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로 가선 안된다-한국 야당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지 마라
‘베네수엘라로 가선 안된다-한국 야당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지 마라
  •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 승인 2019.10.2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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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망해가는데도 뭉치지 못한 베네수엘라 야권, 한국의 현실은...

차베스는 소수특권층 독식에 대한 거부와 정의에 대한 갈망을 공략하여 대중을 결집시켰다. 석유에서 생겨난 이익을 자본가에서 빈민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퍼주기식 복지는 정부곳간을 비워갔고, 차베스 사후 마두로정권의 태동과 때를 같이 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매년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작년까지 실질 GDP가 49%나 감소했다. 외환보유고는 급속도로 감소했고, 빈곤층이 2014년 48.4%에서 2017년 87%로 급증했다.

그런데 경제실패를 넘어 국가위기임에도 이 나라 집권세력은 끄떡없다. 최근 집권여당은 비록 부정시비가 있지만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모두 이겼다. 여전히 마두로정권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군부가 있다. 정권을 지지하는 차비스타트(콜렉티보스로 변화)의 강력한 결속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저항하는 정치세력은 아직도 약하다. 야권지도자 과이도(국회의장)에 대한 군과 국민의 지지는 부족하다. 차베스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그의 카리스마는 너무 부족하고 이는 대중장악력에 한계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수적 색채의 야권세력에 대한 반감, 즉 과거 집권 시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한 대중들의 뿌리 깊은 반감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야권세력의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새로운 베네수엘라의 길’의 제시와 국민적 공감형성 또한 부족했다. 물론 지배세력이 보수야권을 외세의존세력이라 부르며 특히 반미감정을 더욱 조장한 영향도 크다.

여기에 더하여 결정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야권은 분열되어 있다. 야권은 과이도 지지그룹, 脫차베스소외그룹, 정통보수그룹, 친미그룹 등으로 갈라져 있다. 국가가 망해감에도 야당은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보수야권을 돌아본다. 탄핵으로 인한 국민적 반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명확한 비전하에 국민적 공감확보 역시 부족하다. 최근 조국정국의 여파로 지지율은 조금 올라가는 추세이지만 그 기반은 아직 불안정하다. 제1야당에 대한 비호감은 국민 3분의 2에 해당하는 66%다. 거기에 야권은 몇 개의 당과 세력으로 쪼개져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한 말이 머리를 맴돈다. 취임 후 2년 반이 다가오는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혹시 베네수엘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그것은 기우일까?

최근 미주기구(OAS)는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국민이 460만 명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공식 인구는 2850만 명이다. 인구의 15% 이상이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떠나도 그들은 이미 ‘우리 편’이 아니기에 ‘갈 사람은 가라’식이다. 경제의 실패를 넘어 국가의 실패임에도 이 나라 집권세력은 끄떡없고, 지지층은 여전히 환호한다.

과거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적개심으로 무장하여 우리 편과 반대편의 ‘이분법’적 통치구조와 우리 편만의 ‘공동체정신’의 통치철학으로 똘똘 뭉친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포퓰리즘의 종착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나라를 쪼갠다. 국민을 나눈다. 재정을 거덜 낸다. 그리고 결국 국가는 무너진다. 베네수엘라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그 나라가 이른바 베네수엘라와 코리아를 합친 코네수엘라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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