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사라지고 있는 기업가 정신
[이슈분석] 사라지고 있는 기업가 정신
  • 한현옥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9.12.26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정신(entre preneurship)이 혁신(innovation)을 이루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견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명쾌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기업가정신이란 기업가(entrepreneur)가 갖춰야 할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기업가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기업가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기업가인가?

슘페터(Schumpeter)는 기업가를 새로운 조합(new combination)의 수행을 통해 시장 내에서 변화를 실행하는 혁신가(innovator)로 봤다. 새로운 조합의 수행이란 새로운 상품이나 품질의 도입,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원자재나 부품원의 확보, 새로운 조직의 시도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즉 기업가란 혁신가로서 새로운 제품,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여 이윤창출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슘페터에 의하면 이미 자리를 잡은 사업을 관리하는 사람(managers)은 기업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기업가가 갖춰야 할 특성으로서의 기업가정신으로 혁신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프랭크 H. 나이트(Frank H. Knight)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가정신이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본다. 커즈너(Kirzner)는 기업가는 시장에서의 기회(market opportunities)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은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것이 주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관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기업가정신은 혁신, 불확실성 내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것이 주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영어의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동사 ‘Entreprend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시도하다’, ‘모험하다’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사람이 할 수 있으며 기업가정신은 이러한 도전 정신이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참신한 아이디어와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회를 포착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기업가가 이러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게 되는 동인은 무엇인가? 슘페터는 일시적인 독점이윤이 기업가에게 동기 부여를 한다고 봤다. 일시적 독점이윤은 기업가의 혁신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독점이윤이 일시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혁신’ 유인 사라져

기업가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독점이윤을 획득했다고 할지라도 그 이윤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독점이윤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방법이나 이유에서든지 해당 시장에 진입장벽이 존재 내지 형성되고 유효한 경쟁이 사라지는 경우이다. 그러나 일단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혁신 유인은 없다. 즉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독점이윤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이윤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를 추구할 때 진정한 기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미 자리 잡은 사업을 관리하는 사람은 기업가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남과는 다른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 혁신을 이뤘던 기업가들도 어느 순간에는 현실에 안주하고 이미 이뤄 놓은 것을 지키기에만 급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증진시켜 경제성장을 이루는 주요 원동력은 진정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기업가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은 다양한 측면에서 조성되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높이 사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부터 기업가가 새로운 기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자금 조달이 수월한 금융환경, 새로운 아이디를 상품화하고 기업을 설립하는 데 따른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가 적은 환경, 새로운 지적 생산물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확실한 법적 환경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여건 조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여건은 경쟁적인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모든 사람들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경쟁적 시장을 조성하고 유지시켜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자 하는 유인은 사라질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