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유도 방식의 여론조사는 여론 왜곡
응답 유도 방식의 여론조사는 여론 왜곡
  •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통계학 박사
  • 승인 2019.10.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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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날 사회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부는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에 대한 당위성 홍보를 하고 정당 사회단체들은 자기들 주장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근거로 여론 조사를 활용한다. 이렇게 국가 사회 문제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론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여론이란 특정 이슈에 대해 어떤 시점에 국민들의 의사를 조사하는 것으로 실제 여론의 정확한 값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여론을 조사하는 데 있어 여론조사가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표본의 대표성은 있는가, 설문 문항은 공정한가 등에 대한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사회적 이슈 조사 결과들을 분석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논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발견은 현재 두 정당(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의 경유 민주당 40% 내외 한국당 20% 내외이고, 리얼미터의 경우 민주당 40% 내외와 한국당 30% 내외로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20대 총선 전인 2016년 초에는 두 조사 모두 민주당과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두 정당의 지지율이 두 조사 모두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권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조사에서 지난 19대 대선에서 투표한 후보를 조사하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율이 60-65% 정도 나온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는 설문 문항을 한쪽 응답을 유도하는 형태로 작성하는 경우가 여러 경우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왜곡으로 여론조사의 본분을 망각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뢰성 문제에 있어 특정 시점 표본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한 조사 결과가 20%이고 다른 조사 결과가 30%로 조사되었다면 이는 통계적으로 문제가 있다. 즉 1000명 표본의 경우 95% 신뢰수준 하에서 최대 허용오차는 +-3.1% 인데 두 조사의 경우 이 구간이 겹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즉 이 경우 두 조사가 모두 틀렸거나 아니면 최소 한 조사는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아직도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의 추세를 파악할 수는 있으나 어느 시점 국민들의 여론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대표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간단한 참고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전 국민의 민의를 반영한 것처럼 주요 언론(방송·신문 등)과 정당 심지어는 정부에서도 남용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이며 자기들 정책들을 합리화하는 데 소위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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