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진단] 코로나가 드리운 사회주의 그림자
[미래진단] 코로나가 드리운 사회주의 그림자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3.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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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연도에 따른 공적마스크 5부제 구입 안내판
출생연도에 따른 공적마스크 5부제 구입 안내판

우한 코로나의 창궐로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란(大亂)을 치르고 있다. 그 대상이 ‘마스크’였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마스크를 국민 5부제로 하여 그 생년의 끝자리로 구매한다는 생소한 방식도 특이하기만 했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가운데 한 약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섯 손가락으로 ‘육갑(六甲)을 짚어서 그 생년의 끝자리로 구매한다는 ‘육갑구매’ 방식의 해설 그림을 올려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한 코로나가 가져온 이 마스크 5부제는 결국 그 본질이 배급제였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마스크의 공급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분배하게 된 배경에는 일단 ‘매점매석’이라는 고약한 자본주의 폐단이 있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홍보했다.

국세청이 마스크 매점·매석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얻은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지난 2월 25일부터 550명의 조사요원을 투입,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75곳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52곳을 적발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대적인 매점매석 특별 단속에 나섰다. 무관용 원칙을 선포하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매점매석을 신고한 사람에 대해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주는 방안도 추진했다. 아울러 마스크 물량의 80%를 공적 물량으로 규정하고 민간 유통분 20%가 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신고제를 운용했다.

현재 판매업자가 공적 판매처 외에 마스크를 3000장 이상 판매하는 경우 다음 날 정오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신고해야 한다. 마스크를 1만 장 넘게 판매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언론들은 마스크 매점매석을 범죄행위라고 비난하는 인사들의 주장과 칼럼을 실었고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엄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엉뚱했다. 마스크를 미리 사서 비축했던 이들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아예 풀지를 않았던 것. 이들의 물량은 창고에 고스란히 갇혀 있기 일쑤였다. 결국 정부는 입장을 바꿨다. 마스크 매점매석에 자진신고 기간을 뒀다.
 

마스크 대란이 매점매석 때문이라는 문재인 정부

마스크 매점매석은 악덕 상인들과 자본가들의 이기적 행위로 지탄받으면서 우리 사회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을 크게 키워놨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유행으로 시중에 마스크가 매점매석 행위로 품귀현상이 왔다는 주장은 얼마나 사실일까. 정부가 마스크 매점매석 자진신고 기한에 수거한 마스크의 총 물량은 KF94 마스크 약 325만 장이었다. 여기에 필터 6.9톤을 합치면 총 500만 장 분량이었다. 이 물량의 매점매석으로 마스크 품귀 대란이 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발표한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200만~1300만 장에 이른다. 1일치 생산량에도 못 미치는 마스크 매점매석 물량으로 그런 마스크 품귀 대란이 일어날 수는 없다. 핵심은 이러한 국내 생산량으로는 15세 이상 인구(4549만 명, 통계청 2020년 인구추계) 중 3분의 1만 매일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문제는 정부가 누가 언제 어느 기간 동안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하철과 공공장소에서는 매일 ‘지역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지만 누가 1개의 마스크를 어느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대만과 일본은 마스크에 대한 수요를 초기부터 통제했다. 미국과 WHO는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냈다. 마스크는 기침이 나거나 감기와 같은 증상이 있는 이들이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대만 정부는 ‘마스크 교체시기는 콧물이나 기침으로 마스크가 오염되었을 때’라고 가이드라인을 냈다. 이와는 달리 마스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매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시키고 마스크 미착용시 감염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로 인해 마스크 수요 패닉을 불러 왔고 그 결과가 마스크 공급 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마스크 매점매석이 시중의 마스크 품귀에 대한 원인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장에 마스크 공급과 생산에 자유가 있는 한 마스크를 사재기해서 돈을 벌겠다는 투기 세력은 대규모로 등장할 수 없다. 오히려 정부가 공적 마스크 생산과 유통을 위해 마스크의 가격을 통제하고 낮은 비용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하자 생산을 포기하는 마스크 업체들이 등장했던 배경을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주의 계획 생산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정부실패였다.

과거 매점매석은 주로 공급이 비탄력적인 식량이나 공급에 규제가 심했던 석유 같은 물자가 타깃이었다. 하지만 수입 자유화가 이뤄진 오늘날 이러한 물품을 가지고 매점매석으로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결국 매점매석이란 시장의 사이즈가 각고 공급이 한정적인 경우에나 성공할 수 있는 투기이며 이런 매점매석이 마스크와 같은 제품에 적용되었기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왔다는 주장은 터무니가 없는 것이다. 마스크 대란은 국내 공급이 달리면서 수입마저도 한계를 맞았던 원인이 본질이다.

중국은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려 일반·의료용·N95 마스크를 하루 1억1600만 장씩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일본도 최근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어 국내 생산을 24시간 체제로 강화하는 등 생산량을 3배로 늘렸지만 마스크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생산능력과 수입 여건을 감안할 때 국민들 모두에게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공공의료원 확충마스크 공적공급이라는 사회주의식 배급 정책에 이어 우려되는 것은 바로 공공의료원 확충에 대한 요구들이다. 참여연대 등 25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노동·시민사회의 제언’이라는 아젠다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난 수당 등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확대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등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등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열악한 공공 의료의 현실과 보건의료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개선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며 정부에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을 요구했다.

광주·울산·대전에도 공공의료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닥칠 경우 공공의료원이 시민건강을 지킬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광주·대전·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들 지역은 현재 총선 아젠다로 공공의료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아한 것은 광주시의 경우 100만 명당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수가 13.6곳으로 서울(4.1곳), 부산(7.1곳), 인천(5.3곳), 대구(3.2곳), 대전(5.9곳)보다 월등하게 많아 공공의료원을 별도로 설립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또 유행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순석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지방정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치료시설과 병상이 있느냐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과 울산에서도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대전시, 시민단체, 감염병 전문가 등이 ‘대전의료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해 왔다.

불길한 징조들

문제는 과연 일반 병원의 확충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적자가 불가피한 공공의료원을 설립해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의료원은 일반 병원을 이용하기가 어려운 장애인이나 임산부, 고령자,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되지만 일반 환자들의 이용률이 더 높아 일반 병원과 그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공공의료원은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고 노조의 실질적 경영 간섭으로 제대로 된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많다. 예를 들어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이 정부로부터 각종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지만 제도적,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병원 본연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수행 수준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고 상당수는 민간병원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라고 말한다.

사실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도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제공하고 지역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과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며 “공공성 강화, 적정진료, 필수의료 등이 공공병원에 국한된 문제인지, 공적 재원이 투입된 민간병원에도 요구되는지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공공병원의 미래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병원의) 정책 기능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실제 병원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고 밝혔다.

우리 의료정책에서 일반병원에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요되다보니 공공의료원과 일반병원 간에 역할 차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 공공의료원에 대한 요구들은 지역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공공의료원 확충을 주장하기에 앞서 공공의료와 일반의료 간에 역할을 분명히 하고 공공의료원의 자생적 경영의 방안이 도출되어야 그 주장의 타당성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마스크 부족 대란과 공공의료원 확충 논란을 불러오면서 우리 사회에 우려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미덕을 버리고 사회주의 파멸의 길을 가자는 유혹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스크 품귀현상의 본질을 호도해 ‘마스크 매점매석’을 민생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문재인 정부 안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인가.

아울러 진보 시민단체들과 좌파 진영의 대책 없는 공공의료원 확충 요구는 결국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엎어버리고자 하는 사회주의자의 본능들이 그 골수에 체현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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