 병존하는 헌법상 이익간의 형량을 통해 결정되고, 이로 인해 피의사실공표의 허용 범위도 구체화될 수 있다.

피의사실공표죄의 보호법익이 피의자의 인격권이라 해도 인격권 역시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 경우 피의사실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대한 범죄로 인해 공익적 목적이 있거나 피의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 우선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피의사실 공표와 허용기준

공익이론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이론으로, 교육적·계몽적 가치를 갖는 것은 보도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나 인격권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 인물 이론은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그 사생활이 공개되더라도 일반인에 비해 수인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러한 이론들이 전제 조건 없이 적용될 수는 없고 일정한 갖는 한계는 있다. 왜냐하면 이에는 공익이 무엇인지 여부, 공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와 공인이라 해도 내밀한 사적 영역의 경우 이에 대한 수인을 요구하는 것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그 결과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피의사실공표는 허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피의자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미 사법부의 판례를 통해 구체화된 공표의 필요성,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과 정확성, 공표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 정당성, 표현 방법의 적절성,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파생되는 이해관계의 조화 등을 기준으로 하여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피의사실공표의 허용 범위

중대범죄의 수사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한다고 해도 그 허용의 범위는 최소피해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피의사실공표에 있어 공공성과 객관성,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며, 이 기준에 따른다고 해도 허용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 즉 대상이 되는 범죄가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이어야 하고, 그 경우에도 피의자 신상에 관해서는 익명공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범죄 보도와 관련해 언론기관의 보도에서 익명 보도의 원칙이 적용되는 맥락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경우처럼 소위 공인이라면 이의 공개는 현실적으로 통제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공익적 차원에서 극도로 흉악범죄의 경우도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피의사실의 공표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서 피의사실과 피의자를 분리하고, 관련 범죄피해자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피의사실에 있어 납득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는 내용을 가져야 하고, 그 내용에서 개인의 내밀한 사적 정보는 제외되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이다. 사진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정부 여당은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이다. 사진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피의사실공표의 허용 한계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해 피의자의 인격권이 제한된다고 해도 기본권의 제한원칙인 비례성원칙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요구하는 기본권 본질 내용의 침해금지원칙에 위배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피의사실공표에 있어 인격권의 제한은 비례성원칙에 따라 제한의 정당화를 위한 헌법적 법익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의 적절성이나 피해의 최소성 뿐만 아니라 다른 헌법적 이익, 예를 들어 공익과 관련해 법익의 균형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헌법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대해 제한을 허용하고 있지만, 기본권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최소한 제한이 원칙이다. 그래서 원칙의 예외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헌법적 정당성이 존재해야 한다.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익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과의 기본권 충돌에 있어서 이익형량이라든지 특별한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헌법상 파생되는 원칙뿐만 아니라 헌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한계가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피의자의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한계는 헌법 제27조 제4항에 의한 무죄추정원칙이다. 이 원칙은 피의자를 포함한 피고인에 있어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어떤 경우에도 유죄로 추정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피의사실공표죄와 관련해서도 피의자의 인격권을 제한할 때 무죄추정원칙에 반하는 것은 금지된다. 즉 중대한 공익을 이유로 하거나 헌법상의 다른 기본권과 충돌되는 경우에도 피의자가 유죄라고 추정할 수 있거나 유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내용의 표현이나 표현 방법은 허용되지 않는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표의 내용이 보도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경우 언론에 의해 유무죄의 예단이 형성될 수 있고 소위 언론재판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언론 보도에 접한 사람들에 의해 여론이 형성된다면 여론재판이 되어 피의자의 이익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번 형성된 여론은 그 내용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이로 인해 침해된 기본권의 원상회복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론으로 인해 피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장차 재판에서 부정적 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재판에 있어서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피고인에게 부담이 커짐으로 인해 불리함이 가중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피의자가 장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한 개선 방안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 1953년 형법을 제정할 때 사회 상황과 21세기 현 시점에서 사회 상황은 천지가 개벽할 수준으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피의사실공표죄의 입법 취지가 현 시점에서도 헌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견해도 있다. 즉 이런 견해는 특히 언론환경의 변화를 지적한다. 1950년대 언론환경은 신문과 라디오 정도였지만 2010년대 언론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SNS 시대에 있기 때문이다.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한 입법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미국을 위시해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이 피의사실공표죄를 입법화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국민적 관심이 큰 형사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수사 대상을 비롯하여 수사와 관련된 기본적 사항에 대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당성은 있다. 또한 언론은 수사기관의 공권력이 합법적으로 행사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피의자의 인격권이 침해되거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재판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고려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공정한 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함께 차후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공정한 재판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2010년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이 제정되어 시행되면서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중요한 형사사건에서 관행처럼 행해졌던 수사 브리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건에서 여전히 수사 상황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피의사실공표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최근에 검·경간에 갈등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더구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2009년과 2010년 국회에서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개정법률안들은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2010년 법무부훈령의 수사공보준칙은 법률적 근거가 미비한 가운데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물론 수사공보준칙이 수사 브리핑의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수사공보의 요건이나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화하고 초상권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은 피의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수사공보준칙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와 위반자에 대한 처벌의 미흡으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실효화를 위한 개선 방안은 형법의 동 조를 개정하는 방안과 가칭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 양자 중 어떤 방안을 강구하더라도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는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9년 박상천 의원은 형법 제126조의2(수사상황 등의 공식발표 등)를 신설하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방법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되지만, 피의사실공표죄의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법률조항의 체계상 조화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를 개정하면서 중대한 공익상을 이유로 예외를 설정하면서 이 예외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면 현행 수사공보준칙의 미비점을 개선해 보완하면 될 것이다. 특히 피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민감한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등 그 내용을 정비·보완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학교수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 해도 헌법질서 하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소제기 후 재판의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이 구체화된 것이다. 동 조의 법제화에 대한 구체적 이유가 적시되어 있지 않아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의 요구에 따라 형법이 이를 구체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피의사실공표죄가 형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현실에서는 이로 인해 동조의 적용을 받아 처벌된 예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그 이유에는 동 범죄의 주체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처벌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동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형사피의사건 등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란 점도 있다. 나아가 국민의 관심도가 큰 정치적 비리사건이나 흉악범죄사건의 경우 공소제기 전에는 범죄수사와 관련되어 언론보도가 불가능해짐으로 인해 현대 정보사회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범위가 축소되는 문제도 있다.

피의사실의 공표는 구태여 형법의 명문규정을 들지 않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무죄추정원칙과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이로 인해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명예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초상권, 성명권과 명예권 등 구체적 인격권들이 침해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 국가기관인 수사기관으로서 심각한 범죄에 대해 국민에게 알릴 책무도 있다. 왜냐하면 국가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고 국민의 기본권보장 의무로 인해 기본권에도 기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기관의 공표를 국민인 시청자나 독자에게 전달할 언론기관의 자유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해 피의자의 인격권이 침해되거나 제한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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