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택한 신격호와 북한 택한 전진식... "문제는 기업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한국 택한 신격호와 북한 택한 전진식... "문제는 기업의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 송종환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20.02.11 15: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시절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젊은 시절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지난 1월 19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먼동의 문명 산책’ 블로그에 21일 게시된 ‘신격호 대 전진식’ 제하 글과 일본 지인의 현지조사 등을 통해 한국과 북한을 택한 재일기업가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본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그룹과 전진식 회장의 사쿠라그룹의 운명을 가른 것은 재일기업가들이 자유가 있는 한국과 자유가 없는 북한 중 어디를 선택했느냐였다. 껌으로부터 출발해 2020년 1월 현재 2세 경영인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161개, 사원 20만 명을 이끌어 연매출 90조 원을 하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되어 있는 롯데그룹과 신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 사쿠라그룹은 북한과 합영회사를 운영하는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재일교포 기업 롯데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사쿠라그룹은 일본에서 롯데보다 더 승승장구했다.

1951년 3월 설립, 도쿄도(東京都) 후츄(府中)시에 위치한 사쿠라그룹의 계열사는 대형 슈퍼마켓 유통업, 한식집 경영, 불고기양념장 중심의 식품제조업, 볼링·경마 등의 레저산업, 태권도장, 요리사 전문학원, 맛 연구소 등으로 다양하며 일본의 지역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회사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1979년 개발한 불고기양념장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고 기업의 순이익을 모두 재투자, 해마다 10% 성장이라는 고도성장 전략을 추진해 교포들 사이에서는 조선의 맛 또는 민족을 상품으로 만들어 일본 사회에 파고드는 민족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고령에도 잠실 롯데타워 건설 현장을 찾은 신격호 회장
고령에도 잠실 롯데타워 건설 현장을 찾은 신격호 회장

롯데, 계열사 161개 사원 20만 명 연매출 90조원

그러나 일본 지인의 현지조사에 의하면 2019년 4월 현재 전진식 회장의 손자 전창석이 사장을 맡고 있는 사쿠라그룹의 사원 숫자는 370명이며, 2018년 연간 매출도 184억 엔(약 2024억6000만 원)에 불과한 중견기업에 머물고 있다. 사원이 2200여 명, 연간 매출액이 1200억 엔(약 1조 원)이었던 1996년에 비해 후퇴했다.

이와 같이 사쿠라그룹의 발전이 롯데그룹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된 원인은 일본의 20년 장기 불황과 함께 경남 고성이 고향인 전연식·전진식 형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조국”으로 택해 일본에서 “조선적”을 고집하면서 북한을 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쿠라그룹 창업주이자 형인 전연식을 조총련 중앙본부 부의장, 재일상공인연합회 회장,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에 임명해 극진히 대우했다. 공동 창업주 전진식은 1986년 이후 본격화한 북한과 재일조선인 기업의 합영사업, 즉 ‘조조합영’을 실질적으로 이끈 인물로 합영사업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1987년 ‘조조합영’ 제1호로 ‘조선은하무역총회사’와 합작한 ‘모란봉합영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시작한 북한과 조총련 간의 합작기업들은 1990년대 몇 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고난의 시기’를 거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합작기업들이 성공을 하지 못한 근본 이유는 북한 기업경영의 원칙, 즉 1961년 12월 김일성이 제시한 ‘대안의 사업체계’ 때문이다. 평안남도 대안군에 위치한 전기 공장을 현지 지도한 김일성이 내세운 이 방식은 공장 노동당위원회의 집단적 지도 밑에 공장과 기업소들을 관리·운영해나가는 사회주의적 공장관리지침으로서 “최종 결정은 지배인(사장)이 아니라 당(비서)이 한다”라는 것이다. 김일성이 정한 것은 바꿀 수 없다. 1980년대 합영법에서 이 원칙을 완화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북한의 수령유일 지배체제 하에서는 당의 간섭은 지속되고 기업의 창의성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어 있다.

1995년 작고한 전진식 회장을 이은 전수열 2세 경영인은 1996년 11월 2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인선언’을 한 후 “한국이 이미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고 일본의 대외무역 5위국이므로 일본에서 기업을 하면서 한국과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에게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수열 사장 일행은 1997년 5월 15일 한국을 방문해 약 1주일간 머무르면서 식품과 유통업 분야에서 한국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쿠라그룹은 기업을 할 수 없는 늪으로 걸어 들어간 대표적 사례로 세계 기업 경영사에 남을 만하다.

국가나 기업이라는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민주, 평등, 정의, 공정, 창의, 혁신 등이 모두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다. 자유는 타인의 지배와 외부의 억압, 명령과 간섭을 받지 않는 가운데 자신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우선으로 하고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보완적으로 해결해 주는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침이 있었지만 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틀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해 왔고 북한은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 받는 수령유일지배체제 하에서 발전은 커녕 질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가 존중되는 대한민국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자율적이며 창의적 기업가 정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나 자유가 없는 북한 사회에서는 전진식 회장의 자율과 기업가 정신이 빛을 발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송종환 미래한국 발행인
송종환 미래한국 발행인

사쿠라그룹, 북한과 합영사업으로 기업 쇠락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기업의 창의적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2년 8개월 전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 단축, 과도한 세금,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업 규제와 개혁 압박 등으로 기업의 사기를 계속 떨어뜨리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부로부터 현금을 받는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예산을 늘려 청년, 노인 등 약 1100만 명에게 현금을 나누어 주는 선심용 복지는 사실상 매표를 하는 것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기업의 창의적 자율과 기업가 정신이 정부의 제한, 간섭을 받고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현금 살포를 하는 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국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누가 들어도 아는 대기업이 본부를 뉴욕으로,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다는 루머도 잠재워야 한다.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에 즈음해 자유가 없는 북한을 선택한 사쿠라그룹 전진식 회장 일가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먼동의 문명 산책’ 블로그에 게시된 글의 결론으로 돌아간다.

“자유, 자유 시장과 기업가 정신이 없이 기업이 살 수 있을까?”

송종환 미래한국 발행인

전 파키스탄 대사
전 유엔대표부 ㆍ 미국대사관 정무공사
전 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
1970년 대 초ㆍ중반 남북대화 참가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02-14 19:11:12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