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무너져가는 한국 산업, 코로나19 악재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진단] 무너져가는 한국 산업, 코로나19 악재 극복할 수 있을까?
  •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0.03.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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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산업 생산 지표 최악, 끝없이 추락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과 수출

지난 1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0.4% 증가했으나 이는 통계청이 이 지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로 최악의 상태이다. 이 지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정의된 산업들(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농림어업으로 분류)의 생산 활동을 총합해 지수로 작성한 것으로, 산업생산활동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지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이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7년 이후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해 작년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설비투자가 7.6% 감소하고 건설투자가 6.7%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광공업이 0.7% 하락하며 광공업 생산이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6.4%) 이래 최대폭 감소이다.

그림 1 :  2000년 이후 전산업생산지수 변화 추이
그림 1 : 2000년 이후 전산업생산지수 변화 추이

<그림 1>을 보면 전산업생산지수 전년 대비 증감률은 최근 현저히 둔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마이너스로 갈 수도 있다. 이 생산지수 자체는 과거에는 증가세가 뚜렷했으나 최근에는 많이 둔화되어 거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 외국에서 이를 수입하고 가공 제조한 후에 외국에 수출해 경제를 일으킨 나라이다. 따라서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작년에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설비투자가 7.6% 줄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9.6%) 이후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고 제조업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설비투자가 낮은 주요 원인은 기계류 투자(-8.8%), 운송장비 투자(-4.1%)가 각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9%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7.6%) 이후 가장 낮다. <그림 2>는 제조업 평균가동률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  제조업 평균 가동률 추이
그림 2 : 제조업 평균 가동률 추이

코로나19는 우리 산업과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 추이를 보면 <그림 3>을 얻을 수 있다. 2018년 12월부터 마이너스(-1.7%)로 돌아선 이후 작년 12월(-5.2%)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해 2019년 평균 수출증가율은 -10.2%로 두 자리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수출증가율도 -6.1%를 기록해 수출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 마이너스 행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감염자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3월 2일 오전 3시 현재 발생 국가는 66개국에 달한다. 중국은 확진자가 7만9826명(사망 2870명)이나 되고 한국에는 1월 20일 최초로 방한 중인 중국인이 감염자로 확진된 이후 모두 3736명(사망 22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고 계속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서비스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던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 사스)과 달리 제조업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물류도 공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므로 중국발(發) 부품 공급 중단, 우리의 중간재 수출 타격, 중국에서 만드는 우리의 완제품 생산 차질 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3월 1일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가 81개국이나 된다.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인 중국, 베트남,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이 70%에 달하는 나라로, 사람도 물자도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가 없으면 수출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셧다운’ 현상이 생기고 있다.

지난 2월 29일 현대차 울산2공장(근로자 4000명)은 도장부에서 일하는 근로자 A씨(53세)가 코로나 감염증 확진을 받아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지난 23일 코로나 확진자 방문 사실이 확인돼 임시 휴점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공장, 사무실, 서비스업체 등이 임시 휴점을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제조업 평균 가동률, 수출증가율, 소매판매 등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산업생산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코로나19 외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고,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됐고 관광,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은은 27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작년 11월에 예상했던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비교적 단기간(6개월 이내)에 진정돼도 국내 대기업의 올해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3.3%, 5.1% 감소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림 3 :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 추이 (2018년 12월 ∼2019년 12월)
그림 3 :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 추이 (2018년 12월 ∼2019년 12월)

침몰하는 산업을 부채질하는 정치 이념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햐향 조정하는 추세이다. 무디스는 당초의 2.1%에서 1.9%로, ING 그룹은 2.2%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산업과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 등은 2월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3월말 통계청 발표 ‘월별 산업 활동 동향 및 평가’를 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산업이 서서히 침몰해가고 있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세 가지만 들어보기로 하자. 첫째로 문재인 정부에서 반기업·친노동 정책을 내세우면서 국가주의 비대화와 시장경제 체제의 와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에서 이뤄져야 할 의사결정이 국가로 넘어가면서 과격한 최저임금 강제 인상, 유연하지 못한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법인세 인상, 이익집단 옹호로 인한 각종 규제완화 실패 그리고 대기업을 ‘불공정의 화신’, ‘개혁 대상’, ‘적폐’로 보면서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와 더불어 포퓰리즘 정치로 사회의 힘든 구조개혁을 외면하고, 미래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준 것이 또한 위기의 뿌리이다. 국가가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제발 경제를 놓아 달라”는 경제계 호소를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문 정부는 ’공정경제‘를 내세우면서 ’경쟁 억제 정책‘을 남발해 기술개발과 혁신성장의 핵심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제고된다. 우수 인재 양성은 산업을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다. 문 정부는 교육평준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수월성 교육을 못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최근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교육을 잘 시키고 있는 자사고들을 없애 나가고 있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자사고를 없애면 대학 입시 경쟁이 줄어들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월성 교육은 어느 나라에도 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우수 인재에 대해서는 군 면제를 시켜가면서 김일성대학에 입학시켜 교육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술 개발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는 우수 인재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전문가들의 건의를 묵살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오만한 태도이다. 여기에는 비슷한 성향인 운동권과 좌파 시민단체 출신들이 청와대 핵심 참모진에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끼리끼리 모여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 힘든 ’집단사고(group thinking)’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예를 들면 지금 국가적으로 큰 재앙인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지난 1월 26일 대한의사협회 그리고 2월 2일에는 대한감염학회 등의 의학전문기관들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원의 차단”이 중요하며, “입국 금지대상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환자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들의 건의는 묵살되었고, 결국 대재앙을 불러오게 되었다. 경제계와 산업계에서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정책 전환에 관한 수없이 많은 건의를 하고 있으나 묵살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해 실력대로 기업이 크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향후 동북아에서 한·중·일 경제 전쟁을 생각하면 경쟁을 통한 튼튼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에 능멸당하지 않는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을 다시 일으킬 활로는 무엇인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책은 기업인들이 스스로 기업에 투자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를 과감히 하고 산업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투자와 R&D는 커녕 생존을 위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문 대통령이 얘기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룰 것인가. ‘제조업 344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비전’은 불가능한 그림에 불과하다. 그러면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여건은 정부가 그동안 실패한 정책인 ‘반기업·친노동 정책’, ‘소득주도성장 정책’, ‘경쟁 억제 정책’ 등을 접고, 이와 다른 개념인 ‘시장주도성장’, ‘경쟁을 통한 성장’ 등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친기업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기업을 ‘개혁 대상’을 보지 말고, 기업이 국가경제를 살리는 ‘이순신 장군’으로 인식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적정한 최저임금의 설정, 유연하고 탄력적인 주52시간 근무, 획기적인 상속세 인하 등이 필요하다. 이런 조치가 이뤄질 때 외국의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싶어질 것이고 우리 기업들은 신바람 나게 기업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길 것이며 결국 ‘제조업 르네상스’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신산업 분야 기술들이 마음껏 연구되고 투자되어야 한다. 이런 연구는 우선적으로 기초과학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면서 창의력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개발들이 각종 규제 법안에 묶여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막는 의료법, 공유경제를 막는 ‘타다 금지법’, 폭넓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드론연구개발이 어려운 것 등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의 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빅데이터 산업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업을 비롯한 한국 산업이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해 있고, 코로나19는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에 생기를 뺏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발전해 왔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지혜를 우리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려운 국내외 여건에 위축되지 말고 우리 국민이 일치단결해 정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기업인들을 도와 산업 육성에 나설 때 우리는 코로나19의 악재도 극복할 수 있고 우리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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