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새마을 정신은 청교도정신이자, 한국적 자본주의 정신의 상징
[논단] 새마을 정신은 청교도정신이자, 한국적 자본주의 정신의 상징
  •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
  • 승인 2019.12.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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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취임 이래 처음 참석해 기념 축사를 했다. 재임 중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관(史觀)에 절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새마을운동을 칭송하고, 새마을운동을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해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 대통령은 축사를 하는 내내 ‘박정희’란 말은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아니,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는 데 있어 박정희를 빼다니. 게다가 새마을운동의 정체성, 즉 기본 정신은 근면·자조·협동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입에서 새마을운동의 핵심 정신은 입도 뻥긋 하지 않고 “나눔과 봉사의 운동”,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강조했다. 행사장 전면에는 느닷없이 “생명, 평화, 공경”이란 슬로건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생명살림, 함께 잘 사는 지구촌”이란 구호가 걸려 있었다.

“생명, 평화, 공경”은 단어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뭘 하자는 것인지 구체적 목표가 막연한데, 이런 것이 어떻게 새마을정신이 될 수 있는가. 정부 차원의 새마을정신에 대한 테러 행위에도 불구하고 새마을 지도자 어느 누구도 항의 하나 없었다.

70년대 초 새마을 운동 이전의 전형적인 농촌 모습. 새마을 운동은 지붕개량 사업등 실생활 개선사업부터 출발했다. / 새마을운동 중앙회
70년대 초 새마을 운동 이전의 전형적인 농촌 모습. 새마을 운동은 지붕개량 사업등 실생활 개선사업부터 출발했다. / 새마을운동 중앙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를 통해 새마을운동을 껍데기와 모양새만 남겨놓고 통째로 소프트웨어와 근본정신을 말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마을운동에서 박정희를 빼면 운동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연설하면서 단 한 번도 “박정희”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박정희 없어도 새마을운동은 가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상징조작 같은데, 그것은 무지와 착각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새마을운동이 전국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날 때 박정희는 “내가 대통령이 안 됐으면 새마을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인물이 박정희다. 이런 인물을 빼고 새마을운동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둘째, 누가 뭐래도 새마을운동의 근본정신은 “생명, 평화, 공경”이 아니라 근면·자조·협동이다.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은 청교도정신과 상통하는 것이며, 한국적인 자본주의 정신이다. 따라서 새마을정신의 생활화는 한국에 알맞은 자본주의 정신을 가꾸는 작업이었다. 이처럼 소중한 근본정신을 정체성도 불분명한 “생명, 평화, 공경”으로 절대 대체될 수 없는 법이다.

1998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50년 역사상 우리 국민이 성취한 역사상 가장 큰 업적으로 새마을운동이 선정되었다.
1998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50년 역사상 우리 국민이 성취한 역사상 가장 큰 업적으로 새마을운동이 선정되었다.

셋째, “함께 잘 사는 나라”, “함께 잘 사는 지구촌”이란 개념은 새마을운동의 근본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망언이자 헛소리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표 세 번째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지 왜 국가가 책임지나? 내가 언제 국가더러 내 삶을 책임져 달라고 위탁했나? 내 삶을 책임져주는 비용은 누가 대나?

1970년대 초 전국의 농가는 3만 5000여 마을에 250만 가구가 산재해 있었다. 농촌의 약 80%는 초가지붕이었다. 1964년 통계에 의하면 농촌 마을 중 전기가 들어간 집은 1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등잔불, 호롱불로 밤을 밝혔다. “우리도 한 번 전등불 아래서 살아봤으면”하는 것이 숙원이었다. 냉장고는 물론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는 ‘문명의 사각(死角)지대’였으니 ‘근대’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사는 원시적인 씨족 공동체나 다름없었다.

길이 비좁아 마을 안까지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은 30%에 불과했다. 도로가 없어 자동차 진입이 불가능하니 먼 거리를 지게나 등짐, 머리에 물건을 이고 날랐다.

지금 이런 말을 하면 믿는 사람이 없겠지만 5·16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던 1961년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보릿고개, 초근목피(草根木皮), 절량(絶糧)농가, 춘궁기라는 말이 실제로 존재했다.

박정희와 함께 혁명을 했던 이석제 전 감사원장은 박정희의 근대화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국가건설”, 즉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는 부하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국민에게 세 끼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가 아니오. 여러분들은 어떤 정책이나 법률을 입안할 때 반드시 국민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는 방법론과 연관을 시켜서 발상을 해야 합니다.”

