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구 용인시 기흥장애인복지관 관장 “장애를 가진 삶은 쉽게 변하지 않죠. 하지만…”
[인터뷰] 김선구 용인시 기흥장애인복지관 관장 “장애를 가진 삶은 쉽게 변하지 않죠. 하지만…”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0.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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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보정역 4번 출구를 나와 200미터 쯤 걷다 보이는 굴다리를 따라 돌면 우뚝 솟은 말끔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김선구 관장이 일하는 기흥장애인복지관. 건물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봐도 장애를 갖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한 젊은 여성이 활짝 웃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3층으로 올라가 관장실에서 만난 김선구 관장은 넉넉해 보이는 미소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 줬다.
 

김선구 용인시 기흥장애인복지관 관장

- 관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2014년 12월 1일 기흥장애인복지관 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계속 복지관에서 일해 왔어요. (※ 김선구 관장은 한림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평택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복지정책학 석사를 했다. 청솔종합사회복지관 부장, 경기도사회복지관협회 사무국장(청솔 부장 겸직), 성내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했고요. 모든 사회복지관의 시작이 종합사회복지관이에요.

예전 기준으로 하면 인구 10만 당 종합사회복지관을 한 개소씩 설치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건축법상 영구임대주택을 많이 짓도록 돼 있어요. 저소득층 위주의 영구임대주택을 지으면서 규모에 따라 종합사회복지관을 지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종합사회복지관은 말 그대로 분야별 복지라고 해서 장애인, 노인, 청소년, 아동, 부녀자 등 모두를 다 아우르는 복지를 하는 곳이에요.

종합사회복지관은 대표적인 이용시설로서 이곳이 모태가 되어 다른 많은 이용시설이 생겼습니다. 노인복지관이 별도로 나오고, 장애인복지관이 나오고, 청소년수련관 이런 곳들도 생겼죠. 장애인복지관도 그 중 하나입니다.
 

- 복지관 소개해 주시죠. 어떤 일들을 하나요?

기흥장애인복지관은 말 그대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용시설이에요. 용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료, 재활, 직업 적응훈련, 지역복지와 교육문화 등의 분야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다운복지관이나 시각장애인복지관과 같이 분야별 복지관도 있는데, 저희 기흥장애인복지관의 경우 모든 분야를 다 아울러 하는 복지관이죠. 장애인복지관을 많이 이용하는 장애 유형을 보면 보통 지적 자폐성 장애가 대략 50% 정도 되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뇌병변 장애가 늘었어요.

뇌졸중도 그 중 하나고요. 프로그램별로 틀립니다만, 본인이 신청하면 저희가 접수하고 진단해서 그분이 어떤 프로그램을 들어야할지 알려드립니다. 그 다음, 치료나 재활프로그램 같은 경우 저희가 진단해서 어떤 방향으로 치료할지 계획하고 이용자들이 동의하면 진행되고요. 교육문화사업은 본인이 선택해서 하는 것이고요.
 

- 복지관 이용도, 복지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찾아올 수 있을 텐데,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시는 겁니까?

우리 복지관은 길가에 있고 건물도 커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건물이 장애인복지관이라는 것을 잘 몰라요. 오히려 근처 장례식장을 더 잘 알죠.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은 이용할 시설이 많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찾아보게 되고요. 또 저희 복지관 같은 경우 이미 지어진 지 14년째가 되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들 알고 찾아오세요.
 

-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기흥장애인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이에요. 예산은 기본적으로 국·도비가 있어요. 대부분이 복지관 운영에 관련된 것이죠. 시비가 대부분이고요. 도비가 7000만 원 정도 됩니다. 활동보조지원사업 같은 경우는 국비죠. 예산이 섞여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저희 자체적으로 외부 사업을 많이 따오기도 하고, 후원도 받으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용인시 기흥장애인복지관 전경
용인시 기흥장애인복지관 전경

장애인 복지에서 최고의 복지는 취업

-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현실에 대해 느끼는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복지시스템이 만족할 수준으로 잘 안 돼 있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복지는 사회복지적인 개념에서 잔여주의 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시스템에서 탈락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복지이죠. 그런 개념으로 돼 있기 때문에 출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썩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문제만 봐도 심각하죠. 노인 소득보장이 안 돼 있잖아요. 내가 기여하지 않고 나라로부터 직접 받는 급여인 공적부조의 대상도 한정돼 있고 또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돼 있어요.

