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대인의 돈, 유대인의 경쟁력
[서평] 유대인의 돈, 유대인의 경쟁력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1.2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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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하면 탈무드, 독특한 교육, 아우슈비츠의 비극, 비즈니스에 탁월한 사람 등의 이미지를 우선 떠올린다.

다이아몬드 가공업, 금융업 등 큰돈이 오가는 사업은 물론 미국 유명대학의 로스쿨, 월스트리트, 노벨상 및 백만장자, 미디어 및 영화계, IT업계에도 유대인의 비중이 아주 높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신문왕 퓰리처,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유대 혈통이다. 구겐하임 가, 조지 소로스 등 통 큰 자선가와 기부자도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유대인의 활약상은 이처럼 눈부시다. 가히 세계를 움직이는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하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박해를 받아왔고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이들이 성공을 하고 부를 축적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은 ‘죽기 직전까지도 돈벌이 생각을 머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만물을 주재하는 존재가 하느님이라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하느님은 곧 돈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만드는 사람들이고, ‘의문은 지혜의 문을 여는 배움의 열쇠’라 믿고 주변 상황에 대해 늘 질문하고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이들은 투기나 도박, 사기 등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절대 금기시한다, 유머를 중시하며 적도 친구로 삼을 만큼 관용적이다, 풍성한 만찬을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며 삶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어리다고 무조건 무시하지 않고 젊은이의 의견을 높이 산다, 사랑을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며 결혼할 때 돈만 많은 사람보다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을 선택한다 등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과 인생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성공과 부를 움켜쥔 유대인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명한 유대인 연구가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 창의적인 비즈니스, 진취성, 처세술, 자녀교육, 인생철학 등의 여섯 파트로 나누어 유대인의 경쟁력을 다루고 있다. 유명 인물들의 일화와 탈무드 등을 통해 돈과 비즈니스에 대한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배우는 것은 물론 우리가 잘 몰랐던 유대인의 철학, 인생관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
 

9-10쪽) 돈은 화폐이자 한 사람이 소유한 물질적 자산의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다. 따라서 돈은 그저 돈일 뿐, 귀한 돈과 천한 돈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 돈에 관한 유대인의 생각이다. 그들은 잡역부나 등짐을 지는 일을 비천한 일로 여기지 않을뿐더러 상점 주인이나 회사의 사장을 대단히 잘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돈은 누구 주머니에 있건 다 똑같은 돈이고, 내 주머니에 있던 돈이 다른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해서 다른 성질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설령 자신이 현재 하찮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유대인은 돈에 관해서 자신들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다. ‘돈에는 이름도 없고 꼬리표도 없다’고 여기는 그들은 스스로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떳떳하다고 믿으며 만족감도 느낀다. 그러므로 그들은 가능한 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짜낸다.


12-13쪽) 셈이 빠른 사업가는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으면 분명히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대인 사업가 이시도르 스트라우스Isidor Straus는 여성층을 타깃으로 사업을 벌이는 수완이 탁월했다. 그런 특별한 사업 재능 덕분에 그가 세운 회사 메이시스Macy’s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백화점으로 성장했다.  소년공으로 일을 처음 시작한 스트라우스는 어른이 되어 작은 상점의 점원으로 근무하면서 여성 고객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현상을 파악했다. 남성이 여성과 함께 쇼핑을 오면 상품을 구입하는 결정권은 모두 여성에게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았다.


그는 여성층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자본금이 마련되었을 때 바로 여성 패션, 핸드백, 화장품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작은 상점 ‘메이시스’를 오픈하여 운영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니 그의 예상대로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스트라우스는 전과 다름없이 계속해서 사업의 규모를 넓히며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그 결과 회사의 매출액은 급속도로 늘어갔다. 그는 사업 경험을 살려서 다이아몬드와 금은 액세서리 등 고가의 귀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뉴욕에 소재한 메이시스 백화점 안에는 모두 6개 층에 매장이 개설되어 있었는데, 다이아몬드와 금은 액세서리 전문매장 한 층, 화장품 전문매장 한 층, 여성복 전문매장 두 층으로 구성했고, 나머지 두 층에는 갖가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꾸몄다. 이처럼 메이시스 백화점 매장의 대다수는 여성을 위한 상품이 차지했다. 스트라우스는 30여 년 만에 메이시스 백화점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백화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는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설정했기에 이룬 성과다.


19쪽)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구두 회사 두 곳은 태평양 도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회사는 각각 현지 시장 조사를 위해 세일즈맨 한 명씩을 섬에 파견했다. 프랑스 회사의 세일즈맨은 섬에 도착한 직후에 섬 주민이 모두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몹시 실망했다. 그래서 이튿날 회사 사장에게 전보를 보냈다.

‘이 섬에는 신발을 신는 사람이 없어서 시장 잠재력이 크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섬을 떠났다.

반면 이스라엘 회사의 세일즈맨은 섬에 도착해서 맨발로 다니는 주민들을 보고는 미친 듯이 흥분했다. 구두 시장의 잠재력이 아주 큰 곳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다음날 바로 사장에게 자신감이 충만한 내용을 담아 전보를 쳤다.

