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제는 대전환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사이즈를 키워라
[경제! 이제는 대전환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사이즈를 키워라
  •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 승인 2019.11.07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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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위메프, 우아한 형제들, 비바 리퍼블리카, L&P 코스메틱, 지피클럽, 야놀자. 이들 기업은 기업가치 1조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려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3곳에 불과했으나 1년 사이 세 배인 9개 사로 증가했고 이커머스, O2O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핀테크, 게임,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바람을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기업 자체에 그치지 않고 저성장에 돌입한 경제 전반의 활력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큰 의미를 가지기에 고무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 역시 스타트업의 성장인 스케일 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로서 ‘제2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해 2022년까지 신규 벤처투자를 연 5조원으로 확대하고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한 금융 지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 필요

사실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과 달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스타트업 게놈이 발표한 2019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각각 50억 달러, 1.6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인도 벵갈루루, 일본 도쿄와 같은 주요 아시아 도시는 물론 서울보다 크기가 작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조차 서울의 3~5배의 가치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이 도시 인적자원 경쟁력에서 세계 114개 도시 중 10위를 기록하고 연구개발투자와 정보통신기술 접근성에 100점 만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만 한 성적표이다. 현재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뛰어난 인력과 기술을 활용할 수 없는 제도 및 규제이기에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먼저, 규제개혁이다.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기도 했으나 보다 큰 틀의 규제시스템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여전히 세계 100대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 중 13개는 금지됐고 18개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므로 규제환경의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 또한 기존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정치적 부담 역시 크다. 그러나 사업환경의 낮은 경쟁력은 기업의 탈한국의 이유로 작용한다.

국산 자율자동차 ‘스누버’를 개발한 토르 드라이브가 미국으로 이전했고 헬스케어 기업들이 처음부터 사업 기반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찾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투자의 대상인 스타트업 자체의 탈한국화는 투자자본의 한국 유치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토대인 규제와 제도 개혁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스타트업 투자 회수를 위한 M&A 활성화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투자금의 낮은 회수가 지적된다. 단적인 예로 한국 유니콘 기업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유니콘 기업에서 IPO 또는 M&A로 졸업한 기업은 현재까지 없다. 기업 회수보다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M&A의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 해외기업의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협소한 내수시장으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벤처기업에 비해 크지 않으므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혁신의 필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요즘 벤처 및 대기업의 상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금산분리 및 규모 기준 규제 등 과거 정책기조의 적절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수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와 투명한 거래진행을 통해 대기업 역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내의 사람이다. 스타트업의 핵심은 새로운 사업 모델 또는 기술로 보이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주체인 사람에 달려 있다. 기업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창업자의 주도적 경영권을 보호하는 차등의결권이 상장기업에도 필요하다. 차량공유의 대표 기업인 우버와 리프트는 상장으로 유니콘기업을 졸업하면서 다른 선택을 보였다.

차등의결권을 리프트는 도입했지만 우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처럼 활용 여부는 기업에 달려 있지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자체에 제도의 의의가 존재한다. 또한 보다 많은 기업가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재도전을 허용할 수 있는 금융 지원 방안 외에도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대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타난 독보적 스타트업은 마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능력을 보여 줬던 스포츠 스타들을 떠올리게 된다. 다른 국가에 비해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낸 성과에 환호를 보내지만, 시스템과 제도를 개혁하지 못해 새로운 스타를 기대하기 어려운 과거로 회귀하고 있음을 경험했다. 이는 혁신 산업과 기업환경에도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유니콘들을 찾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의 스케일 업을 기대한다.


스타트 업(start-up) 기업이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 붐이 일었을 때 생겨난 말로, 보통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지칭한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매출은 있어도 순이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고 창업 초기에는 외부 펀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유니콘(Unicor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많은 스타트업 중 크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드물어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카헤일링 MSP인 우버(Uber)나 국내의 쿠팡(Coupang), ‘야놀자’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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