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감시자가 있어야
민주주의는 감시자가 있어야
  • 미래한국
  • 승인 200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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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복 연세대교수
‘민주주의는 최선(最善)의 제도이자 최악(最?)의 제도다.’ 이는 역대 민주주의 주창자들이 늘 해오는 소리다. 그리고 으레 그 다음 하는 말은 ‘민주주의 외에 다른 대안(代案)이 없다’이다. 참 묘한 말이고 묘한 논리다.어떻게 최선이 최악이 될 수 있고, 최악이 최선이 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그 외에 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가. 민주주의가 최악의 제도가 될 수 있다면 군주제라든지 과두제(寡頭制)를 대신 쓸 수 있지 않는가. 요사이 쓰는 용어로 말해도 권위주의 제도를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지 않는가. 권위주의 제도를 통해 산업화를 급속히 추진한 나라는 우리 외에 독일도 있고, 일본도 있고, 대만 싱가포르도 있다. 그 뒤 그 나라들은 모두 훌륭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그렇다면 권위주의도 비록 제한된 기간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민주주의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가.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이념이며 제도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지식으로서 알 뿐 아니라 무엇보다 경험으로 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다. ‘인민’민주주의도 있고 ‘교도적’민주주의도 있고 ‘민족적’민주주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주창자들은 자유민주주의 외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옳은 말이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만이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른 민주주의는 이름만 민주주의이지 인민민주주의에서 보듯 ‘국민에 의한’민주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직접 그들의 대표자를 선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만이 국민이 모두 나서 4가지 기본 절차(보통·평등·비밀·직접)에 의해 그들의 대표자를 뽑는다.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한, 이념으로 보나 제도로 보나 이 자유민주주의 보다 더 좋은 이념이며 제도는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최선’의 이념이며 제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최악의 제도’라는 건 무슨 말인가. 어째서 자유민주주의를 ‘최악의 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유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를 한푼도 안낸 사람이 전체의 9.1%인 998명에 이른다고 선관위가 발표했다. 세금을 한푼도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 산 사람도 후보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여서 이를 꼭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20억 재산을 가진 사람도 ‘세금은 0’이라는 기사를 보면 충분히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잘라먹은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고, 더 엄격히는 세금 낼 처지도 못되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세금 있는 곳에 대표가 있다’로 출발한 것이다. 이들 후보자들 중, 참으로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라는 것을 연상케 하는 후보자는 전과기록을 가진 1,365명의 후보자들이다. 비율로는 전체 후보의 12.5%다. 그 중 70%가 사기 횡령 폭력 절도 음주뺑소니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다 해서 다 대표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비율만큼은 대표자가 될 가능성이 ‘확실히’있다. ‘확실히’있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언제나 그래 왔다는 이야기다. 사기 횡령 폭력 절도 음주뺑소니 등의 전과자가 우리의 대표자가 된다 - 또 실제로 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최악의 제도’가 아닌가. 사기꾼 폭력배 절도범을 뽑아 놓고 이들이 바로 우리의 대표자요 한다면, 이 얼마나 전율할 일이며 기막힐 일인가. 그러나 민주주의는 ‘어리석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제도다. 한 개인이 아무리 어리석은 행동을 해도 국가가 함부로 나서 그러지 말라고 간섭할 수는 없다. 만일 국가가 나서서 규제를 한다면 차라리 어리석게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못할 일이 일반 국민에게 생긴다. 그래서 민주주의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경험했다. 그러나 설혹 그렇다해도 우리가 일부러 어리석을 이유는 없다. 일부러 어리석어서 사기꾼 폭력배 절도범을 우리의 대표자로 뽑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이 뽑혔다면,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눈을 부릅떠서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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