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분석] 위구르 주민 재교육 캠프의 진실, 위구르 강제수용소... AI 사용 프로그램으로 수감 대상자 무작위 추출
[포커스분석] 위구르 주민 재교육 캠프의 진실, 위구르 강제수용소... AI 사용 프로그램으로 수감 대상자 무작위 추출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12.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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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중국 영사관 앞에서 중국의 위구루인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 모습.
터키 이스탄불 중국 영사관 앞에서 중국의 위구루인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 모습.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는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차이나 케이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했다. 차이나 케이블은 중국 공산당이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 합동 취재의 결과물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기밀문서도 공개됐다.
 

직업 훈련소라면서…“도주 철저히 방지하라”

ICIJ가 공개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성향을 순화시키고 취업교육을 하는 곳”이라던 ‘재교육 캠프’가 사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와 같은 ‘위구르족 강제수용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과는 달리 이곳에 수감됐다 숨진 사람의 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곳에 수감된 사람 중 한 명은 무슬림 친구에게 “성실히 기도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가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ICIJ는 차이나 케이블의 결과를 세계 17개 언론사와 함께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이 문제를 시리즈로 보도했다.

ICIJ가 공개한 중국 공산당 문서 가운데는 ‘직업기술교육훈련센터 업무의 강화 및 표준화에 대한 의견’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재교육 캠프에 가둔 위구르 주민을 다루는 매뉴얼로 ‘텔레그램’이라 불렀다. 2017년 11월 작성된 이 텔레그램은 캠프에 수감된 위구르 주민 관리에 대해 20개가 넘는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텔레그램을 보면, 중국 공산당은 직업기술교육훈련센터 측에 “중요 인물들에게 집중적으로 무료 직업기술교육훈련을 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결정적 조치”라며 “국경방어 인민전쟁에서 싸워 이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소수민족 직업훈련이 대체 국경방어와 무슨 상관일까. 이유는 텔레그램 본문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훈련장소의 절대적 안전 확보’를 이유로 재교육 캠프 수감자들의 도주, 관리직원에 대한 습격 등을 막고 지진, 화재, 전염병 발생 등을 철저히 예방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건물은 각 동별로 관리하고, 출입구에는 경찰 초소, 캠프 내에는 경비 당직실과 감시탑, 검문초소를 운영하도록 하며, 외곽과 내각의 분리 감시, 보안검색장비, 영상감시장치 등의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적혀 있다. 캠프와 기숙사의 모든 출입문에는 2중 잠금장치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외에 캠프에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 물품은 엄격한 보안 검색을 실시해야 하고, 출입하는 차량은 반드시 문을 잠가 놓으라는 지침도 내렸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재교육 캠프 내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갖고 있어서도 안 된다. 직원의 휴대전화를 빌려 쓰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캠프 내 CCTV는 수감자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수감자와 별도로 접촉하는지도 감시하기 위해 모든 곳에 설치하도록 했다.
 

재교육 캠프, 직업 훈련 아닌 공산당 세뇌 교육

텔레그램은 학생들이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 씻을 때, 치료를 받을 때, 가족들이 면회를 왔을 때 탈출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철저히 예방할 것을 권고했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중국어와 중국법, 기술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기술교육보다는 중국어와 중국법 교육에 중점을 뒀다. 기술교육 또한 위구르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모든 수업과 일상생활에서 중국어를 사용해 소통이 원활하도록 만들어야 수감자들을 극단주의에서 탈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감자 가운데 중국어를 잘 하는, 친중파 위구르인을 고용해 다른 수감자를 가르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친중파 위구르인 교사와 수감자들이 중국법 등에 대해 토론 수업을 하면서 친중적 정서를 배양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 포로들에게 시켰던 토론형 세뇌교육과 비슷했다.

이렇게 중국어와 중국법을 배운 수감자들은 매주, 매월, 매분기별로 필기와 구술시험을 쳐서 그 점수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았다. 여기서 받은 점수가 좋아야만 재교육 캠프에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수감자들은 중국 당국이 지정한 데 따라 캠프 내에서도 ‘매우 엄격한 관리 대상’, ‘엄격한 관리 대상’, ‘일반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각각 다른 감시를 받았다.

