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이사 선임·우한폐렴 편성권 침해 논란
방통위, KBS 이사 선임·우한폐렴 편성권 침해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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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13일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대전·충청지역 지역미디어 정책 간담회를 하는 모습.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13일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대전·충청지역 지역미디어 정책 간담회를 하는 모습.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와 관련해 잇단 구설에 휘말려서다.

지난 2월 초 방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해 도마에 올랐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종편 채널 대표자들과 만나 정확한 정보제공과 가짜뉴스 대처를 강조한 가운데 나온 일부 발언이 보도지침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월 4일 오전 TV조선·JTBC·채널A·MBN 등 4개 종편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대표자들과 만나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가짜뉴스 대처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한 위원장이 말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에 “우한 폐렴에 대한 정확한 명칭 사용”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당시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정부가 적극 대처하고 있다”며 “방송을 비롯한 언론은 신종 감염병 관련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팩트 체크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들의 혼란을 바로잡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것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 및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 뇌염’ 등 특정 국가 및 지역이 들어간 부정적인 명칭을 여과 없이 사용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뉴욕타임스·CNN·BBC·블룸버그·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Wuhan Coronavirus)’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들어 중국의 지역명이 들어간 부정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중국을 의식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내놨다.

공영방송 이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만일 방통위가 종편 등 언론사에 우한 폐렴 용어와 관련해 어떤 지침이나 권고를 내렸다면 편성권 침해”라고 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우한 폐렴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집중 모니터하여 삭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청와대와 민주당도 우한 폐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홍보했다. 한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지낸 친문언론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최근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종편 시사토크쇼가 ‘우한폐렴’ 용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채널A <정치데스크>(1월 28일)의 진행자 이용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증과 관련된 대담을 시작하며 ‘편의상 우한폐렴이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용어의 문제점을 먼저 인지하고 사용을 자제했어야 할 진행자는 굳이 문제의 용어를 사용하며 그 이유는 ‘편의상’이라고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1월 29일부터 2월 7일까지 종편 4사의 10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더 살펴봤다. 그 결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모니터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우한 폐렴’ 용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독선은 전체주의화의 강력한 징후

현 방통위원장이 공동대표를 지낸 친정부언론단체의 이 같은 지적은 종편 입장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음 달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 있어서다. 방통위는 3월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 있는 TV조선·채널A·YTN·연합뉴스TV 4개 사업자에 대해 사업자가 제출한 이행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는 6~8월에는 JTBC, MBN 등 2개 사업자에 대해 제출자료 검증과 외부자문단 논의 등을 거쳐 이행실적 여부를 점검한다.

한편 방통위는 한국방송공사(KBS) 보궐이사 선정으로도 논란을 빚었다. 방통위는 2월 7일 천영식 전 KBS 이사 후임으로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 추천 몫의 이헌 변호사를 검토했지만 이 변호사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으로 있을 당시 특조위 활동을 비판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이어 2월 11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다시 추천했지만 5·18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이 기자 과거 이력 등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 방통위는 2월 19일 열린 10차 위원회 회의에서 세 번째 만에 서정욱 변호사를 추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는 총 11명으로, 방송법에 따라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관례적으로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해온 가운데 방통위가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과 판단 차이로 야당 측 추천 인사의 이사 선임 건을 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감시단체 미디어연대는 성명을 통해 특히 야당의 두 번째 추천이 무산된 데 대해 “이동욱 전 기자는 5·18 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왜곡됐음을 지적해 관련 단체로부터 반발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서 건드려선 안 되는 성역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전 기자의 언론 활동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명백한 언론자유의 영역으로,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방통위원들이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고 부적격 결정을 내린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한명 정치평론가(미디어비평가)는 이 사태에 대해 “방통위가 법적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신념과 믿음을 이유로 (추천을) 거부하는 행태야말로 이념의 종교화 증거로 봐야 한다”며 “지금 방통위의 독주는 훗날 역사책에서 전체주의의 하나의 심각하고도 강력한 징후의 사례로 제시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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