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월성1호기 영구정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배임 방조
[전문가진단] 월성1호기 영구정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배임 방조
  •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 승인 2020.01.15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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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으로 월성1호기 원전은 영구 운영 정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으로 월성1호기 원전은 영구 운영 정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2월 24일 ‘월성1호기 운영변경허가(안)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를 하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을 심의 의결한 것이다. 이미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모두 들어낸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서 심의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며 절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간단하고 불요불급한 사안을 크리스마스 전날을 기해 처리해버린 것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 모두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 건은 경제성을 이유로 조기 폐쇄를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의 근거와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므로 원안위는 심의의결을 보류해야 한다. 이 이유에 따라 지난 2번의 원안위 회의에서는 토의 끝에 의결을 보류했었다.

감사원 감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아 안건심의 보류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원안위는 안건 상정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함에도 재상정 후 표결로 의결해버렸다. 마치 무엇에 쫓기고 있는 듯이 서두른 것이다.
 

한수원의 원전 가동중단결정 감사 중인데 원안위가 폐쇄 의결한 것은 부당

작년 6월경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1호기를 계속 운영할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 경제성 평가 내용을 보면 한수원은 원자력 전기의 발전원가보다 싼 판매단가를 적용했고, 월성1호기는 이용률이 아주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수원은 원전이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파는 데 원가 이하로 팔 이유가 전혀 없다.

한전이 LNG와 신재생에 비해 훨씬 저렴한 원자력 전기를 그 원가 이하로 공급하게 하여 한수원을 파산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가장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자회사를 파산시켜 정리하는 것이 타당하기나 한 일인가?

7000여억 원을 들여 안전기준을 충족시키도록 설비 개선을 했고, 한수원의 탈법적 조기폐쇄 결정 전까지 100% 전출력으로 가동해왔던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 55%도 안 될 것이므로 폐쇄한다는 주장 또한 매우 불합리하다. 현재 월성 2호기와 3호기가 핵심 설비인 압력관의 노화 등을 고려해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각각 87%와 91% 출력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압력관 교체 등 핵심 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끝내 새 원전 같은 상태에서 100% 전출력을 낼 수 있는 월성1호기를 정지시킨 것은 아주 부당한 결정이다.

월성1호기를 공급한 캐나다에서는 월성1호기와 같거나 더 오래된 원전이 8기나 운전 중이다. 설비 개선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이용하고 있다. 설비를 개선한 원전은 성능이 새 원전과 다를 것이 없으며 가장 경제적인 원전이다. 엔진을 교체한 자동차가 도로를 못 달릴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국회는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는 것을 이유로 ‘한수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 요구를 의결했다. 국회가 요구한 감사원 감사가 한수원 결정에 문제가 없으므로 종결된다면 원안위는 그 후에 영구정지 안건을 의결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지 않은 이번 원안위의 의결은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을 방조한 것이며 동조한 행위이다.

한수원 이사회는 원안위 의결 전에 현재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건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영구정지 안건을 철회하거나 심의를 보류할 것을 원안위에 요청했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처분성 있는 행정절차에 대해 한수원이 중지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을 가중시키는 행위이다.

근거가 틀리고,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일단 영구정지 허가 진행을 멈추는 것이 타당했다. 그랬다면 한수원 이사회는 배임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월성1호기 생산 전력을 LNG 발전 대체에 연간 2500억원 추가 지출

한수원 이사회와 원안위의 결정으로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되어 국민들이 입을 손해는 막심하다. 월성1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LNG 발전으로 대체하려면 연간 2500억 원 이상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 2018년 발생한 한전 적자 2080억 원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한전의 전력 구입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다.

현재 월성1호기는 신규 발전소와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는 연료비와 운영비뿐이다. 가동하면 가동할수록 경제적으로 이득인 것은 자명하다. 핵연료가 석탄이나 LNG에 비해 1/10도 안 되는 가격이므로 월성1호기를 죽이고, 석탄이나 LNG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분명히 국가 경제적으로 손해다.

한편, 월성1호가 감축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석탄발전소 대비 연간 400만 톤 이상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거래가격이 현재 톤당 4만 원 수준이므로 배출권 비용만 연간 1600억 원 이상이다. 한수원 이사회 결정에서 경제적 손익의 규모가 수년간에 걸쳐 수백억 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산화탄소 저감 하나만 봐서도 월성1호기 가동은 계속 했어야 했다.

거기에 미세먼지 감축은 덤이다. 한해 국민 1만2000명의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미세먼지의 극히 일부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이 또한 안전상 큰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월성1호기가 국내 발전량의 0.6%를 차지하고, 발전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석탄과 LNG 발전의 미세먼지가 국내배출량의 15% 수준이므로 월성1호기는 국내 발전 부분 미세먼지 발생량의 1%를 줄일 수 있으며, 국내 배출량의 0.15%를 줄일 수 있다.

국내 기인 미세먼지를 50%로 본다면 전체 미세먼지 조기사망의 0.08%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매년 9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월성1호기가 35년간 구한 목숨이 315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라늄 연료는 국내에 이미 수년치를 보유하고 있어 원전은 에너지 안보에 있어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더 나아가 농축도 불필요한 천연우라늄 연료를 사용하는 월성1호기는 에너지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는 원전이 아니다. 캐나다나 미국의 운전 경험을 볼 때 2060년대까지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하루빨리 재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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