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코로나사태, 위기의 한국 교회
[미래논단] 코로나사태, 위기의 한국 교회
  •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중앙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3.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 연합
여의도순복음교회는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 연합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재앙이지만 국내에서는 그 진원지가 이단 종파인 신천지 예배로 밝혀지면서 종교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와 거리 두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종교와는 달리 기독교는 수만명 수천명이 모이는 중대형교회가 많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중시하는 까닭에 많은 교인들이 밀집한 예배가 코로나 확산의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에 편승한 일부 정치인들은 공공연하게 신천지뿐 아니라 정통 기독교에 대해서도 교회의 문을 닫으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교 집회나 스포츠 집회 등에서 99%가 잘 자제 권고에 따라 주더라도 1%의 구멍 때문에 새로운 슈퍼전파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종교행사를 전면 금지시키고 꼭 필요한 경우 ‘장관 혹은 지자체장의 허가’를 얻도록 헌법상의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는 재석의원 157명 중 찬성 146명, 반대 2명, 기권 9명으로 의결됐다.

신천지 때리기로 재미 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에 거들었다.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이 위협받는 비상 상황이므로 적극적이고 강력한 예방조치가 불가피하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기독교에 비판적인 언론들은 정부의 예배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형 교회들이 공적 예배를 강행하는 진짜 속사정은 헌금수입 때문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마치 구멍가게들이 호구지책으로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도 문을 열고 있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이다. 이러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기독교 때리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과연 종교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 한국

오늘날 문명국가 헌법은 예외 없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 기원은 개혁교회의 대헌장인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제20조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관하여”이며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도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의 3대 종파가 균형을 유지하고 종교간 화해와 협력을 잘 이뤄나가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종교자유 국가가 된 것이다.

기독교인의 종교자유 핵심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자유이다. 예배는 사람의 첫 번째 존재 이유인 하나님을 찬송하고 경배하는 예식인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예배를 통해서 신도들이 하나님을 만나 영적인 교제하며 성도간의 교제를 통해서 세상을 이길 힘을 받는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예배를 포기할 수 없고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기독교가 아니다. 로마제국의 200여년 박해 가운데서도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각 가정에서, 지하 동굴에서 모여 예배를 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책임 있는 집권당 국회의원이 기독교 예배를 마치 스포츠 행사와 같이 취급하여 대통령이 헌법상 긴급명령권을 발동하여 제한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감염볍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하여 ‘여러 사람의 집합’에 해당하는 예배를 전면금지 할 수 있다고 호언한 것이다.

물론 종교의 자유도 무제한은 아니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부득이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침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배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가 보편화 된 오늘날에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맞춰 온 교인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 대신에 온라인 예배로 보는 것이 부득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기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국민들의 불안과 어려움을 잠재우는 데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중대형교회 대부분은 정부 시책에 따라 교회의 문을 닫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의 목사나 교인 중에 산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우려하던 교회에서의 집단감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공적 예배를 고수하던 교회에서 그만 둑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잘못된 정보에 근거하여 소금물을 신도들 입에 뿌림으로써 오히려 감염병이 확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비둘기 같이 순결해야 하지만 때로는 뱀같이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온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교회가 지역사회 감염의 전파 사례로 지목될 경우,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되고,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게 돼 선교의 문이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외치기 전에 먼저 방역당국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킴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혜로운 믿음과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회가 스스로 예배 방법을 온라인으로 대체하여 국가시책에 동참하는 것과 국가나 지자체가 공권력을 발동해서 교회의 문을 닫게 하고 예배를 금지시키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 국가는 비상사태시 종교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인 예배를 제한하는 것은 반헌법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가와 교회 상호 협력·존중해야

또 긴급명령으로 ‘종교집회의 전면금지’는 헌법의 최소침해원칙에도 위배된다. 당국이 취해야 할 감염병 예방조치는 그 대상과 지역 등을 한정하고 교회의 협조를 구하는 ‘제한조치’가 우선이다. 그런데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일방적인 ‘전면금지’ 발상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적 재난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그 감염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의료 일선에서 헌신한 이들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국민들의 협력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교회와 각 가정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매달린 기독교인들의 간절한 기도와 그 기도를 들으시고 치유와 회복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성경에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라는 말씀이 있다. 오만한 집권세력의 눈에는 국가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금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세상 권력도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를 주재하시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이 땅에 세우신 교회를 이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2천년 기독교 역사가 보여준다.

국가는 교회가 왜 그렇게 예배를 중시하는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교회와 상호 협력해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 교회도 교인들이 예배당에 모여 함께 예배드리지 않으면 예배가 아니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국가적 재난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리새인들이 안식일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밀이삭을 잘라먹는 사람들에게 안식일 계명을 위반하였다고 비난하자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