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민을 우롱하는 文대통령의 경제 인식
[이슈분석] 국민을 우롱하는 文대통령의 경제 인식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1.28 1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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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1월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2020년 임기 4년차였고 총선을 약 3개월 앞에 둔 시점이어서 그 의미는 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보여준 경제 인식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지다 못해 심지어 ‘지록위마’가 아니냐는 비판마저 터져 나왔다.

일단 고용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심각한 왜곡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1~11월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2018년 1~11월) 대비 31만9000명 늘어났다.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문 대통령의 주장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고용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것은 60대 이상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36만7000명이다. 60대 이상이 취업한 일자리 대부분은 요식업이나 숙박업 그리고 공공사회복지와 같은 임시직 서비스 일자리였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산업별로 보면 노인 일자리가 주로 가는 공공행정이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시간제 강사 등이 있는 숙박음식업이나 교육서비스업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30~40대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30대는 전년 동기 대비 5만8000명, 40대는 16만5000명이 줄었다. 이 연령대는 대부분 우리 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제조업이나 IT, 금융, 유통, 건설업과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들이다. 이 부분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면 경제와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별다방 김양’만 늘렸던 문재인 경제정책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가 늘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일까.

늘어났다는 청년 일자리는 주로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이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은 하락세가 장기화 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2019년 11월 기준 20개월째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임시직이 주를 이루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가 38만6000명을 기록한 점도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노인들과 같이 청년 일자리도 대부분 임시직에서 늘었다는 이야기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이 ‘청년 고용이 늘었다’고 했을 때 시중에서는 ‘별다방 김양만 늘었다’는 조롱이 유행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늘었다는 청년 일자리도 편의점, 카페 알바나 식당 서빙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정작 생산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제조업과 IT, 건설, 금융, 무역과 같은 곳에서는 불황으로 인력이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로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의 결과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우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속에서도 수출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불,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라고 신년사에서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가장 최근 발표한 수출 성적표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세계 6위’이다. 하지만 이 6위라는 순위는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수출 증감률은 -10.3%. 2018년 5.4%에서 크게 하락했다. 이 수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3.9%) 이후 최악에 해당한다.

2019년 1∼7월 상반기를 기준으로 수출 10대국의 경우 수출 감소율 순위는 한국(-8.94%), 홍콩(-6.74%) 독일(-5.49%) 일본(-5.03%) 영국(-4.62%) 순이었다. 미국은 -0.9%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세계 경제둔화 등 악재 속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가리지 않고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가장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감추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9년 7월에는 한국 수출 부진이 유독 두드러졌다. 7월은 일본이 한국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디스플레이·반도체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전환해 규제를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7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460억9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04% 줄었다. 노딜 브렉시트 등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영국(-11.33%)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한일 수출 갈등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일본의 7월 수출액은 1.39% 증가했다. 중국은 3.34% 증가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한일관계 갈등에서 교역에 손실을 입었지만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 대통령은 또 신년사에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연간 노동시간은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주52시간 근무 제한은 현재 고용 300인 이상의 업장 혹은 대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주 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기업은 전체 대기업의 약 24%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 4곳 중 1곳은 주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결국 처벌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다보니 위반 대기업의 경우 처벌을 유예하고 권고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받은 일감을 줄이는 수 밖에 없고 이는 기업의 경영악화와 고용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저임금 근로자가 줄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4월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조사에는 실직이나 자영업자의 폐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가 반영됐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신년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1주일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면서 “신년사에서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많은 말씀 드렸는데, 현실경제의 어려움을 모르고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 아니냔 비판을 받았다”면서 “아시다시피 우리 경제 지표는 늘 긍정 지표와 부정 지표가 혼재한다”며 “신년사이기 때문에 긍정 지표를 많이 말했을 순 있지만 제가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일단 발이 네 개 달린 짐승은 소나 돼지나 말이나 다 같은 것일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권력을 이용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존중할 수 있을까. 자신의 경제적 실패가 분명하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런다고 대통령을 비난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문 대통령은 그런 대통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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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2020-01-29 11: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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