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尹의 칼끝, 文 향하나
[심층분석] 尹의 칼끝, 文 향하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12.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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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도 윤석열 검찰이 불법선거개입에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결정적인 증거나 청와대 책임자의 진술을 확보할 경우, 검찰을 와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민주당의 안전판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검찰이 울산시장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에 청와대 ‘윗선’을 표적으로 칼을 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첩보 전달로 시작된 하명수사에 대통령 비서실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맡고 있으며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의 출마를 권유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당내 경쟁을 벌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경선 포기를 조건으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 제안을 받았다는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하명수사’를 넘어 청와대가 개입한 ‘부정선거’ 수사의 양상을 띠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 전개상 결국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2017년 10월 송철호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 요청을 했고, 이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정리하려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발견했다.

특히 송병기 부시장의 2017년 10월 13일 업무 일지엔 ‘(대통령) 비서실장 요청’이란 제목의 메모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 송 부시장에게 특정한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메모에는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라는 말이 나온다.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송 시장 출마를 원하고 있으나 직접 요구를 하기엔 ‘면목’이 없어 이 요청을 비서실장에게 대신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른 메모를 보면 ‘VIP 출마 요청’이 적혀 있는 2017년 10월 13일 메모 하단에는 송철호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A, B씨에 대한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경쟁 후보들을 다른 자리로 보내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메모에는 송철호 시장의 당내 경쟁 상대 B씨가 지목되며 ‘중앙당과 BH(청와대), B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라고 적혀 있다는 내용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과 유사하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에서 비켜갈 수 없는 하명자라는 의심이 합리적인 이유다. 이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014년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그리고 송철호

2014년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울산 남을 지역구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기호 5번이 새겨진 하얀 티셔츠를 입고 누군가의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울산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수군댔다. 민주당 후보는 기호 2번이었기 때문. 유세 홍보 티셔츠에는 ‘울산에도 야권 후보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의문은 기호 5번 무소속으로 출마한 송철호 후보(현 울산시장)가 등장하면서 풀렸다. 두 사람은 인권 변호사로 30년 지기 친구였다. 문재인 의원과 송철호 후보는 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거리를 누볐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송철호 후보 캠프에 자원봉사를 했다. 유세 토크쇼에서는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현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인 박맹우 의원의 승리였다.

이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송철호 후보는 울산에서 노동운동 변호사를 하며 1994년 14대 총선에 첫 출마를 한 후 울산에서 치러지는 모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선하거나 아예 공천에서 탈락하는 무기력함을 보여 왔던 것. 이 때문에 2014년 7월 재보궐선거의 야권연대 후보로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반대도 많았지만 당시 문재인 의원의 지원 사격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철호를 ‘형’이라 불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송철호 후보의 도전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했다. 결국 송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다시 박맹우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당의 실질적인 지도자였던 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인 자당 후보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결국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으로 울산시장에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은 이런 맥락에서 차라리 자연스러울 정도다.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표적수사로 엎어진 김기현 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울산지방경찰청이 201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앞서 나가던 한국당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선거판을 표적수사했다는 점에서도 불법선거와 선거개입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있다. 검찰에 의해 무혐의로 밝혀진 김기현 후보의 울산시장 측근 비리가 언론에 피의사실로 공표되면서 김기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로 드러난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 행태가 상식을 초월한다는 점에 있다.일단 이 사건의 단초가 되었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리 혐의는 검찰 수사에서 그 최초 제보자가 전 울산시 도시건설국장이었고, 송철호 후보 캠프에 있었던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송병기 부시장은 ‘청와대에서 먼저 김기현 전 시장 비리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고 주장해 이 사건의 발단이 청와대의 기획이라는 정황이 제기되었던 것. 하지만 정작 문제가 심각한 것은 울산지방경찰청이 송병기 부시장의 진술을 가명으로 처리했고, 이로 인해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울산지검과 울산지법이 전 울산시 공무원의 진술이라는 점에 신빙성을 부여해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기현 전 시장은 “당연히 검찰이나 법원은 가명이었어도 울산시 고위 공직자가 진술한 것이니 믿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에 그 진술자가 나와 경쟁하던 민주당 송철호 후보 캠프에 있던 공무원이라는 것을 검찰이나 법원이 알았다면 진술의 신빙성에 신중했지 않았겠나”라며 반문한다.

실제로 김기현 전 시장이 받아든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직 울산시 공무원 OOO의 진술에 의하면”이라 적혀 있었다. 영장에 실명이 기재되지 않았기에 김기현 후보 쪽에서도 그 제보자가 송철호 캠프에 있던 전 울산시 국장이라는 점을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제보된 비리 혐의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이 이뤄졌다. 하지만 선거판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김 전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지지율 37.2%를 기록했다. 송철호 후보의 지지율 21.6%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알려진 이후 뒤집혔다.

지난해 4월 리얼미터가 부산일보 의뢰로 발표한 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41.6%, 김 전 시장이 29.1%였다. 결국 선거 결과 송 후보 52.9%, 김 전 시장은 40.1%를 득표해 12.8%포인트 차이로 송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청와대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은 그 자체로 문재인 정권의 통치 정당성에 심대한 결함을 예고한다.
청와대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은 그 자체로 문재인 정권의 통치 정당성에 심대한 결함을 예고한다.

윤석열 검찰 vs 문재인 정권,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넜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불법선거 개입 의혹은 그 자체로 문재인 정권의 통치 정당성에 심대한 결함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검찰에 의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윤석열 검찰의 최종 칼날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만일 중간에서 검찰이 권력의 압력에 굴할 경우 그 후폭풍은 검찰조직을 그야말로 와해시키는 수준으로 불어 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포기케 만들 이러한 사건을 저항 없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이 되고나면 내년 2월의 검찰 정기인사를 그 보다 앞당겨 실행하는 방법으로 윤석열 사단의 사실상 해체를 도모하는 방법이 회자되고 있다. 이를 알고 있을 윤석열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여야 정계는 물론이고 법조계와 언론에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다음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윤석열 사단이 살아 있는 권력과 투쟁에서 패배하는 경우다. 이 경우 추미애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총대를 메어야 한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만큼 만일 검찰이 청와대 핵심들과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불법 선거개입에 대한 증거와 사실들을 밝혀냈음에도 이를 추미애 법무부가 인사권을 통해 윤 총장과 검찰을 찍어 누를 경우 검찰과 전투에서는 이기고 총선이라는 전쟁에서는 정치적으로 패배하는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싸움을 하게 되는 가장 하수(下手)의 정치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추미애 장관도 윤석열 검찰이 불법 선거개입에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결정적인 증거나 청와대 책임자의 진술을 확보할 경우 검찰을 와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민주당의 안전판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경우는 민주당이 이 문제를 ‘검찰에 대한 특검’으로 가져가는 것이다.실제로 민주당은 설훈 최고위원을 수장으로 ‘검찰공정수사촉구특위’를 구성한 바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최근 “(울산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자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그동안 공정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며 “최종적으로 최고위 논의과정이 남아 있어 결과를 봐야겠지만 (당론으로) 될 것 같다”고 언론에 밝혔다.

민주당으로서는 울산 하명수사·선거개입을 검찰의 일방적인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보고 청와대와 울산경찰이 검찰에 반박하는 주장을 쌍방 간 쟁점화하는 방법을 취하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일종의 물타기 전략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경우 특검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경우가 어떻든 윤석열 검찰과 청와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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