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버틸 뿐” 코로나 직격탄 맞은 자영업자들
“이 악물고 버틸 뿐” 코로나 직격탄 맞은 자영업자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7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에 직격탄 맞은 자영업.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에 직격탄 맞은 자영업.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한창 붐비어야 할 시간대인 3월 12일 정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는 한산함을 넘어 적막감이 흘렀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도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며 빠르게 이 거리를 지나쳐갔다. 식당, 펍, 패션매장, 네일아트, 헤어숍, 잡화 등 다양한 점포가 거리를 채우고 있지만 창문 너머 가게 안에 손님이 북적이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카페 ‘노네임드’를 운영하는 문종환 씨. “전반적으로 매출이 이전보다 70~80%가 떨어져 굉장히 어려워요. 예전 메르스 때는 잘 몰랐는데 이번 코로나는 완전히 달라요. 12월에는 영업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몰랐어요. 그런데 1월 들어 30~35%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때는 이대로 가도 코로나 끝날 때까지 견딜 수 있겠다 싶었는데 2월 중순 이후 완전히 수직으로 80~85%가 떨어진 거예요. 3월 들어 이 매장은 하루 10만~12만 원 팔아요. 매출이 90%가 떨어졌죠. 직원 임금 주고 월세 내고 고정비 어떻게든 내려고 적금, 보험 든 것 다 해약하고 말도 아니에요.”

보정동 카페거리는 16년 전 유럽풍 테마카페·레스토랑·공방 등 개성 있는 점포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떠오른 경기 남부지역의 명소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산책이나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차가 다니지 않고 나무도 많아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여유를 즐기기 좋다.

입소문을 타면서 한때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했다. 2015년 10월부터 카페 상인들이 힘을 모아 거리 환경개선 사업을 시작한 뒤 재도약한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할로윈데이 행사는 용인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평일에는 인근 주민들과 직장동료들이 주로 찾고 주말에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매출 90% 폭락 불확실한 내일에 좌절하는 자영업자들

경제 불황에도 버티던 이 카페거리의 생기를 앗아가 버린 건 우한 코로나 감염병. 직격탄을 맞은 상가 점포들은 빠르게 확산된 이 전염병과 동시에 찾아온 심각한 경제난과 동시에 싸우고 있었다. 상가번영회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한 문종환 씨는 “이 거리에서 하루 매출 200만 원 하던 상가는 코로나 터지고 하루 20만~30만 원이 됐습니다. 상가 다른 사람들은 저보다 더 어려운데 이번 달 말일에 지불할 비용을 해결하지 못하면 4월은 못 견디는 거예요.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카페거리 안쪽에 위치한 스타일리시 빵집 ‘W Style’을 운영하는 우경수 씨. 정규직 10명에 아르바이트생 14명으로 비교적 규모가 큰 이 가게는 내부적으로 직원을 줄이는 대신 고통분담하면서 더 버텨보자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 직원 반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몇 년을 같이 동거동락한 친구들인데, 내가 어렵다고 어떻게 말을 해요. 노무사하고도 엄청나게 상담해봤지만 방법이 없더라고요. 아르바이트 조금 줄이고 직원 일부 며칠 무급휴가로 돌렸는데 고통스럽지만 한두 달 더 버텨보고 대책을 세워야죠.”

이 거리에서 초밥맛집으로 유명한 ‘홍스시’ 대표 H씨의 사정도 별 다르지 않다. “피부로 느끼기에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그 이상일 때도 있고요. 가게 규모가 크지 않아 직원은 5명이지만 제가 오너 셰프라 혼자 할 수 있어서 직원 실장님한테 얘기했더니 이분도 제게 사정하는 거예요. 말일까지 일당으로 써주면 안 되겠느냐 호소해요. 저도 날마다 마이너스를 찍고 있지만 어떻게 해요, ‘그렇게 합시다’ 해서 운영하는 거죠. 매출 감소하는 것보다 더 불안한 건 이 사태가 지나가도 불안심리 때문에 소비 행태가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점이에요. 다른 가게 보니까 배달은 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소비자들이 불안심리 때문에 덜 쓰고, 밖에도 나오지 않으니까 앞으로 배달 위주의 형태로 가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정부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확진자 동선 공개를 의무화한 후 지자체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동선을 공개하는 것도 자영업자들에게는 이중의 타격을 주고 있다. 역학적 연관성이 낮은 탓에 사생활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브런치카페 라비를 운영하는 K씨의 호소다. “코로나 사태 전 후 매출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요.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2월 마지막 주부터 갑자기 확 떨어지더라고요. 지역 근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그러다 조금 나아지려나 싶으면 다시 확진자가 나오고 또 떨어지고, 이 점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정상적인 운영이 안 돼서 주말만 빼고 아르바이트생들 다 쉬게 하고 있어요.”

