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추락하는 대학교육 경쟁력,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심층분석] 추락하는 대학교육 경쟁력,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9.10.08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만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전문대학, 4년제 대학, 대학원 석·박사 과정 포함) 이수율은 2017년 기준 70%로, OECD 평균(44%)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2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대학교육경쟁력 순위(표1 참조)를 보면 올해 63개 국가 중 55위로, 전년 대비 6위 하락하며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는 28위, 교육경쟁력은 30위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경제적 성과, 정부효율, 기업효율, 인프라 등이다. 교육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교육여건과 교육성과로, 교육여건에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이고, 교육성과로는 전임교원 1인당 국제학술지 연구실적, 학생 중도탈락 현황, 졸업생의 취업 현황 등이다.
 

국가경쟁력은 28위 근처에서 큰 변화는 없으나, 대학교육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IMF 평가 외에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평가(2017년 기준)에 따르면 137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6위이나, 대학 시스템의 질 부문은 2013년 64위에서 2017년 81위로 급락하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최근 9월에 공개한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92개국 상위 1300개 대학 중에서 우리나라는 50위권에 들어간 대학은 하나도 없으며,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64위(작년 63위), 89위(작년 82위)를 기록해서 작년보다도 하락하고 있다. 이런 하락은 국제화, 교육여건, 연구 실적 부문에서 점수가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이나, 여기에 더해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도 심각한 문제이다. 수년 내에 대학 입학가능 학생수가 대학 입학 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발생해 대학의 존폐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저조한 대학경쟁력의 원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또한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가 간 경계가 없어지고 고등교육의 국제적 경쟁력은 각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경쟁력 확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급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의 원인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네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우리 대학들은 교육 내용, 교육 방법, 학사구조 혁신 및 교육 체제 개편 등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와 혁신이 어렵다는 점이다.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 수의 변화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 수의 변화

정부가 교육 서비스의 가격인 등록금과 수량에 해당하는 정원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자율적으로 등록금과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 등록금은 2012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목표로 정한 정부의 방침에 의해 수년간 전혀 인상이 안 되고 있다. 또한 정원은 대학 입학가능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을 폐교하든가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가격과 수량에 대한 통제는 대학 재정에 직접 영향을 줌으로써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학사구조 혁신은 대학 내부의 보수성으로 인해 유연한 혁신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AI) 시대가 닦아 오면서 AI를 강의하는 컴퓨터공학부의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하나, 대학 내부에서 정원 조정이 매우 어렵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경우 15년째 55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20년 전(90명)과 비교하면 정원이 되레 줄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2008년 141명이던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739명으로 다섯 배 이상 늘린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즉, 대학의 자율권이 없는 것이 미래에 대비하는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그 대안으로는 등록금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상하게 하되, 인상에 따른 장학금을 충분히 지급해 가난한 학생들도 공부하게 하는 길을 열어주면 될 것이다. 학과의 정원 문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4차 산업혁명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서 요구하는 중요 학문 분야로 대두되고 있으나, 우리 대학들은 이런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도 미미한 편이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산업구조에 대응해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은 ‘Excellence Initiative’ 프로그램으로 2006~17년 사이에 6조 원 이상을 투입해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고, 중국은 ‘쌍일류 프로젝트’를 만들어 2016~22년에 18조 원을 투입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재 양성 일류 학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교육부도 ‘인공지능 대학원 프로그램’으로 이번 9월부터 3개 대학을 지원할 계획이나, 그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미미한 실정이다. 대학의 재정이 부족하므로 초기에는 정부가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학과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한국의 IMD 대학교육경쟁력 순위
한국의 IMD 대학교육경쟁력 순위

경쟁력 위해 대학 인수 합병 가능해야

세 번째, 대학 경쟁력을 저해하는 각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인재 양성을 위해 입학 정원을 조금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들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있는 규제로 인해 총 정원을 조금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규제도 개정할 때가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공개온라인강좌(MOOC) 등의 온라인 강의가 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명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 대학의 경우에 온라인 강의는 총 강좌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온라인 강의 규제’가 있다. 이것도 완화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이 많지 않으므로 세제 개선을 통해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대학에 재정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기부금 과세제도, 학생편의시설에 대한 과세제도, 교육용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과 등에서 사립대학에 혜택이 가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많은 규제들이 있으나 대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이런 각종 규제들을 완화해야 하며, 예외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대학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으며 결국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마지막으로,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쟁 없이는 질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대학교의 수는 전문대학 138개교, 4년제 대학 201개로, 우리나라의 사정상 너무 많은 대학이다.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학을 합병하거나 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일부 캠퍼스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좋은 예는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장으로, 혹은 산업체의 실습교육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평준화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고등학교에서의 영재교육도 필요하고, 자사고나 특목고 등도 자율적으로 교육을 질을 높여나가도록 허용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각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신입생을 뽑고, 커리큘럼도 독창적으로 운영해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21세기는 한 명의 우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므로, 우리의 대학 교육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여지기를 기원해 본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