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론의 허구 : 독일 통일에서 배우는 교훈
민족공조론의 허구 : 독일 통일에서 배우는 교훈
  • 미래한국
  • 승인 200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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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朴相鳳 (독일통일정보연구소(IUED) 대표)
▲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

대한민국 통일정책의 주요 인사들이 ‘흡수통일 절대불가’, ‘흡수통일은 민족의 재앙’이라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통일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일통일을 흡수(Absorption)라고 부르게 된 것은 통일 후 일정시간이 지나서였다. 통일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이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게 되자 언론은 특종 경쟁이라도 하듯 이를 들춰내 보도하기 시작했다.

흡수라는 개념의 등장과 함께 동서독 통일이 잘못되었다는 시각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구동독 공산 권력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비판적 좌파 지식인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강자인 서독이 약자인 동독을 남김없이 흡수해 지배해 버렸다는 시각이다. 통일방안을 둘러싸고도 여야 간 논쟁은 불가피했다.

기독통합당(CDU/CSU)을 중심으로 한 정부 여당이 기본법 23조를 근거로 한 방안을 주장했던 반면, 야당이었던 사민당(SPD)은 당내에서도 146조에 의한 통일을 주장했다.


독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택해

이 두 방안을 놓고 독일 사회에는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하지만 독일 민족은 23조에 의한 통일을 원했다. 서독에 자유와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23조의 대안으로서 146조를 근거로 한 통일은 통일의 기회를 무산시키고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독일 통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은 이런 언론의 특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처럼 독일 통일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주로 구더기에 관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판적이고 예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언론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일의 현장 속에는 구더기 보다 훨씬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장맛 이야기가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다.

이것은 독일 통일 15주년을 맞아 독일의 공영방송 ZDF가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서독인의 82%, 동독인의 91%가 동서독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통일과 관련해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왜, 통일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더 이상 굶어죽는 동포들이 없도록, 탈북자가 없도록, 자유롭게 여행하고 부도덕한 권력을 비판할 수도 있도록, 북한동포도 정치지도자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범으로 몰려 수용소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등이다.


통일한국, 국제사회와의 협력 필수적

즉 통일을 이루어 남북한 7천만 민족 전체가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다. 동독인이 서독연방체제로의 편입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서독사회가 이루어낸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치적 자유 그리고 사회적 평안을 공유하기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 통일정책의 기조는 민족공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외세의 영향을 배제하고 민족끼리 통일을 이루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민족공조에 민족은 보이지 않는다. 통일한국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통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일된 한국이 어떻게 2천2백만 북한주민과 더불어 경제를 일으키고 이루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낙후할 대로 낙후한 북한경제를 재건해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교훈하고 있다. 적어도 통일은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가 절대적이다. 독일은 우리와 다르다는 막연한 주장으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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