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정감사장에 등장한 드론 잡는 ‘재밍 건(Jamming Gun)....드론에 구멍 뚫린 국가 1급 시설
[심층분석] 국정감사장에 등장한 드론 잡는 ‘재밍 건(Jamming Gun)....드론에 구멍 뚫린 국가 1급 시설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19.10.23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석유 시설 두 곳이 9월 14일 예멘 반군의 ‘드론떼(10여대)’ 공격을 받고 불탔다. 파괴된 시설은 사우디 국영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유전이다. 사우디 하루 원유 생산량 절반(600만 배럴)이 날아간 것이다.

한국의 하루 소비량(270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문제는 ‘드론떼’ 공격이 마냥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도 이미 드론을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날려 보낸 드론 때문에 우리 군은 골치를 겪기도 했다. 북한의 드론 위협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구체화됐다. 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잇따라 북한 드론이 발견됐다.

심지어는 추락한 드론에서는 청와대 전경과 군 시설이 촬영된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다. 설사 드론을 포착해도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비단 북한이 날려 보낸 드론만이 아니라 이제는 일반인들이 날리는 드론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론 잡는 총’을 보이며 원전 변주 드론 방어 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론 잡는 총’을 보이며 원전 변주 드론 방어 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9 국정감사에서는 국방위원회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드론 문제의 심각성을 다뤘다. 국정감사장에 드론 잡는 드론 재머(Jammer)가 등장한 것이다. 주인공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이다.

9월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4개 기관 국정감사장에서 송 의원은 안티드론 장비인 드론 재머를 직접 작동.시연했다. 재머는 일종의 전파교란기로서 드론의 GPS 전파수신이나 자세제어장치를 교란시켜 떨어뜨리는 장비다. 현실적으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는 전파교란기(Jammer)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법규정상 재머 사용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에도 고리 원전에 드론이 불법 침입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9월 들어서만 해도 원전 시설과 주변 지역에서 불법 드론 비행이 4건이나 적발됐다. 그런데 현행 전파관리법상 전파 교란기를 쓰는 것은 징역 10년형까지 가능한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송 의원은 “경찰청이 최근 (재머) 6대를 구매했는데 법 규정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파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항공법령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1급시설 반경 3.6km 이내는 ‘비행금지구역’, 반경 18km 이내는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송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3년간 원전 주변에서 무단으로 비행.출현한 드론은 총 16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비행기가 추락해도 거뜬할 정도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드론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 1급시설에 드론이 침입하는 것은 큰 문제다.

만약 정유시설이나 석유탱크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석유화학공장은 폭발성과 유해성이 강한 물질을 다루고 있다. 만약 폭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에는 스리랑크인이 날린 풍등으로 고양 저유시설내 석유 260만 리터가 17시간 동안이나 불탄 적이 있다. 이석기 전 의 내란음모 수사에서도 석유 저장시설은 1차 공격 대상이었다.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석기 전 의원은 2013년 서울의 한 교육관에 130여 명의 추종자들을 불러 모은 뒤 경기도 평택의 유류저장고 등 주요 기간 시설을 공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북한 고첩 등 불순세력이 드론으로 국가 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상상이 이제 더 이상 상상에만 그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정유시설 등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방어 대책은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드론 어떻게 잡아야 하나

2015년 8월 28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는 공지 통합화력시범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참관하는 군으로서는 가장 큰 행사였다. 같은 시각 오산의 공군작전사령부의 전구항공통제본부(HTACC)의 대형 화면은 붉게 변하면서 경고를 울렸다. 북으로부터 미상의 비행체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미상의 비행체는 휴전선을 들락날락하면서 날았다. 공군은 즉각 북한이 날려 보낸 무인기로 판단하고 전투기를 긴급 이륙시켰다.

그러나 워낙 작은 비행체(드론)라서 공군 전투기로는 포착할 수 없었다. 전투기에 탑재된 레이더는 제자리 비행하거나 저속의 드론은 비행체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탐지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군은 헬기를 올렸다. 육안으로 확인하고 산탄총으로 격추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드론은 휴전선을 넘나들고 있었고 산탄총의 사거리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이란 무인기를 격추한 미 해병의 차량탑재형 LMADIS 드론킬러.
이란 무인기를 격추한 미 해병의 차량탑재형 LMADIS 드론킬러.

그 후로도 북한은 무인기를 주기적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던 중 아군의 지대공 방공무기에 포착된 드론이 흔들리면서 추락했다. 표적지시용 강한 전파에 교란당한 것이다. 이에 착안하여 우리 군은 휴전선 일대와 청와대등 중요시설에 드론 탐지용 레이더와 전파교란용 재머를 설치했다.

미군의 경우 드론 대책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했다. 드론 잡는 드론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레이저도 이용해 봤지만 문제는 한두 대의 드론이 아니라 수십 대 수백 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이 전파교란 통한 재밍(Jamming)이었다. 고출력 전파를 이용한 재밍은 드론의 GPS 수신 장치와 자세제어 장치 등 전자장비를 교란시켜 추락시킬 수 있었다. 드론 숫자에 상관없이 말이다. 미 해병대는 차량 탑재형 재머를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렀다.