또한 직원들은 수감자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이들이 ‘극단주의(실제로는 종교적 신앙)’을 버렸는지 버리지 않았는지 판단해 수감 기간을 조정했다. 수감자들이 자신의 신앙생활에 죄책감을 느껴야만 극단주의를 버린 게 됐다. 이래도 신앙을 버리지 않는 수감자들을 다룰 때는 한 사람이 잘못해도 집단이 처벌을 받도록 하는 교육을 하라고 지시했다.

 

유엔본부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위구르인들. 손에는 중국의 재교육시설에 강제 수용된 위구르인들 모습의 피켓을 들고 있다.
유엔본부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위구르인들. 손에는 중국의 재교육시설에 강제 수용된 위구르인들 모습의 피켓을 들고 있다.

재교육 캠프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학대와 모욕

텔레그램은 또 수감자들에게 “일상생활부터 위생, 예절, 예의 등부터 시작해서 엄격한 생활관리 교육제도를 제정, 통제 관리와 습관 양성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더 건강하고 교양 있고 예의 바르며 규칙과 규율을 준수하고 화목하고 우애가 있도록 만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명목으로 수감자에 대한 생활 위생 점검을 통해 면도를 강요했다.

동시에 재교육 수감자 대부분이 성인임에도 이들에게 예절, 준법, 우정 어린 행동, 목욕하는 법, 정기적인 옷 갈아입기 등을 가르쳤다. 워싱턴 대학의 대런 베일러 교수는 ICIJ 측에 “이런 과정은 문명화되지 않은 사람을 가르칠 때나 하는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텔레그램은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편지쓰기, 전화, 영상통화, 방문, 면회, 식사 등으로 수감생과 가족 간의 교류를 지원하고, 수감자들이 가족과 적어도 매주 한 번씩 전화통화, 매월 한 번씩 영상통화를 하도록 보장해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규정에 불과했다.

ICIJ는 “그러나 수감자를 배려하는 규정은 광범위하게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ICIJ는 “(재교육 캠프에 수감됐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캠프의 위생 상태가 열악하고 질병 치료가 제대로 안 돼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서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한 여성은 자신이 수감된 동안 9명이 숨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수감자들이 캠프 관리자들로부터 물고문과 구타, 성폭행 등 수많은 학대를 당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 공안의 검사 결과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그제야 각 지자체 직업기술교육훈련서비스 관리국에 등록돼 진짜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 이때도 3번의 평가를 받고 통과해야 진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진짜 직업교육을 받게 된 수감자들은 직업기술향상반이라는 곳에서 3~6개월 동안 훈련을 받는다. 텔레그램은 “훈련 내용은 학생의 취업 희망과 사회적 수요에 근거해, 학생들이 훈련 종료 후 최대한 빨리 취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목표 지향성이 강한 훈련을 하고, 심리적 적응과 정책 및 법규 교육을 강화해 적극적인 사회통합을 이끌어 낸다”고 규정했다.

ICI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가르치는 직업교육은 대부분 후진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의 단순 근로를 전제로 한 내용이다. 이런 쓸모없는 직업훈련을 받은 수감자들은 함께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단체로 취업을 ‘배정’받는다. 직장을 마음대로 잡을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이어 ‘후속 교육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수감자들이 캠프에서 완전히 풀려난 다음에도 1년 동안 감시망에 두고 ‘관리’한다. 지역 조직은 수감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밀착 감시를, 공안과 법원은 이들을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언제든지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면 다시 재교육 캠프로 끌려가게 된다.
 

중국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지도
중국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지도

범죄 저지르지 않아도 “저 놈이다” 하면 잡혀가는 감시체계

텔레그램은 수감자가 모든 교육에서 충분한 점수를 받고 검증을 받아 풀려날 자격을 얻었다고 해도 공안의 ‘IJOP 체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야 풀려난다고 규정했다.

