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조세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는 이유
[전문가진단] 조세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는 이유
  •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
  • 승인 2019.1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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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때마다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준조세 포함)를 인상하거나 도입해왔다. 그러나 조세의 인상 또는 도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의 인상 또는 도입은 건설 경기를 위축되게 한다는 점이다. 이제 이전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의 명분으로 도입하거나 인상한 각종 조세는 새 정부 들어 건설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폐지 또는 인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동산 투기 →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 인상 또는 도입 → 건설(부동산 포함, 이하 동일) 경기 위축과 부동산 투기 억제 →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 폐지 또는 인하 → 건설 경기 활성화 → 부동산 투기의 재발’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 여기에서 화살표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일련의 과정은 부동산 투기와 다음 부동산 투기가 재발할 때까지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조작했고 그 다음 단계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각종 조세의 변경은 부동산 경기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갔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랬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태이면 부동산 관련 조세를 인상 또는 신규 조세를 도입했다. 그와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 상태이면 부동산 관련 조세를 인하 또는 폐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관련 조세는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는 1960년대 이후에 반복해서 발생해왔다. 다만 부동산 투기 지역이 달라졌고 정책 시차가 조금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등의 예외가 있었다.

부동산 관련 조세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이 있고, 준조세로서 다양한 개발 이익 환수제도(개발부담금, 개발제한구역 훼손 부담금, 농지전용 부담금, 산림전용 부담금, 대체초지 조성비, 수도권 과밀 부담금 등을 말한다)가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발부담금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상 또는 도입해왔다.

그와 반대로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하 또는 폐지해왔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의 인상 또는 도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부동산 투기의 발생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다. 그와 반대로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인하 또는 폐지하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화폐가치 하락, 부동산 가격 인상 원인

건축한 지 오래되었지만 엄청난 고가인 강남 지역의 한 아파트를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서 아파트의 가격은 단위 면적당으로 생각하자. 이 아파트는 너무 낡아 건축물에 의한 생산적 서비스의 가치는 아주 적다. 이 아파트 가격의 대부분은 건축물에 부속된 토지의 가격이다.

만약 다른 곳에 비해 강남의 학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한 아파트 수요 증가, 인구의 변화에 의한 강남 아파트 수요 증가, 교통과 각종 편의시설 등의 편리함으로 인한 강남 아파트 수요 증가, 지방에서의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투자 목적), 공급의 변화 등이 없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에서 강남 아파트가 고가(高價)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은 화폐 구매력이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았다면 아파트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크게 상승했던 것은 화폐의 구매력의 지속적이고 빠른 하락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았다면 지난 40~50년 동안 토지의 명목가치는 크게 상승했지만 실질가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로 강남의 아파트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증가, 어느 쪽이 더 큰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저자의 직관으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요의 증가가 공급의 증가보다 더 컸을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이런 추정이 옳다면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에 부속된 토지의 실질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실질가치보다 클 것이다.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의 명목가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고,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던-우리가 부동산 투기라고 부르는 현상-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토지의 실질가치가 변하지 않았지만 명목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폐공급의 증대에 의한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 때문이다. 이 경우에 토지를 구입하는 이유는 화폐가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토지의 실질가치가 상승해 명목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강남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많이 증가한 결과로 아파트 부속 토지의 실질가치는 지속적이고도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가지 이유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실증의 문제이다. 다만 저자의 직관으로는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대조적으로 강북의 평범한 한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강남의 아파트에만 존재하는 수요들은 강북의 아파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를 들어 강북의 아파트도 교통과 각종 편의시설이 잘 만들어졌을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다.

여기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그런 수요가 없다고 가정한다. 즉 지난 40~50년 동안 강북의 아파트에는 실질가치의 상승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 경우에 강북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이고도 급격한 상승은 거의 대부분 명목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토지가 생산적 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토지가 토지소유자에게 불로소득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에 기초해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이 인상 또는 도입되어왔다. 그런 조세, 준조세 등은 산업과 경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하에서는 다른 조세를 포함해 경제의 다른 부분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첫째,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은 부동산(토지와 그 부속토지)의 명목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떨어진 명목가치에 비례해 부동산의 실질가치도 인하된다. 한 마디로 각종 조세, 준조세 등은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을 ‘파괴’하는 것이다. 재산 파괴의 정도는 조세, 준조세 등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것은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에 의해 부동산의 명목가치가 상승하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정부가 민간이 가진 화폐의 구매력의 하락을 보전할 방법을 방해하고 막는 것을 의미한다. 과세가 지속될수록 민간은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조세, 준조세 등만큼 부동산 보유자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

둘째, 건물의 경우에는 건설업자들, 건설업에 종사하는 생산요소들의 활동의 위축을 초래한다. 세금만큼 건물의 가치가 인하되면서 건물(신축 건물 포함)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이렇게 낮아진 소득은 건물을 기준으로 건물의 신축 또는 개조에 투입되는 노동, 자본, 토지 등으로 ‘후방이전’(backward-shifting)하게 되고 그 결과 그들의 소득도 낮아진다.

여기에서 후방이전이란 자원이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분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토지의 경우에도 건물과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토지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토지를 기준으로 토지의 개발에 투입되는 노동, 자본, 토지 등의 수익률이 낮아진다. 즉 토지의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후방이전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후방이전이란 자원이 부속 토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분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 조세, 부동산 실질가치만 파괴

셋째,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자원은 두 곳으로부터 빠져나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는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에서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토지와 주택의 가격은 상승한다. 그와 반대로 다른 산업에서는 재화의 공급이 증가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점을 실증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넷째,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실질가치가 과세에 의해 낮아질수록 부동산 소유자의 시간선호 스케줄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투자에 비해 소비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에 대한 과세 또는 세율 인상은 부동산 소유자의 저축과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에 따라 경제성장은 당연히 둔화된다. 사람들의 평균적인 물질적 삶은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해 더 나빠진다.

다섯째, 부동산 관련 조세, 준조세 등을 전가한다는 주장이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인상되면 전세금 또는 월세 등을 인상할 수 있다고 일부 토지 전문가는 주장한다. 즉 그들은 부동산 소유자가 과세 또는 세금의 인상으로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길은 없다. 외관상 그렇게 보이는 것은 전가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다른 이유, 예를 들어 부동산의 공급 부족 등으로 부동산의 생산적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을 파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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