‘이 섬의 주민은 아무도 신발을 신지 않는 걸로 보아 시장 잠재력이 아주 크니 제가 이곳에 체류하겠습니다.’  이 세일즈맨은 시장을 내다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기에 ‘무(無)’에서 ‘유(有)’를 발견할 수 있었다.


25-26쪽) 유대 민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우스개 이야기 중에는 그들의 똑똑함과 관련된 것이 매우 많다.  펠러feller라고 불리는 한 유대인은 77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행동이 꽤 흥미롭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신문에 작은 광고를 내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했다. 광고 내용은 자신이 곧 천국에 갈 예정이므로 천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할 말이 있는 사람은 1인당 100달러를 내면 전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뜻밖에도 이 광고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무척 많았다. 사람들은 펠러의 집으로 몰려들었고 천국에 있는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에게 전했다. 그 결과 펠러는 죽기 전에 무려 약 10만 달러나 벌었다. 아마 며칠만 더 늦게 죽었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펠러의 유언도 매우 특별했다. 또 신문에 광고를 실어 달라고 했다. 대단한 신사 한 분이 고상하고 지적인 여성과 한 무덤에 같이 매장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광고가 나가자 정말로 한 귀부인이 나타나서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그와 합장되기를 원했다.  죽기 직전까지도 돈벌이 생각을 머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이다.

앞서 말했듯이 유대인은 만물을 주재하는 존재가 하느님이라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하느님은 곧 돈이라고 믿는다. 하느님을 숭배하는 행위는 유대인의 삶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돈은 바로 그 하느님이 준 선물이라고 여기므로 돈을 떠받드는 것이다.


32-33쪽) 운은 우연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돼서 공돈 2,000달러가 생겼다면 그건 운이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원래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려다가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그에게는 정말로 뜻밖의 일이었고 페니실린은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복권에 당첨된 일과 페니실린을 발견한 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복권에 당첨된 건 정말 의외의 일이고 완벽히 운이다. 그러나 페니실린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운 외에 기회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이 보였을 반응을 예상해 보자. 페니실린을 포도상구균 연구를 방해한 군더더기라고 여기며 무시하거나 페니실린에 호기심을 보이며 연구를 진행하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전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아마 페니실린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플레밍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기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41쪽)《탈무드》에는 ‘거래는 목적에 충실하게 하며, 단순히 거래를 위한 거래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래의 기본 원칙이 밝혀져 있다. 즉 돈만 밝히는 상인이 되지 말고 도덕적인 상인이 되라는 말이다. 이는 거래할 때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 도덕과 선행임을 가르치는 대목이다.

구매자는 최상의 제품을 사려고 하고 판매자는 일단 판매한 물건은 반품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구매자의 입장에서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반품할 권리도 당연히 있다. 판매자가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미리 공지했음에도 구매자가 기어코 그 물건을 구입했다면 이후에 문제가 발생해도 교환할 수 없다. 이런 점은 구매자와 판매자 양측이 알아서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사기를 당하는 것과 알면서도 손해를 입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탈무드》에서는 거래할 때 구매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62-63쪽) “어리석은 자는 기회를 놓치고, 현명한 자는 기회를 잡는다. 약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강자는 기회를 만든다.” “비관적인 사람은 기회 이면의 문제만 보고, 낙관적인 사람은 문제 이면의 기회를 본다.” 이 두 문장은《탈무드》에 나오는 명언이다. 낙관적인 사람은 눈앞의 문제도 보지만 문제 속의 기회도 볼 줄 안다는 뜻이다.

유대인 섬유 공장에서 직원들이 실수로 모직물에 흰 점이 생긴 불량품을 몇 필이나 생산했다. 이는 심각한 문제였기에 규정에 따라 옷감을 출하하지 않고 폐기시킬 수밖에 없었다. 공장 사장이 불량품을 소각하려고 들고 가자 한 직원이 사장의 사무실로 따라가서 자기가 그것들을 싼값에 사고 싶다고 했다. 사장은 두말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직원은 불량 옷감에 ‘눈꽃’ 모직물이라는 꽤 예쁜 이름을 붙여서 정상 모직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내다팔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패턴의 모직물에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 장사를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금방 옷감이 동났다. 그 이후로 눈꽃 모직물은 유행 패션 아이템이 되었고 그 직원은 ‘불량’ 모직물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차려서 부자가 되었다.


74-75쪽) 어떻게 하면 부자들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유대인의 상법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신세 한탄만 하지 말고 부자의 세상으로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짜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가난 때문에 생긴 근심을 버리고 부자들의 마인드를 배우고 그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생각하는 태도를 지니라는 뜻이다.

유대인 사업가는 부자들의 뭉칫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박리다매 전략은 쓰지 않는다. 박리다매 경쟁은 결국 자신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긴다. 저가로 판매하는 전략을 고려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길 방법은 왜 고민하지 않을까? 모두가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느라 점점 가격을 내리면 업체는 차츰 경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더구나 제한된 시장에서 소비자의 소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을 아무리 내려도 살아남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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