‘IJOP(Integrated Joint Operations Platform, 통합적 합동작전 플랫폼)’란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 주민 전체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체계다. 이 체계에서 고른 사람이 수감 고려 대상자다. ICIJ의 설명에 따르면, IJOP는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와이파이 스니퍼, AI(인공지능)와 빅 데이터, CCTV와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IJOP는 위구르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면 공안 측에 경고를 한다. 공안은 경보에 따라 대상자의 현재 위치를 추적한 뒤 체포한다. 이후 조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재교육 캠프에 수감된다. 즉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라도 중국 공산당의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정하면 공안에 끌려가 재교육 캠프에 수감된다는 뜻이다. ICIJ에 따르면 2017년 6월의 한 주 동안 IJOP가 골라낸 의심 인물이 1만5683명이었고, 그 중에서 706명이 재교육 캠프로 끌려갔다.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이 업무 용역을 맡긴다는, 정보 분석가 멀 베논은 “중국 당국은 AI와 머신 러닝(AI가 외부 입력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빅 데이터를 수집, 사건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델을 정책적으로 도입했다”면서 “(위구르 지역의) 중국 당국이 이런 정책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ICIJ 측에 설명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사만다 호프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위구르 지역에 구축한 IJOP가 재교육 캠프 수감 대상자를 무작위로 잡아내는 것은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며 “이 체계는 국가가 자행하는 테러”라고 지칭했다. 호프만 선임연구원은 “이것이 주는 공포는 당신이 언제 괜찮은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떤 위구르인이 잡혀갈까…“기도 열심히 하라” 하면 범죄

앞서 설명한 것은 ICIJ가 공개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중국 당국이 수감한 사람들을 보면 무슨 테러용의자나 조직범죄 또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감자들은 평범한 위구르 주민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ICIJ가 공개한 중국 법원의 관련 재판 판결문이 이런 지적을 뒷받침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중국 공산당 당원으로 2017년 8월 9일 사회질서를 어지럽힐 목적으로 군중을 소집한 혐의로 소환, 구금됐으며, 같은 해 9월 29일 극단주의 사상을 선동한 혐의로 인민검찰원 승인 아래 구속돼 현재 차카리크현 감옥에 수감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이 저지른 “극단주의 사상을 선동한 행동”도 나와 있었다. 피고인은 2016년 12월 315번 국도의 36사단 사암공장 임시직 노동자 숙소에서 근무시간 중 동료 3명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비속어를 쓰지 말라. 음란물을 보지 말라. 안 그러면 이교도가 될 것이다. 기도하지 않고 음란물을 시청하면 영혼이 40일간 깨끗하지 않을 것이고, 신은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기도하지 않고 식사를 하면 카피르가 될 것이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고 신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기도하지 않는 자는 누구나 중국인 카피르다. 기도하지 않는 여성이 만든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자가 만든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수니파 가운데 금욕적 성향이 강한 무슬림이라면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반국가 범죄였다. 판결문은 이어졌다. “피고인은 자신이 법적 인지수준과 교육수준이 낮아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며 유죄를 인정, 착한 사람이 되겠으니 선처해 달라”고 설명돼 있다. 이 피고인은 중국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발끈 “완전히 조작된 문서…가짜뉴스”

ICIJ는 이밖에도 여러 문서를 공개했다. ICIJ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가디언과 BBC 파노라마가 관련 보도를 내놓았다. 보도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공유 앱(App)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당국이 위구르 주민 180만 명을 위험세력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사람 가운데 4만여 명을 철저히 조사하고, 의심이 들면 재교육 캠프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외국 국적자라도 위구르인이면 체포하고, 외국에 거주하는 위구르인도 추적하라고 명령했다. BBC 파노라마 등은 세계 각국에 있는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해외 위구르인 감시와 추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BBC 파노라마는 “100만 명의 위구르 무슬림들이 재판도 없이 재교육 캠프에 수감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인권변호사인 벤 에머슨 세계위구르회의 자문관은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 재교육 캠프를 가리켜 “이것은 인종 전체를 겨냥한, 대규모 세뇌 계획”이라며 “신장 지역에서 별개의 문화를 가진 위구르 주민들을 지구상에서 박멸하겠다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계획”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나라 언론과 정부도 ICIJ가 공개한 서류를 인용하며 중국의 인권 탄압을 성토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특히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ICIJ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에 거론된 문서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며 “관련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중국 당국은 “재교육 캠프는 위구르 주민들이 테러리즘과 같은 극단주의에 경도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곳일 뿐”이라며 “그 덕분에 지난 3년 동안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테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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