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의 유통칼럼- 여자의 유혹을 사이렌의 유혹으로 바꾼 스타벅스
권순철의 유통칼럼- 여자의 유혹을 사이렌의 유혹으로 바꾼 스타벅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1.23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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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누구나 즐기는 간편한 음료이다. 커피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설은 11세기 아비시니아 제국(현, 에티오피아)의 설이다.

염소지기 칼디가 염소를 찾으러 갔는데 어느 관목에서 빨간 베리를 따먹고 활기차게 뛰노는 염소들을 발견한다. 베리를 먹은 염소들은 밤에도 계속 활기찼고,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칼디는 이 베리의 효능을 보기 위해 직접 베리를 먹어 본다. 효과를 본 칼디는 ′천국에서 온 베리′라 믿고 그 지역의 수도원장에게 이 베리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수도원장은 신의 저주라고 칼디를 설득하고 불에 던져버린다. 불 속에 들어간 베리들은 커피콩으로 구워지면서 커피향 냄새가 수도원에 가득 퍼졌고, 수도원에 있던 사람들은 커피콩에서 흘러나오는 카페인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권순철 홈넘버 상무, 유통칼럼니스트
권순철 홈넘버 상무, 유통칼럼니스트

몇일 후 한 수도자가 칼디가 소개한 베리가 자신의 기도와 예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화로에 남아있던 커피콩들을 꺼내어 물에 섞어 마신다. 이렇게 커피음료가 탄생했다. 이후 수도자들이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커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빨간 커피베리를 직접 가꾸기 시작한다.

커피는 구한말 개항으로 개화 문물이 수입되면서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진다. 개항과 함께 상륙한 커피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무역상인들과 선원들 그리고 선교사들이 주로 마셨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커피는 예술인들의 전용 공간으로서의 다방과 함께 한국사회 전체로 퍼지며 커피의 유혹이 시작된다.

초기 다방은 동호인 체제와 비슷하게 운영되었다고 한다. 1920년대 후반에 들면서 인텔리 문화 예술인들이 직접 다방을 열고 경영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들 인텔리에게 다방은 번잡한 세속 도시로부터 잠시나마 일탈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다방은 모더니즘을 흡수하는 창구이며 자기들끼리 사색과 담소를 나누면서 예술가적인 자각을 하는 아지트였던 것이다.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다방은 광복과 6.25 전쟁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광복은 극도로 위축되었던 한국 사회에 활기와 희망을 안겨주며, 6.25 전쟁은 극한의 절망과 허무를 딛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확인하고 위안하는 심리적 장소로 다방을 찾으며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1960년대 이후 다방은 이전과 달리 지식인 계층의 남자 주인 대신에 장사속이 밝은 여주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규모는 커지고, 시내 중심가에서 점차 주변과 외곽지역으로 확산된다. 다방은 이제 ′장사속에 밝은 여주인′이 다방의 얼굴이라는 ′가오마담′과 미모와 교태를 지닌 두세명의 레지 아가씨를 데리고 경영하는 체제로 변모한다.

"소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전화, 비서, 사무실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들고 편리한 다방을 많이 애용한다. 전화도 쓸 수 있고, 차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으며, 편리한 공간까지 제공해 주는 다방이 곧 사무실이다."라고 미국 공보처 보고서는 1960~70년대 한국의 다방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다방들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다. 커피전문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타벅스(Starbucks)를 이해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1971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1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가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97년에 이화여자대학교 앞이다. 스타벅스는 2017년 1월 1,000호점을 돌파하며 한국에서 성업중이다.

스타벅스의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인어 사이렌(Siren)을 17세기 판화를 참고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세이렌은 아름답고 달콤한 노랫소리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죽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처럼 사람들을 홀려서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을 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스타벅스의 기업명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 백경)에 나오는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유래했다. 그는 큰 키에 열정적인 성격이면서도 신중함을 가진 선원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모비 딕을 잡기 위해 선원들을 선동하는 에이허브 선장에 맞서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피쿼드 호와 운명을 함께한다.

스타벅스의 간판을 보고 있노라면, "당신은 스타벅과 같이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사이렌의 유혹을 뿌리치시렵니까?"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리고 사이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는 "나는 참 이성적인 사람이야"라고 나를 합리화 하며 커피전문점 안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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