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듣는다]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국민이 걱정하는 나라"
[싱크탱크로부터듣는다]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국민이 걱정하는 나라"
  •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19.11.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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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의 와중에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기가 끝나가고 있다. 지난 2년 반의 국정운영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역할 전도이다.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결과는 정치, 경제, 안보, 외교 어느 한 분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총체적 위기 상황(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데는 이념과 지도자의 리더십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취임사에서 평등, 공정, 정의를 언급한 바 있다. 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리더십은 이념과 비전에 기초한다. 국정의 성패는 국민의 의식수준과 지도자의 리더십에 의존한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도자의 국정철학을 국민이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리더십은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임기 전반기 국정운영에서 드러난 내용을 10대 항목으로 구분해 정리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들

첫째, 지도자의 언행일치이다. 대통령의 약속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지켜져야 한다.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탕평인사’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처음부터 지킬 수 없었는데도 약속한 것이라면 이는 정치도덕성의 문제가 된다.

둘째, 책무성이다. 인사검증이나 정책실패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책무성이 낮은 것이다. 추천한 인사의 낙마는 물론이고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2명에 이르는 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그 사례이다.

셋째, 도덕성이다. 정직은 도덕의 핵심이다. 도덕이 살아 있으면 특권과 반칙이 활개 칠 수 없다. 불법과 위법보다 나쁜 것이 거짓과 위선이다.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가 그러하다.

넷째, 이중성이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내가 하는 것은 되고 남이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이중적 태도는 안 된다.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논쟁이 그러하고 5대 인사기준이나 7대 인사기준 적용에서도 이중 잣대를 보인 것이 그 사례이다.

다섯째, 공정성이다. 법 적용은 공정해야 한다. 친정부 인사나 민주노총의 위법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면서, 지난 정권 인사에 대해 가혹한 처벌은 공정한 법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별건 수사가 그렇다.

여섯째, 포용과 용서이다. 포용과 용서는 국민통합의 원동력이다. 대통령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 그래서 포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광범위하고, 장기간 계속되는 적폐청산이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곱째, ‘사법부의 정치화’ 현상이다. 특정 성향 법조인 출신 인사의 주요 보직 중용은 사법부의 정치화와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최근 웅동학원 비리 관련, 영장 기각에 대한 찬반 양론은 사법부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여덟째, 청와대 참모들의 월권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직분인 대통령 보좌에 전념해야 한다. 비서실을 정부 부처로 착각해 각 부처가 할 일을 청와대 비서실이 대신 하거나 권한 밖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민정수석의 헌법개정안 발표가 그 사례이다.

아홉째, 큰 정부와 국가주도 발상이다. 공무원 증원에서 보듯, 큰 정부는 규제만능주의를 유발한다. 큰 정부는 필연적으로 공무원 증원, 조직, 예산, 규제 확대를 가져오면서 정부효율성을 낮추고 시장왜곡을 초래한다.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열번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이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2년 반이 지나도 결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그 정책은 거둬들여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그러하다.
 

임명된 지 39일 만인 10월 14일 사퇴한 조국 전 법무장관. 그의 위선적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임명된 지 39일 만인 10월 14일 사퇴한 조국 전 법무장관. 그의 위선적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민 공감 없는 일방정책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 초래

문재인 정부는 국정이념과 철학 그리고 정책에 이르기까지 기존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자유’에서 ‘평등’으로 국정이념과 국정철학의 기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또한 일시에 많은 것을 바꾸려다가 국정 전반에 걸쳐 위기 상황(perfect storm)을 초래했다.

국방안보정책은 대북 유화책으로 일관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실현과 국방력 강화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방력 강화이다. 하지만 ‘평화를 위한 대화’에 우선하다보니 현실은 국방력 강화가 아니라 안보의식과 군인정신 이완 그리고 군사력 약화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범에서 보듯이 동맹이 부실해지면 북한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우리를 넘보게 된다.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였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은 실업자 증대·소득양극화 심화로 나타났다. 공정경제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규제정책은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면서 경제생태계까지 교란시켰다. 여기에 재정건전성까지 약화시켰다. 실업문제, 고용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선심성 일자리정책과 예타 면제 등 다양한 지역정책에 돈을 썼으나 효과는 낮았다. 나아가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위축과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다.

교육정책은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삭제와 ‘대한민국수립’을 ‘대한민국정부’수립으로 교과서를 개편함으로써 국가의 지향가치와 정통성을 약화시켰다. 고교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자사고’ 제도는 계승·발전시키기보다 거꾸로 폐지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 대학입시제도는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비중 상향’을 언급하자 이에 맞추려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과학기술정책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외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한 새로운 혁신전략을 추구하기보다 과학기술계를 관리·통제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효율 혁신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

환경정책은 과학적 분석보다 특정 이념이나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에 동조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원전을 포기하고 그 생태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같은 논리로 홍수 예방, 쾌적한 환경, 수자원 보호 역할이 큰 4대강 보 해체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미세먼지 정책은 적극적 예방대책보다 수동적 대책에 머물러 있다.

고용·노동정책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질서 정립과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친노조 정책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노사관계는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 노동개혁이 필수적이지만 개혁은 더 멀어졌다. 노동개혁 없이 경제 활성화가 힘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지정책은 복지의 양적 확대, 현금복지 증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집약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히 선심성 무상복지와 현금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국가재정 부실화, 노동인센티브 약화, 정부의존도 심화 등 문제를 야기한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부담 경감의 질병 치료에 중점을 둠으로써 의료쇼핑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유발했다.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복지정책과의 균형정책이 긴요한 상황이다.

문화정책은 ‘사람이 있는 문화’를 정책기조로 채택했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헌법가치와 자율, 다양성, 창의의 문화가치와의 연계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은 친정부 여부로 양분됐다. 이념 편향성의 지상파 방송이 진실을 알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유발함으로써 유튜브 방송의 활성화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한편 사회갈등은 구조적 갈등에 더해 일자리 갈등과 젠더 갈등이 겹치면서 사회혐오 현상까지 유발하고 있다.
 

과감한 국정방향 전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리당략에만 매몰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의 국정운영은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임기 초에는 적폐청산으로 최근에는 조국 사태와 공수처법 제정 이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으로 협치보다는 대립만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도 둘로 갈라졌다.

대통령과 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공수처법 통과를 요구하고 제1야당은 공수처법은 대통령의 권한 확대와 독재로 가는 법이라면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내걸고 있지만 대신 공수처법에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공수처에 부여하고 있다.

정권의 시녀를 막기 위한 공수처법 도입이 오히려 검찰보다 더 강한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위험성뿐만 아니라 위헌(違憲) 시비도 일어날 수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공수처법 제정이 아니라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의 인사권 독립이다. 그래야 검찰이 정치중립성을 확보하고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가 여의치 않자 제1야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등장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 간 타협의 산물이다. 국민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반발하자 현행 국회의원 수 300명은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10% 늘린 330명까지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군소정당이 동조하고 있다. 군소정당은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패스트트랙을 통과시킬 때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지키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소한 국민에게 약속한 국회의원 수 300명은 지켜져야 한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어깨에 달려 있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국민의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주어진 상황이 어렵더라도 국민이 합심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정부 여당 역시 임기 전반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임기 후반기에는 평가 결과를 반영한 과감한 국정방향 전환과 정책 수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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