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헤르만 지몬.... 히든 챔피언의 길
[리뷰] 헤르만 지몬.... 히든 챔피언의 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12.2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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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헤르만 지몬은 1947년 독일 북부의 산골 마을 아이펠(Eifel)에서 태어났다. 경영 전략과 마케팅, 특히 가격결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며 독일이 낳은 초일류 경영학자로 평가 받는다. 또한 2005년부터 독일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를 선정할 때마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창조적인 이론과 탁월한 실행력을 인정받아 ‘현대 유럽 경영학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1985년 국제적인 마케팅 전문 컨설팅회사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Simon-Kucher&Partners)를 설립, 1995~2009년 CEO를 거쳐 현재 명예 회장으로 있다. 1991년에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개념(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문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만들었고, 히든 챔피언 기업들의 원칙과 이야기를 담은 책 《히든 챔피언》을 통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 후 2017년 베를린의 유럽경영기술학교는 ‘히든 챔피언 연구소’를 설립했고, 같은 해에 중국의 칭다오 대학은 산둥성에 그의 이름을 붙인 ‘헤르만 지몬 비즈니스 스쿨’을 설립했다. 유럽마케팅학회 회장,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 교수, 독일경영연구원(현재 유럽경영기술학교) 원장, 마인츠 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MIT, 프랑스의 인시아드(INSEAD), 일본의 게이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몰두했고,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로부터 영구초빙교수 자격을 받았다.

《프라이싱: 가격이 모든 것이다》, 《생각하는 경영》, 《이익창조의 기술》, 《승리하는 기업》, 《가격 관리론》 등 40여 권의 저서를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출간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매니지먼트 사이언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의 비즈니스 관련 매체 및 학술지에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8년에는 한국에서 ‘히든 챔피언 경영원’이 설립되었고, 2019년 독일의 지식인 500인, 세계의 변화를 이끄는 경영 구루들의 글로벌 랭킹을 보여주는 ‘씽커스 50(thinkers50.com)’에서 첫 번째 독일인이자 유일한 독일인으로 선정되었다.
 


1985년 설립되어 전 세계 25개국 39개 지사를 둔 경영 전략 및 마케팅 컨설팅 회사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Simon-Kucher&Partners)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 명예 회장 헤르만 지몬의 70년 인생을 총 결산하는 책. ‘현대 유럽 경영학의 자존심’,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 불리는 헤르만 지몬은 이 책에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시간으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자는 없다.”라는 세네카의 말을 빌려 자기 존재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물론 초일류 경영 사상가의 반열에 오르는 동안 마주했던 위대한 통찰의 순간들을 솔직담백하게 회고한다.

헤르만 지몬은 이번 한국어판 출간을 위해 특별히 〈한국, 나의 한국〉이라는 새로운 장을 추가로 집필하여 《히든 챔피언》, 《프라이싱》 등의 베스트셀러로 인연을 맺은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전한다. 세계적인 경영 대가의 눈에 비친 한국 경제 그리고 한국 기업인의 모습, 독일의 선례에 비추어 본 한반도 통일 전망에 대한 놀라운 통찰은 그 자체로서 반가울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책은 헤르만 지몬이라는 한 개인의 경험과 감상을 초월해 20세기 위대한 경영 사상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놀라운 통찰과 성공에 이르는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데에 큰 장점이 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쓴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쓴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마케팅 상상력》을 쓴 테오도르 레빗 등 헤르만 지몬은 경영 전략과 마케팅 분야에서 불후의 저서를 남긴 대가들과의 만남, 그들의 영롱한 생각들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특히 헤르만 지몬에게 있어서 탁월한 스승이자 영혼의 동반자와 같았던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커 드러커, 마케팅의 거인 필립 코틀러 등과의 에피소드들은 지금껏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경영 사상가들의 감춰진 면모를 발견하기에 충분하다.

