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중국의 시스템 자체가 질병
[심층분석] 중국의 시스템 자체가 질병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2.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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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19세기 초반 중국에는 유럽으로부터 프로테스탄트 의료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윌리엄 제프리(W. Hamilton Jefferys)는 1910년 <중국의 질병(The disease of China)>이라는 책을 썼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활동한 서양 의료선교사들은 <박의회보>라는 정기 간행물을 통해 중국의 질병에 대해 논하며 한편으로는 중의학에 대한 평가들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양 의료선교사들의 중의학에 대한 시각이 초기에는 대단히 비판적이었다가 1930년대 이르면 중의학에 어느 정도 호의와 공감을 보인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의료사를 전공한 조정은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2015년 대한의사학회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러한 서양 의료선교사들의 관점 변화를 ‘동정적 이해(sympathetic viewpoint)’로 해석한다. 이 해석은 흥미롭다. 서양 의료선교사들은 도저히 중의학의 ‘오행음양설에 의한 약재’와 같은 것을 이해하거나 수용할 수 없었으며, 특히 침술에 대해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중국인들이 가진 철저한 전통의학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서양 의술에 대한 불신으로 결국 이들 서양 의료선교사들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정적 이해라는 것은 더 이상 중의학에 대해 따지거나 비난하지 말고 ‘형식적으로 중의학을 취하면서, 실제는 서양의술을 시행하는 것’의 우회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인 환자를 치료하고 약을 먹게 하려면 그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박의회보>에 남긴 한 서양 의료선교사의 기록에는 중국인 환자가 철두철미하게 음양오행설의 치료 원리를 믿었기에 의료선교사는 자신의 의술을 음양오행적으로 되는 대로 설명했더니 믿고 따라서 치료 예후가 좋았다는 사례도 있다.

한국인도 그렇지만 중국인들도 질병과 의학에 관한 한 독특한 전통적, 미신적 신념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제프리 의료선교사가 1910년에 쓴 <중국의 질병>의 원제는 <중국, 포모사, 한국의 질병(The diseas of China, Fomosa, Korea)>였다.

한국의 많은 의사들은 환자들이 의사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종종 화제로 꺼낸다. 동양에서 질병이란 자신의 몸 상태에 균형이 깨져 외부의 나쁜 기운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강하다. 소위 역신(疫神)이라 불리는 존재에 대한 주술성이 현대에도 여전해서 자신에게 찾아 온 질병은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중국에서는 개인을 넘어 통치에서 마저 엿보이는 일종의 ‘국가 질병’의 양상을 띤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된 곳으로 지목되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수산시장과는 불과 20km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된 곳으로 지목되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수산시장과는 불과 20km다.

중국은 지난 사스에서 무엇을 배웠나

지난 1월 영국 BBC는 중국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을 두고 과거 급성중증호흡기질병인 SARS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중국은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첫 번째, 다른 나라와 협력하라는 것.

중국은 대규모 유행병이 도는 것을 정치적 위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외국의 협력을 거부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중국 안에서 발병하는 유행성 질병을 감추거나 일부러 무시하고는 했다. 2003년 3월 전 세계 확산 경보가 발령된 사스 역시 이 보다 앞선 2002년 11월 광동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중국 보건 당국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WHO는 2003년 2월 중국 남부에서 증세가 심각하고 흔치 않은 폐렴이 발병했다는 보고를 처음 받게 된다. 현지 관계자들은 300명 이상이 이 병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고 언론에서 기사는 사라졌다.

이후 유사한 질병으로 베트남 하노이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의료진 여러 명을 감염시켰다는 보고가 WHO로 들어왔고 이후 홍콩의 보건부 또한 병원 직원들에게서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2003년 WHO는 3월 12일 최초의 전 세계 경보를 발령했다. 이때까지 사스의 원발지를 찾아내는 데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다.

BBC는 두 번째로 중국에 ‘은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BBC가 보도에서 중국의 이런 유행성 질병을 은폐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질병에 대해 그것이 ‘나쁜 기운’을 받았기에 발생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음양의 조화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를 위해 뭔가 일이 잘 안풀리면 음의 기가 많다고 보아 양의 기를 취하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혹은 그 반대로 행하는 것을 질병에 대한 예방으로 여기는 관습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야생동물들을 약으로 먹는다는 것인다.