“배고픈 국민들에게 밥을 먹이자” 정신

국민들을 배불리 밥 먹이고 잘 살게 하려면 잠자는 국민들, 의욕을 상실한 국민들, 절망과 체념에 지친 국민들을 일으켜 세워 물불 안 가리고 뛰도록 해야 했다. 지난 수백 년 세월을 양반 지주, 탐관오리들에게 수탈당하며 가난을 숙명처럼 떠받들며 살아온,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을 일으켜 세우려면 국가의 행정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들 스스로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우리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본능에 불을 붙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탄생한 정신운동이 새마을운동이었고, 그 구호가 근면·자조·협동이었다. 박진환은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은 청교도정신과 상통하는 것이며, 한국적인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새마을정신의 생활화는 한국에 알맞은 자본주의 정신을 가꾸는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1970년 4월 22일 박정희는 부산에서 개최된 한해(旱害)대책 지방행정 기관장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욕이 우러나지 않는 마을은 5천년이 가도 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해보겠다는 의욕을 갖고 나서면 정부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2~3년이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선의 행정 책임자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즉 그 마을의 지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지도하고 권장해서 그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자기들 스스로가 모여앉아서 계획을 짜내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이 해야 할 일과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을 구분해서 일해 나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우리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마을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길이 없어 십리 밖에서 지게로 짐을 날라야 하는 이런 고장이 발전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금년에는 주민들의 힘으로 길을 닦고 다리를 놓아야겠습니다. 주민들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군(郡)이나 도(道)에다 지원을 요청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의 힘으로 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 운동을 새마을 가꾸기 운동이라고 해도 좋고, 알뜰한 마을 만들기 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새마을운동 정신 근면, 자조, 협동
새마을운동 정신 근면, 자조, 협동

이날 이 연설이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이 되었다. “주민들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정부가 도와주고, 나머지는 주민들의 힘으로 농촌을 일으켜보자”는 운동. 이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정신의 핵심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져주면, 국가는 그 대가로 나의 천부적 권리와 자유를 하나씩 빼앗아간다. 그 마지막 귀결은 공산 전체주의다. 이제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은 근면·자주·협동의 새마을정신을 국민 모두가 실천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정의나 공정, 다 함께 잘 살기 같이 입으로만 거룩한 방법론이 아니라, 열심히 땀흘려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될 때 우리는 또다시 도약에 성공할 수 있다. 아직 우리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수탈의 대상’ 농민이 성장의 주역이 되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의 값진 성과는 그동안 ‘수탈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던 농민들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국가 발전에 동참시켰다는 점이다. 피터 드러커는 국가나 조직이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개개인이 잠재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에게 합당한 지위와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시대는 3%의 소수 양반이 97%의 백성을 수탈하는 철저한 반상(班常)의 계급사회였다. 이러한 계급사회에서는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될 기회가 거의 없다. 지배계층은 백성들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백성들이 잠재력을 발휘할까 두려워 교육도 시키지 않아 무학(無學), 문맹의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가난의 나락에 빠져 신음하던 농민들의 혼을 깨웠다. 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면서 조국 근대화의 대열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그것은 조선조 500년, 일제 식민지 36년 동안 짓눌리고 억눌려 살아왔던 97%에 달하는 이 땅의 국민을 일으켜 세워 지도부와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뜨겁게 일하도록 만든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계기를 제공했다.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

로버트 켈리는 한 조직의 성공에서 리더십이 차지하는 역할은 20%이며, 나머지 80%는 팔로워십에 의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팔로워들의 지지와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1998년 7월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50년 역사상 우리 국민이 성취한 역사상 가장 큰 업적으로 새마을운동이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엔의 세계빈곤퇴치 특별위원회는 새마을운동을 후진국 발전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또 생활의 모든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온,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발전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 세계 빈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74개국에 수출되었다. 새마을운동을 발상국가에서 배우기 위해 수많은 해외 인사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지금도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 국가와 탄자니아,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세계은행에서는 새마을운동을 ‘공동체 주도 발전(Community Driven Development ·CDD)로 칭하며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제창 41년인 2011년에 국회는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 개정을 통해 ‘새마을의 날(4월 22일)’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했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저개발국가의 발전모델로 선정돼 2010년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등 103개 나라 5만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2003년 한국으로 유학을 온 아프리카 콩고의 은쿠무 박사는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는 고민에 빠졌다. 국가발전모델을 배우기 위해 유럽에도 가 봤지만 가난한 자기 조국에 적합한 모델은 찾을 수 없었다. 콩고는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 세계 1위의 나라다. 그런데 자원도 풍부하고 국토도 넓은 이 나라가 한국처럼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도 빈약하고 국토도 좁은 데다가 수많은 국민이 몰려 사는 한국은 무슨 방법을 썼기에 이렇게 잘 사는 것일까.

새마을운동은 우리 한민족 역사상 드물게 지도자가 앞장서서 이끌고, 국민들이 열과 성을 다해 그것을 밀어주며 혼연일체가 되어 ‘잘 살아보자’는 열망을 실현한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완벽한 조화였다. 그러한 리더십의 최고 정점에 박정희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누가 뭐래도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워지지 않고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 본 기사는 국회세미나 ‘한국의 근대화와 새마을운동’에서 발표된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의 발제문을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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