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
[리뷰]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2.0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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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자본주의 성장 시대의 주류 마케팅이 흔들리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가 불러온 불확실성은 마케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1940년대 이후 얼마 전까지 성장의 시대에 유용하게 쓰이던 마케팅 전략과 기법들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새로운 시장에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은 불안함 속에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마케팅을 찾아 계속 실험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지구환경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 정보의 수평화, 초세분화 시장, 고객의 의식변화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사회와 시장이 등장하면서 자본주의 성장 시대의 주류 마케팅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은 지속가능경영(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의 등장과 2008년 마케팅 석학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그 시작은 더 이전으로, 2000년대 초부터 서서히 무한성장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의 한계와 함께 그 징후를 드러냈다. 시

장 성장의 주역이자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며 이윤추구의 도구로만 인식되던 마케팅은, 마케팅의 전환을 알리는 위의 다섯 가지 징후가 본격화되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회적인 역할을 강제 받고 있다.


마케팅에 대한 모두의 오해와 성장의 시기에는 몰랐던 마케팅의 본래 의미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30여 년간 자본주의 영광의 시대를 안내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마케팅 정의가 있었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마케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기업과 마케팅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모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 오해로 인해 기업은 자신들의 폭력적인 무한 이윤추구 활동을 오랫동안 정당화해왔고, 소비자들도 이를 당연히 받아들여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시대로 진입한 데다 기업 안팎에서 일어난 변화로 인해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전과는 다르게 시장에서 기업과 제품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에 기반을 둔 마케팅 모델들은 판매를 위한 전략으로서, 영리를 꾀한다는 기업과 마케팅의 목적은 달라진 바가 없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에 의한 기후변화, 사회 불평등, 공동체 해체 등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한 결과 나타난 문제들이 지금처럼 개인의 삶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기업이 자신과 사회를 위해 왜 존재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이 다시 등장했고 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와 기업의 관계, 사회 속에서 기업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 “기업이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순수하게 독립된 조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기업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기업의 역할을 다시 보면 기업과 마케팅의 영리화는 제한적 사고에서 비롯된 협소하고 편의적 발상임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제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조직이나 개인이라는 이기적인 주체에서 고객, 관계자, 사회 등 이타적 주체로까지 가치의 대상이 확장되었다.”며, “우리는 성장의 시기에는 몰랐던 마케팅의 본래 의미를 자본주의가 성숙된 위기의 시대에 다시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사회가 변했다, 마케팅도 진화한다
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마케팅에 대한 관점에서 주요 전략과 기법까지

이 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전환’에 주목하여, 자본주의 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마케팅의 정의와 모델들을 사회 패러다임이 전환된 시장에서 다시 해석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가치와 역할을 찾을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마케팅의 핵심 가치를 ‘공개’, ‘개성’, ‘연결’, ‘진심’, ‘배려’, ‘다양’, ‘탄력’, ‘분산’, ‘공감’으로 꼽으며, 일사분란하게 시장을 지켜온 ‘경쟁’, ‘이익’, ‘집중’, ‘표준’, ‘단일’, ‘설득’은 그만 물러나야 할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주요 내용은 ‘전환-방향-방법-제안’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마케팅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해결과 변화’라는 가치와 원칙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마케팅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지금 적정한 마케팅이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 전환의 시대에 주목해야 할 마케팅 이슈 5가지, 그리고 주요한 마케팅 전략과 기법들을 소개한다.

1부 ‘전환’에서는 황금을 좇는 마케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직관들과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마케팅 이슈, 그리고 효율과 최대치를 추구하는 마케팅에서 적정한 마케팅으로 돌아서야 할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방향’은 그럴듯한 논리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기술이 될 마케팅 모델을 설명한다. 시장이 아니라 생활에, 선형이 아니라 늘 생성하며 순환하는 나선에 주목한다.

3부 ‘방법’은 조금 더 구체적인 기술이자 전술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방법들이 나와 있고 나올 수 있지만 ‘전환’에 걸맞게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쓰여야 할 방법들을 소개한다.

4부 ‘제안’은 삶의 길을 알려주는 인문학에 마케팅을 연결하여 마케팅에 대한 관점과 자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이 ‘변화’를 강조하는 기존의 마케팅 책들과 다른 점은 ‘더 나은 부정’이다. 판매와 경쟁의 숭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익을 위해 의미(Mission)와 관계(Relation)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의미와 관계를 위해 이익을 다룬다. 그래야 진정한 ‘전환’이기에.


전환의 시대에 주목해야 할 마케팅 이슈 5가지

미션 : 미션이란 고객이 행동해야 할 이유와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기업과 제품의 가치와 목적을 묻는 ‘왜’라는 물음에 답하는 기업 및 제품의 철학이다. 기업은 ‘왜?’, 제품은 ‘왜?’ 시장에 나와야 하는지, 편익을 넘어서 고객이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안하는 일이다. 마치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이유를 찾듯 이제는 기업과 제품도 사회 안에서 분명한 자기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비선형적 혁신 모델 : ‘시판 〉 시험 〉 개선’이라는 과정의 순환을 이어가는 것으로, 고객과의 관계와 고객의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정되어 있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하고,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기회에 주목한다. 비선형적 모델에서 중요한 점은 유연성과 연결성이다. 고객의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고 또다시 고객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순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사이 새로운 마케팅 모델로 활용되는 디자인 싱킹, 애자일, 린 스타트업, 그로스 해킹 등이 모두 비선형적 혁신 모델에 속한다.

탄력적 네트워크 : 전통적이고 수직적인 대규모 조직에서 시장의 반응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전문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획일화되고 고착화된 구조에서 개성과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트워크는 이러한 변화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기업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기업이 모든 것을 갖춰야 했던 예전과 달리 모든 것을 갖출 필요 없이 협업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음을 뜻한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된 시장에 맞춰 고객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

가치로 연결되는 관계 : 지금까지 고객에게 제품이 지닌 편익만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제품에 담긴 가치는 생산자와 고객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은 생산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긴 편익을 누리며 그 가치에 공감하는 관계가 된다.

인간적인 제품과 판매방식 :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적인 제품과 판매방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량생산보다는 수공업 제품이나 DIY를 선호하며, 판매방식에서는 스토리텔링과 메이커 스토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나라 미국에서도 소비지출의 91%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어났고, 미국 소비자 85%가 “온라인 쇼핑보다 오프라인 매장 쇼핑이 좋다.”고 답했다(2017년 기준).

이는 사람들이 이성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행동을 결정하기보다는 감성에 따라 행동하고 선택한다는, 행동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내용과 같다. 또 온라인 거래로 성장한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은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싶어 하며 직원들이 직접 응대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사를 반영해, O2O(Online to Offline) 모델을 적용하여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하고 점포를 늘려가는 상황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션을 현실로 만들어줄 마케팅 제안

전환된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마케팅의 방향과 원칙은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마케팅의 방향과 내용을 정립할 때 좌표로 삼을 만하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기업가뿐 아니라 중소상공인,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을 고민하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사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안이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이 중요시되는 시장에서 올바른 마케팅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하나의 화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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