보장되는 소득도 굉장히 낮고요.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생겨 시행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저소득층이 된 대상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 사람들의 소득 단절 문제, 노인 문제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큽니다. 이게 비단 노인,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오는 전반적인 문제에, 거기다 장애인 문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근로능력이 훨씬 더 떨어지잖아요. 그분들은 원래부터 떨어진 상태에서 평생 살아왔고 노인이 되면서 저소득층이 될 확률은 자연스럽게 훨씬 높죠. 그래서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 일정 규모의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실제 정책적인 효과가 있습니까?

물론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정책이 있음으로 해서 그나마 취업을 하죠. 다만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은 취업이 좀 어려워요. 장애인 복지에서 최고의 복지는 사실 취업이에요. 여기 와서 치료받고 재활해서 그냥 집에 있지 않고 직장을 잡아 일을 하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복지는 없죠. 장애를 가진 분들은 일반인들과의 경쟁에서 좀 떨어지잖아요, 그런 와중에 취업하려니 쉽지는 않죠. 그런 경우 할당제라든지 하는 제도를 통해 취업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아무래도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장애인이 겪는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서도 남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계실 듯한데요.

편견이 문제예요. 정부와 복지관에서 장애를 가진 분들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굉장히 많은 투여(물적 정신적 지원)를 합니다.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죠. 예를 들면 A라는 장애인이 어릴 때부터 성인이 돼 사회로 진출하기까지 본인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20% 향상시켰다고 쳐요. 그런데 사회적 편견이 그 20% 향상시킨 능력을 다 까먹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래서 장애 인식개선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장애 인식개선 프로그램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이 돼 있어서 직장에서 반드시 실시해야 해요.

그런데 사실은 이런 인식개선 프로그램은 어릴 때부터 교육 받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교육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중학교 등 계속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거든요. 장애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달라는 것이에요. 그들이 오랫동안 훈련해온 능력마저 편견으로 인정받지 못해 처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할일이 많아요. 장애인을 위한 좋은 서비스를 개발에 저희가 노력을 많이 합니다. 지원도 많이 해요. 인식개선 사업을 위해서도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죠. 우리 같은 복지관 뿐 아니라 교육기관에서도 해야 합니다. 그게 되지 않으면 어려워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다 같이 살아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인식개선 교육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 외국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는 것 같던데, 어떤가요?

유럽 국가들은 보통 우리처럼 장애인수를 카운트하지 않아요.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으로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 카운트하지 않으면 복지정책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복지정책은 개별적으로 합니다. 유럽은 ‘장애인이 몇 명인가요?’ 물으면 ‘그런 게 왜 중요하죠?’라고 말해요. 기본적인 생각이 다른 것이죠. 우리가 그 정도 인식 수준이 되려면 멀었어요. 장애인 정책도 개별화해서 펴야 합니다. 개인이 살아갈 때 불리함이 무엇이 있는지 진단해서 그런 부분들을 보충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복지죠. 그렇게 보충해주는 방식으로 공적부조 방식이 있고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 겁니다.

유럽의 어떤 국가, 어느 나라라고는 특정하지 않겠습니다만, 그 나라에서는 거동이 굉장히 불편한 분이 사는데 한 달에 본인이 쓸 수 있는 급여 성격의 지원이 200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몸이 아프고 일도 안 하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있을까요? 아마 안 될걸요?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예요.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려고 해도 24시간이니 쉬면서 하려면 4명은 고용해야 하잖아요. 4명 급여만 해도 얼마예요. 이것만 해도 1000만 원이 넘겠죠. 우리나라는 그런 합의가 안 돼 있죠. 복지서비스 가짓수도 적지만 서비스 질의 수준도 그리 높진 않습니다.
 