2005년 11월, 피터 드러커의 부고를 전해 듣기 전까지 헤르만 지몬은 20여 년간 피터 드러커와 정기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았다. 경영 사상가이기보다는 ‘역사 저술가’로 불리기를 원했던 피터 드러커. 그에 대해 저자는 “시간과 공간에 다리를 놓고, 보통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는 관계와 유사성을 꿰뚫어본” 사람이었다고 진술한다. “피터 드러커는 몇몇 다른 사람들처럼 역사를 알고 이해했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만 미래를 조망할 수 있었다. 드러커의 광범한 세부 지식, 이것을 연결시키는 탁월한 재주는 내게 언제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헤르만 지몬과 필립 코틀러와의 우정은 40년 넘게 지속되어오고 있다.

1960년대 후반 필립 코틀러는 이미 마케팅 분야에서 거장의 위치에 올라 있었다. 당시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헤르만 지몬은 필립 코틀러의 최신 논문을 반박하는 논문을 써서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되었다. 특히 필립 코틀러는 헤르만 지몬이 마케팅, 특히 ‘가격 컨설팅’에 관심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필립 코틀러는 이 책의 출간에 부쳐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지난 40년간 그를 만날 때마다 나는 늘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그것은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헤르만 지몬은 한국어판을 위해 새롭게 집필한 장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심장한 조언을 해줄까? 이 책에서 헤르만 지몬은 크게 한국의 통일과 한국 경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먼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서는 “냉전 시기의 적이 핵으로 무장한 채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평화가 유지된 것은 내게는 기적처럼 여겨진다.”라면서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 간의 프로세스보다는 남북 간의 인구 및 경제력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 즉 평화적 통일 이후의 경제와 산업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경우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사람들’로 나누어 살펴보는데, 한국 관료와 기업들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야심만만하다”, “정보에 밝고 소통에 적극적이었으며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라면서도 몇 가지 의구심을 내비친다.

우선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 간에 효율적인 조정이” 없으며, 관할 부처가 너무 자주 바뀌어서 “우선 사항이 장기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쓴다. 또한 “사회의 가치 체계가 대학 교육만을 높이 평가하고 직업 교육을 과소평가하면 정부는 거의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라고도 예상한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10대 재벌이 한국 국내총생산의 50% 이상을 달성”함을 지적하면서, 이는 강점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면 한국 전체가 흔들린다.”라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황금기 때는 핀란드 수출의 4분의 1을 노키아가 차지했다. 핀란드는 지금까지도 노키아의 몰락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헤르만 지몬이 가장 강조하고 눈여겨보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그가 창안한 ‘히든 챔피언’이란 개념이 ‘전문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뜻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도전은 충분히 지적이면서 중소기업을 설립하여 세계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기업가적 용기를 가진 젊은이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있다. 나는 이런 젊은이가 지적으로 매우 뛰어나고 최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 재벌 기업에서 최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의심한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용된 관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할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도 이런 역할 모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들의 성공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 사례 몇 개가 널리 알려지면 기적 같은 작용을 할 것이다. 이 점에서는 정부와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은 수시로 젊은 기업가들을 만나 이들의 진취적 기상이 자신한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이런 강력한 신호를 보내주는 진취적인 사람이 있는가?”

“여성은 남성이 지배하는 대기업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는가? 나는 의심스럽다. 여성에게 중소기업에 종사하거나 자기 회사를 설립할 용기를 불어넣을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때도 여성 역할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여성 회사 설립자가 적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9년 헤르만 지몬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50인을 선정하는 ‘씽커스 50(Thinkers50.com)’에 독일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는 최고의 경영 전략, 최적의 마케팅 전술, 탁월한 리더십을 향한 그의 오랜 노력과 가시적 성과뿐 아니라 ‘히든 챔피언’과 ‘가격결정’으로 대표되는 명확한 정체성과 광범위한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자리, 성공의 비결을 궁금해한다.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나 핵심을 꿰뚫어보는 통찰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위대한 통찰은 찰나의 순간이 아닌, 그전까지 걸어온 수많은 경험들의 축적 속에서 탄생한다.”라고 대답해준다. 독일의 산골 마을 소년이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이자 위대한 경영 구루가 되기까지의 70년을 담은 이 책은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있거나 현재의 명예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헤르만 지몬은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키르케고르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길 뿐이다. “삶은 뒤돌아봄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지만 우리는 앞을 내다봄으로써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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