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능의 함정...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리뷰] 지능의 함정...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07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규명한 기존의 유사 도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균형 잡힌 사고와 합리적 판단의 토대가 되는 ‘현실지혜’를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

셜록 홈스를 탄생시킨 코넌 도일은 진지하게 유령의 존재를 믿었고,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엉터리 치유법으로 암을 이기려다가 죽음을 재촉했다.

FBI는 192명이 죽고 2,000여 명이 다친 2004년 마드리드 폭탄 테러를 조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가 굴욕적인 사과를 해야 했으며, NBA 2010~2011년 시즌에 천부적 선수로 넘쳐난 마이애미 히트는 오히려 최하위를 기록했다. 도대체 뛰어난 두뇌와 재능이 어째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과연 지능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이 책은 똑똑함과 어리석음이라는 양극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 뒤 ‘IQ=스마트’라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좋은 머리를 제대로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 지능과 합리성의 상관관계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머리가 좋으면 그만큼 편향과 합리화에 빠져 헛똑똑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식 부족이나 경험 부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지능의 함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지능의 함정에 걸려든 사람은 ‘논리 차단실’을 세워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의도한 추론, 편향 맹점, 합리성 장애, 자초한 교조주의, 고착 등에 빠진 탓이다. 자기만의 세계관에 갇힌 사람은 결론이 애초에 자기가 정한 목적과 맞을 경우에만 자기 방어적으로 두뇌를 가동(의도한 추론)하기 때문에, 타인의 허점은 발견하면서 자기 논리의 편견과 오류는 외면하는 성향(편향 맹점)을 띠게 된다.

또한 객관적 근거를 묘한 방식으로 재배치하거나 무시해 자신의 편향을 확증하는 비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고 만다(합리성 장애). 자기 전문성을 확신한 나머지 타인의 관점을 무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폐쇄적 사고방식(자초한 교조주의)은 생각과 판단이 한 방향으로만 굳어져 융통성이 없어지는 현상(고착)을 불러온다.

의사로 개업한 뒤 셜록 홈스 시리즈라는 걸출한 추리소설을 쓸 정도로 머리가 비상한 코넌 도일은 온 지적 능력을 쏟아 요정을 믿었다. 요정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전자기 이론을 들먹이며 ‘과학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이 장난 삼아 만든 ‘요정 사진’을 심령 현상을 세상에 알릴 설득력 있는 증거로 여긴 그의 눈에는 사진 속 핀 자국이 요정의 배꼽으로 보였다. 요정들이 자궁에서 탯줄을 통해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였다. 코넌 도일의 사례는 똑똑한 사람이 그 좋은 머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정체성에 가장 중요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여준다.

이런 지능의 배신은 지능의 전통적인 정의를 넘어서 논리적 사고를 새롭게 규정할 새로운 과학의 등장을 불러왔다. 저자가 힘주어 소개하는 ‘증거 기반 지혜evidence-based wisdom’가 출현한 배경이다. ‘증거 기반 지혜’는 통념을 의심하고 관련 증거를 모두 감안해 진료에 임해야 한다는 ‘증거 기반 의학’을 본뜬 새로운 분야로,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현실적 능력인 지혜를 연구한다. IQ 테스트나 수능 시험으로 측정하는 ‘일반 지능’이 내포한 위험을 조정하고 예방하는 지혜의 기술을 제시한다.

ㆍ 감정 나침반

자기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해부해 그 정체를 알아내는 능력은 논리적 사고에 필수적이다. 연구 결과, 면접관이 지원자를 처음 봤을 때 날씨가 안 좋으면 그 지원자를 뽑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느낌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그 감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관련이 없는 경우 무시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ㆍ 심리 대수학

쟁점의 장단점을 구분해 적은 다음, 중요도가 같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목록에서 지운 뒤 최종적으로 남는 항목의 내용을 근거로 판단하는 방법. 미국 헌법의 기초를 놓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고안한 전략으로,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는 편향된 성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ㆍ 소크라테스 효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의 한 형태로, 내 문제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하는 것. 편향을 부추기는 자기중심적 ‘뜨거운’ 인지를 줄일 수 있다. 나와 거리를 두고 제3자가 되어 자신을 관찰하면 열린 마음으로 더 넓은 관점과 맥락에서 사안을 바라보게 되어 매몰된 시점을 피할 수 있다.

ㆍ 지적 겸손

자기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류 가능성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능력. 중요하지만 간과되곤 하는데, 특히 리더에게 중요한 특성이다.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촉진시켜 교조적인 추론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ㆍ 사전 부검

편협하고 의문을 품지 않는 태도는 조직에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기업 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실용적 어리석음’인데, 이를 피하기 위해 사전 부검이 효과적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그런 상황을 유발할 법한 모든 요소를 추려보면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증거 기반 지혜’가 제시하는 사고 능력은 지능과 달리 훈련이 가능해서 IQ에 상관없이 누구든 좀 더 지혜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자기 문제를 정의하고, 다른 관점을 찾아보고, 사건이 불러올 다른 결과를 상상하고, 잘못된 주장을 골라내는 연습을 하면 지혜롭게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과 지적 겸손 같은 자질이 행복을 예견하는 지표로서 지능보다 뛰어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다룬 유사도서는 이미 다수 출간되었지만, 하나같이 실수와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친다. 반면 《지능의 함정》은 지능을 재정의하고 지혜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소개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무게중심이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