이란은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드론(순항미사일)으로 공격했다. 미국의 경제 압박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영국 유조선도 피격 당했다. 사우디 정유시설을 공격한 드론(순항미사일)도 예멘 반군보다는 이란이 배후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이란은 드론을 군사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는 미 해병 11원정대 2200명을 강습상륙함 USS BOXER(LHD 4)에 태워 급파했다. 그런데 이란은 미군의 강습상륙함에까지 드론을 날려 보냈다. 미군은 이란의 드론을 격추했다. 지난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 드론이 BOXER함(미 해병대 강습상륙함)에 1000야드(약 914m) 정도까지 접근하며 위협해 방어적인 행동을 취했다”면서 “이란 드론은 즉시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선 드론 전쟁이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미국의 군사전문 밀리터리닷컴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시킨 무기는 미 해병대가 새로 도입한 ‘경(輕)해안 대공통합 시스템(LMADIS)’이라고 보도했다. LMADIS는 차량 탑재형 지향성 전파교란기다. 구성을 보면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여 드론을 탐지하고, 피아 식별 후에 고출력 전파를 이용하여 드론을 격추하는 장비다. 미군이 재밍을 통해 드론을 격추한 첫 번째 실전 기록이다.
 

레이저 무기로 드론을 잡는다는 방사청

현재까지 드론 잡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출력 전파를 이용한 재밍이다. 미국도 여러 형태의 재밍무기를 실전배치하려고 준비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9월 17일 ‘레이더 대공무기’ 체계 개발 사업 착수를 공식화했다. 이 사업에 약 880억 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1차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을 뿐 아니라 별도의 탄 없이도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하다. 1회 발사 비용이 약 20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비용의 장점을 거론한 것으로 레이저 대공무기가 드론 격추에 얼마나 어떻게 어떤 규모로 효과적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지금까지 레이저 무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연구되었지만 아직 실전 배치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아담은 1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 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 무기를 연구 중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레이저 무기들은 모두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이저는 군에서 표적 지시용이나 열추적 미사일 교란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요격용 레이저 무기라는 것은 일종의 열에너지를 이용한 것으로 목표물을 열로 녹여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미사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파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레이저 무기로 ‘드론떼’를 어떻게 요격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군이 드론킬러로 레이저가 아닌 고출력 재밍을 이용하는 것은 디펜스 존을 형성하여 수많은 ‘드론떼’ 공격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 측면에서 방위사업청의 소형 드론을 잡기 위한 레이저 대공무기 사업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파괴된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파괴된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군사용 무기로서의 드론

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 독일은 부족한 공군력을 대신하여 보복무기(Vergeltungs waffen)를 개발하여 영국을 폭격했다. 그 첫 번째가 V-1이었다. V-2가 탄도미사일이었다면, V-1은 순항미사일이었다. 포괄적으로 본다면 나치 독일이 사용한 V-1은 실질적인 공격용 드론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순항미사일과 드론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무인항공기에 폭탄을 장착하면 사실상 순항미사일처럼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드론은 멀티콥터라고 정의한다. 레저용과 방송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멀티콥터는 콘트롤 반경이 멀어야 7km 내외다. 수백km를 날아갈 수는 없다.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드론은 멀티콥터가 아니라 날개형 무인항공기다. 수천km도 날아갈 수 있다.

군사용 드론(무인항공기)이 첫 성과를 거둔 전투는 레바논 베카계곡 전투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의 베가계곡에서 SCOUT 무인항공기를 이용하여 시리아의 방공망을 교란시켰다. 이스라엘은 전투기에 앞서서 SCOUT 무인항공기에 전파발신기를 부착하여 베카계곡에 침투시켰다. 시리아군 미사일부대가 이스라엘 무인항공기를 추적하는 동안 뒤따르던 이스라엘 전투기는 시리아 방공시설을 폭격하여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을 이용하여 시리아가 보유한 17개의 미사일 기지 중 15개의 미사일 기지를 표적 획득 및 화력 유도를 통하여 파괴하였다. 이 전투에서 이스라엘 드론의 성과를 본 미국도 본격적으로 드론을 군사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9·11 이후 대 테러전은 사실상 드론이 수행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탈레반 군사시설과 요인 상당수를 드론이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미 군사적으로는 드론은 보편화 되었다.

이라크 아프간 전에서 미군은 탈레반과 테러리스트 약 3000명을 드론으로 사살했다. 일명 kill-chain의 핵심 역할을 드론이 수행하고 있다. 드론은 적진에 대한 탐색과 공격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드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무인항공기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무인항공기는 드론의 한 분야일 뿐이다. 미군은 수중 탐색용 드론, 항만 경계용 수상 드론 등 각종 드론을 개발하여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공군기지 경계에도 미군은 드론을 사용한다. 미군뿐만 아니라 중국도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중공군 창군 70주년 퍼레이드에서 중국은 신형 드론을 선보였다.
 

발등의 불, 정유시설 보호책

현재까지 드론은 주로 원격 제어를 통해 조종한다.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인 글로벌호크, 정찰 및 공격 무인 항공기인 MQ-9 리퍼 등도 모두 인간에 의해 제어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드론은 공상과학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능형 드론이 된다. 자동차도 자율 주행하는 세상이다. 지능형 드론이 전투에 투입될 경우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국내 드론 시장은 중국 제품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가격과 성능면에서 월등하다. 시장성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국가안보와 해킹을 문제 삼아 중국산 화웨이 제품을 미 정부기관에서 사용치 말라고 경고했다. 만약 중국이 중국산 드론을 통해 영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드론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와 드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안보상 문제 등 여러 악재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발전과 정유시설 등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방호책은 다시 세워야 한다. 근본적으로 비행금지구역에서는 드론을 날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드론 전문가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비행금지구역에서는 비행할 수 없도록 드론에 프로그램을 심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법 규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반대로 드론킬러인 재머 사용에 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전파 관련 규제법을 빨리 손봐야 한다.

이제 전쟁 발발 시 가장 먼저 타격 대상은 군사기지가 아니다. 발전시설과 정유시설이다. 국가기간망을 한순간에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순항미사일) 공격은 이제 한국에도 발등의 불이다. 국내 발전시설과 정유시설에 대한 방호책을 원점부터 재고해야 하는 시점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