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새마을운동’ 지우려는 文.....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문재인식 ‘새마을운동’으로
[이슈분석] ‘새마을운동’ 지우려는 文.....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문재인식 ‘새마을운동’으로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2.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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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 모습.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에서 새마을운동의 근본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새마을운동 중앙회 홈페이지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 모습.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에서 새마을운동의 근본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새마을운동 중앙회 홈페이지

문재인 정부가 뜬금없이 새마을운동 정신을 치켜세우며 계승·발전을 강조해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9일 경기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 촉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며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새마을 가꾸기 운동’으로 시작해 국내 농촌발전과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2009년부터는 공적개발원조사업을 시작해 개발도상국 농촌에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했으며, 2013년에는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는 ‘잘살아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오늘 우리가 기적이란 말을 들을 만큼 고속 성장을 이루고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의 기적을 이끈 것도 새마을 지도자”라며 “지역 발전의 주역이 돼 주었고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손을 잡아준 새마을 지도자와 가족 여러분께 대통령으로서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마을운동은 과거의 운동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운동이 돼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이 조직 내부의 충분한 협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생명, 평화, 공경운동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에 나선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이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포용적 성장’과 신남방정책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새마을운동’ 정신도 정권 입맛에 맞게 왜곡, 재단

문 대통령은 또한 “새마을운동의 전파로 우리는 경제발전의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면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지구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라오스와의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고 올해 최초로 중남미 온두라스에 네 개의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내년에는 남태평양의 피지에, 2021년에는 아프리카 잠비아 등지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고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다음 달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다양한 새마을운동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새마을운동을 계승·발전시켜나가자면서도 기념사에서 단 한 차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명하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인 ‘근면·자조·협동’도 ‘나눔과 봉사의 운동’으로 설명,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끼워 맞춰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있었던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사흘 만에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과 함께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일각에서 나도는 ‘박근혜 사면론’을 의식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수 갈라치기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제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축소하는 등 실제로는 ‘새마을운동’ 지우기에 주력해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정부기관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개발도상국 지원업무로 실시하는 새마을운동 관련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새마을운동 관련 신규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코이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 정신과 농업·원예·축산 관련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프로젝트인 ‘새마을청년봉사단’도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교육부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 수정 과정에 불법 개입해 “1970년대 들어 박정희 정부는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키려고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는 기존의 내용을 삭제했다.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들은 “유신독재가 떠오른다”며 관공서의 새마을 깃발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조를 유지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생명, 평화, 공경’이라고 언급하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러자 야당은 즉각 “새마을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예산 삭감 시도, 교과서 지우기 등 문재인 정권 들어 새마을운동이 겪은 수모는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본래 새마을 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입맛에 맞게 재단할 게 아니라 새마을 정신의 근본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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