피자 전문점 ‘피제리아 다문(Pizzeria Da Mon)’을 운영하는 M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보정동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매출 80~90%가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한 1주일 정도 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나마 50% 수준으로 회복하고 처음보다는 조금 올라가고 있어 다행인데 또 모르죠. 직원 수 줄이고 근무시간 줄이고 아르바이트 친구들도 줄여 버티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홍보·생색내기 아닌 실효성 지원책 절실

용인시는 우한 코로나 여파로 휘청거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한 임대 운동도 그 가운데 하나다. 2월 26일부터 카페거리 이곳 상가예술협의회 소속 회원 임대인들 일부는 세입자의 임차료를 20~30% 인하해주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튿날인 27일 착한임대인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임대료 지원책으로는 부족하고 그나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피제리아 다문’ M 씨의 이야기다. “건물주도 사업하는 사람이고 임대료 문제는 개개인마다 계약관계가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는 문제예요. 언론에서 자꾸 착한임대료 그러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는다면 나름 사정이 있을 것 아니에요. 언론에서 자꾸 착한임대료 그러다보니 안 깎아주면 나쁜 놈이 되더라고요. 저는 임대료 인하 기대를 아예 안했어요. 깎아주면 감사하지만요. 이 정책이 이상한 것은, 건물주가 깎아주면 건물주 내년 세금을 그만큼 공제해주겠다는 것인데, 그냥 직접 자영업자들 세금을 감면해주든지, 4대보험을 유예시켜주든지 하는 게 좋지 않아요? 제가 볼 때 프레임 씌워 정부 홍보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라비의 K씨 의견도 비슷했다. “정부가 착한임대료를 지원한다는 데 그 정도 지원으로는 지금 어려움을 커버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 동네 임대료가 워낙 비싸다보니 고정비 중 가장 부분이 임대료이긴 한데 다른 고정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임대료 같은 경우는 건물주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렵죠. 지금은 임대료 낼 수 있는 수익이 전혀 안 나옵니다.”

카페거리 상가 점포주들은 착한임대료 수준을 넘어 정부가 좀 더 파격적인 지원으로 선제조치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각종 세금감면 등 세제 지원과 무이자·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7살 때부터 장사해서 온갖 풍파를 다 겪어봤는데 지금 현 상황처럼 불안감이 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부가 일 터지고 나서 뒤처리하는 것보다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게 선제적으로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 세금을 과감하게 30% 정도 감면해줬으면 좋겠어요. 임대료도 30~40% 정도 인하해줬으면 좋겠고요.” (홍스시 H씨)

“정부가 저금리로 소상공인 대출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출받기 되게 힘들어요. 대출받을 때까지 기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요. 대출 신청자가 많아 그런지 대출받을 때까지 최소 한 달 반 정도? 그렇게 오래 걸리니까요. 또 신용대출처럼 대출해줘서 기존 대출이 있으면 안 되고, 주택담보대출 있는 사람도 못 받고 그런 실정이에요. 정부나 지자체나 지원책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죠. 대출을 좀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실제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카페 라비 K씨)

“결제일이 다가왔는데 융통할 돈은 없으니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매달 납부하는 4대 보험료를 유예시켜주든가 세금을 나눠 낼 수 있게 해준다든가 하는 혜택을 줬으며 좋겠어요. 제가 돈을 못 가져가는 건 그렇다 쳐도 직원들도 월급이 줄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 이게 문제에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데 결제일은 다가오고 있으니 내일이 두렵습니다.” (피제리아 다문 M씨)

“자영업자들이 넘어지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상황인데도 4월이면 부가세, 5월엔 종합소득세 그리고 법인세 등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거 아무도 못 냅니다. 이런 세금에 대해 과감하게 50% 감면조치 해줘야 합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이에요. 용인시가 해주든가 정부가 해주든가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 사람들이 살아나죠. 운영할 자금이 있어야지 그게 없으면 그냥 문 닫는 거예요. 망하면 끝이잖아요.” (노네임드 문종환 씨)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9일 우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비상 금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해 금융권 대출원금 만기연장, 대출금 이자 납부 유예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