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셜임팩트... 다음 10년을 결정하는 평판의 힘
[서평] 소셜임팩트... 다음 10년을 결정하는 평판의 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1.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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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에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 재팬’ 운동)이 해가 바뀌어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는 전년 대비 약 20퍼센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두 달 만에 매출의 15퍼센트가 급감했다고 한다. 편의점 인기품목인 ‘수입맥주 4캔 1만 원’ 라인업에서도 일본 맥주는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다. 이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국내 소비자들이 장기적인 보이콧(boycott)으로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가 비즈니스(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나라간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캡슐커피 회사 ‘큐리그’는 캡슐 용기(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6분기 연속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 굴지의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오너 2세들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켜 주가 하락이라는 타격을 입었다.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브랜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오너의 20대 비서 성추행 사건 때문이었다.


 

이처럼 잘나가던 기업/브랜드가 한순간에 ‘나쁜 기업/브랜드’으로 낙인찍히고 시장에서 배척받게 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 즉 ‘소셜임팩트(Social Impact)’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소셜임팩트’는 구글에서 검색결과가 약 17억 건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으로 회자되는 단어다. 두 가지 의미로 구성되는데 첫째, ‘조직, 지역, 세계에 긍정적 기여할 것’, 둘째는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 영향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UN을 중심으로 정립된 글로벌 어젠다 SDGs(지속가능한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SDGs의 행동기간은 2030년까지로 유럽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익한 기업, 목적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을 요구하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기업과 브랜드가 상품적 혜택?감성적 혜택을 주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회적 혜택을 주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진라면’이 대표상품인 오뚜기가 소셜임팩트 기업 이미지를 선점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내며,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하는 행보를 보인 오뚜기는 ‘착한 기업’으로 평판 받으며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이 30퍼센트까지 올랐다. 해외에서는 아웃도어 의류 분야 2위인 ‘파타고니아’가 회사의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마저 “우리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로 바꾸며 친환경 기업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셜임팩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가 한 가지 추가됐다. ‘비재무적 요인’이라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것이다.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지난 7월 실시된 입소스코리아의 ‘2019 소셜임팩트 국민의식 및 사회적 신뢰 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87퍼센트는 비재무적 평가를 지지한다고 한다. 특히 ‘부패ㆍ비리 척결’, ‘성희롱·성차별 ’, ‘사회윤리 반하는 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 기업윤리와 관련된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비재무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런 의식은 실제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칠까? 같은 조사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82.8퍼센트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이미 매 순간 능동적 소비로 기업/브랜드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20대 남녀에서 차이가 큰 것이 특징적인데(남성 78퍼센트 vs. 여성 85퍼센트) ‘젠지(Generation Z)’, 즉 Z세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남녀 전체가 아니라 주로 여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옳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기업/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서 여성 10~30대가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브랜드의 부정보도가 있을 시, 즉각적인 ‘보이콧’을 실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역으로,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흐름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 생각해보자.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소셜임팩트가 미치는 영향력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른바 ‘소셜임팩트 주도층(기업의 사회책임 고 관심층)’으로 분류되는 그룹이 있는데 전체의 34.3퍼센트로, 양적으로 규모가 크진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수도권, 남자 40~50대, 여자 30~50대, 대졸 이상 고학력자, 화이트칼라, 주부, 월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제품 구매력도 높아 마케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소비자 군이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기업/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높고 긍정적이었다(구매 만족도 97퍼센트/국민 평균 78퍼센트). 비슷비슷한 경쟁 상품들 사이에서 자사 브랜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야 하는 기업이라면,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이 소셜임팩트 주도층의 신뢰를 얻는 것이 미래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것이다.

소셜임팩트가 ‘지속가능한 사회’에 목적을 둔 트렌드라면, 굳이 경제 영역인 소비-생산-기업 활동에만 국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소셜임팩트의 핵심 정서는 ‘공감’이며, 환경, 윤리, 인권, 불평등 같은 이슈들이 일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직접 행동에 나서고 공유하면서 세상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확산되면서 모두가 동참해야 할 당장의 과제가 되었다.

국경을 넘어선 환경문제는 동조를 넘어 ‘동참’의 시대로 진화했다.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금요일 등교 거부와 환경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미래를 위한 금요일’)를 이어갔고, 뉴스와 SNS를 통해 전파된 소식에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 움직였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160여 개 국가에서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각성과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열었다.

상위 1퍼센트가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불평등과 빈곤 문제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할 만큼 경제 연구의 주류가 되었다. 불매운동 장기화가 가능한 것도 SNS를 통해 개개인이 서로 인증하고 공유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정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득세인 포퓰리즘도 소셜임팩트의 프리즘으로 보면 기존의 엘리트 정치가 외면한 대중의 목소리가 한데 뭉쳐진 결과일 수 있다. 대중에게 공감하지 않으면서, 레토릭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은 마치 불매운동 제품처럼 보이콧 당하고, 다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가만이 바이콧(buycott)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세계는 소셜임팩트, 즉 ‘사회적 평판’을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재편되고 있다. 과거 기업이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와 인권, 빈부 격차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던 가치 추구의 시대가 있었다. 환경단체나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인정해주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인종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 사회적 소수층의 인권보호를 위해 관련 단체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라고 말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관련 있는 단체에 지원이나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을 높이라고 주장한다. ‘가치’를 넘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사회에, 그리고 소비자에게 유익한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셜임팩트의 흐름은 지구와 사회가 맞닥뜨린 위기의 강도와 비례해서 거세질 것이고, 변화의 방향에 조응하는 정부ㆍ기업ㆍ사회의 미래와 그렇지 않은 정부ㆍ기업ㆍ사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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