이번 우한폐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그 숙주로 박쥐가 지목되기도 했다. 박쥐는 진화 과정에서 비행으로 체온이 높아지며 저 면역력으로 수백 종의 바이러스 보균을 갖게 된다고 한다. 사스도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했고 이번 우한폐렴 바이러스도 그렇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박쥐의 발음이 복(福)과 유사해서 박쥐를 식용해 왔다. 그런 미신적인 식문화가 유행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로서도 국격과 체면이 훼손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중국 정부나 언론으로서는 신종 유행병이 자신들의 미개한 식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인정하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찌 됐든 나쁜 유행성 질병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돈다는 것은 역신의 소행이라는 믿음이 강한 중국인들로서는 과거로부터 재수 없는 일이었고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없이는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 시민단체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없이는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만이 투명한 시스템 만들어

중국 공산당이 그런 중국인들의 불만이 통치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전체주의, 권위주의 통치 체제에서 이런 피치자들의 불만은 언제나 희생양이 필요하게 된다.

중국의 지방정부나 현장을 담당하는 관리들로서는 최대한 이런 불길한 유행병을 숨기려 드는 것은 어쩌면 비민주적,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차라리 자연스럽다고 하는 편이 설득력 있다. 문제는 이런 중국 정부의 태도를 미국의 매파 전략가들이 놓칠 리 없다는 사실이다.대중 외교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중국이 질병 대응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체제 약점을 파고 든 것이라 볼 수 있다.

볼턴이 “중국은 투명성을 대폭 높이고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를 털어놓아야 한다”며 “베이징은 전 세계적인 완전한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특히 시진핑 주석을 코너에 몰아 넣었다. 이에 질세라 역시 중국 강경파인 팀 코튼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 수산시장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중국에서 유일한 생물안전 4급 ‘슈퍼실험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생물안전 4급 실험실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할 수 있는 곳으로, 코튼 의원의 발언은 코로나19가 이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BBC는 마지막으로 의료적 대응을 개선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BBC는 사스나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숙주들인 박쥐나 천산갑 같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고 파는 관행의 통제와 이에 대한 의료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 중국인들에게는 중국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서양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중국인들이 갖는 전통적 중의학 그것도 음양오행설에 의한 질병의 원인-결과적 사고는 바뀔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한의 야생동물 시장을 중국 정부가 금지한다고 해도 약이 되고 복을 준다는 식재료의 거래는 막을 수 없으며 규제하면 음성화되어 오히려 다음에 유행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지를 추적하는 데 더 어려움을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인 방안은 중국의 의료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중국의 경제 시스템이 보다 시장 지향적이고 자유적이며 개방화되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충실히 이행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질병 수준인 중국 의료계, 출구는 스마트 의료?

중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믹스로 인해 의료산업 자체가 블랙홀에 빠져 있다.

20년 이상 종사한 상하이(上海)의 한 대형병원 흉부외과 의사 월급은 1350달러(약 151만 원) 수준이라 주요 진료과목 인력은 항상 부족하며 1,2차 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대형병원으로 몰려간다. 상당수 대형병원과 명의로 소문난 의사들은 특진료에다 뇌물까지 받고 진료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유층은 해외 병원을 선호한다.

중국 환자들이 세계 최우수 병원을 찾아가는 이유는 중국의 부유층이 늘기도 했지만 중국 의료시스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유방암의 경우 서구 지역에서는 유방 보존율이 40% 이상이지만 중국에서는 5~10%에 불과하다. 중국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9%이지만 미국에서는 66%이다. 치료를 위해 국외로 나가는 환자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를 1000억 달러(약 115조 원)로 추산한다.

국제 사업을 개척하려는 외국 병원들에 현금을 싸들고 원정에 나선 중국 환자들은 ‘우수 고객’이다. 미국은 암치료, 일본은 정밀 건강검진, 영국은 심장수술, 한국은 미용성형, 태국은 시험관시술, 스위스는 태반주사 식으로 세계 각국에 중국 환자들의 의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약을 찾아 국경을 넘는 환자도 많다. 중국은 신약 허가 속도가 느려 암 관련 신약의 시판이 서구보다 5~8년 정도 늦다. 2016년 6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종양치료제 72종 가운데 중국에 나온 약은 30%에 불과하다. 신약을 얻기 위해 환자들은 불법 구매 대행을 감행하거나 미국에 머물며 기다린다.

2018년 중국 전체 의료기관 수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99만7433개를 기록했고, 의사 등 의료인 수는 1231만 명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이에 천 명당 의사 수는 2013년 2.0명에서 2018년 2.4명으로 늘었지만 주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농 간 천 명당 의사 수 격차는 2배 이상이며 공립병원과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주요 사회문제로 의료난이 오랫동안 지적돼 왔고 최근 첨단기술 발전에 따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 의료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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