- 관장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경제수준에 아직 못 미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사회복지적 가치에 따라 얘기하면 한참 모자라죠. 하지만 결국 그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별로 해야 합니다. 어쨌든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났고 좋아졌으니 앞으로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많을 것 같고 반대로 좌절을 느꼈을 때도 종종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제가 처음 복지관 입사해서 일할 때였는데, 그때 아동 결식 문제가 심각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었죠. 그때는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변변한 게 없었고요. 2000년대 중반이 넘어서야 지역아동센터라는 게 생겨 아이들 밥도 챙겨주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영구임대단지에서 복지사 할 때 아이들을 맡아 일을 했었습니다. 아이들이 동네에서 니스(바니시-광택이 있는 투명한 피막을 형성하는 도료)를 불고(흡입) 노는데, 그 집안들을 보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또 아버지가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하는 그런 가정의 아이들이 많았어요.

지역사회 후원을 받아 그 아이들 데리고 지금의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것을 운영했었죠. 그대로 방치하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아이들 데려다가 밥도 주고 가르치고 하는 것을 한 8년을 했습니다. 그 아이들 중 한 친구가 팔이 안쪽으로 굽은 장애를 갖고 있었어요. 키도 작고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지적인 면도 좀 부족했던 친구였어요. 병원을 주선해서 그 아이가 힘줄을 펴는 수술도 받게 해주었죠. 제가 기흥장애인복지관장이 된 후 언젠가 그 아이한테서 축하 전화가 온 거예요. 반갑더라고요. 밥 사줄테니 한번 오라고 해서 그 친구를 만났고, 그때 제가 가르쳤던 다른 아이들 소식도 일일이 다 물어봤어요.

다들 제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고요. 제가 만난 그 친구는 지체장애 2급인데 복지관에서 후원금을 받고 있다 하더라고요. 나이가 24살인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복지관에서 후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거든요. 그 친구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엄청 울었어요. 삶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 아이가 “선생님, 그래도 그때가 너무 좋았어요”라고 하더군요. 다른 아이들과 같이 캠프 간 것도 좋았고,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본 것도 좋았다고요. 사회복지를 하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애쓰지만 설령 그게 잘 안 됐다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는 거예요.
 

- 이 곳에서 계속 일해오면서 아무래도 용인시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소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가 용인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용인시처럼 장애인복지관이 3개인 곳은 흔치 않아요. 보통 시군별로 장애인복지관이 한 개 정도 있거든요. 많으면 두 개 정도고요. 용인시는 2005년에 두 곳을 짓고, 2011년인가 수지장애인복지관을 지어 각 구별로 한 개 소씩 장애인복지관이 생겼어요. 성남도 두 개, 수원도 두 개죠. 그나마 한 개였다가 두 개로 늘어난 곳도 많지 않아요. 용인시가 장애인복지관 만큼은 의지가 강하죠.
 

-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있으면 들려주시죠.

제 개인 목표는 아니고 복지관으로서 계획은 장애전담어린이집이라고 해서,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어린이집이 여기 장애인복지관에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복지하면서 항상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사업을 많이 해왔어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결국 그게 되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을 진짜 많이 해 와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흥장애인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용인시의 공공시설이지만 운영 주체는 민간이에요.

예전부터 제가 민간 쪽에서 사업해오면서 느낀 점은 특히 사회복지관은 보조금이 굉장히 적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후원사업도 많이 하게 되고 기업들도 많이 찾아다니고, 또 종교단체들도 많이 찾아다니게 돼요. 사업을 항상 이런 식으로 했어요. 어려움도 있지만 뭔가 바라고 추진하다보면 결국 일이 되더라고요. 미래를 낙관하면서 이곳을 찾는 장애인 여러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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