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한국 사회는 메르스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전문가 진단] 한국 사회는 메르스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 승인 2020.03.3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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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부터 의협 등 전문가 단체는 적극적인 중국인 입국 차단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묵살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결과도 중국인 전면입국금지 여론이 높았다. / 리얼미터 홈페이지
2월 초부터 의협 등 전문가 단체는 적극적인 중국인 입국 차단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묵살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결과도 중국인 전면입국금지 여론이 높았다. / 리얼미터 홈페이지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처음 접하던 1월경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단순한 중국 내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으로 여겼다. 물론 당시에도 우려를 했던 학자들은 있지만 말이다.

그러던 것이 2월에 접어들면서 산발적으로 중국 특히 우한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거나 그쪽 지역을 거쳐 온 사람을 접촉한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자들이 출현하더니 급기야는 2월 15일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이력을 가진 환자가 고대 병원 응급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이 지역사회 감염의 신호탄이었다.

2월 초부터 중순까지 전문가 단체는 적극적인 중국인 입국 차단을 촉구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는 난색을 표했고 10일을 전후로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더 이상의 경계는 필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성급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주에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수년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방역체계, 의료체계가 매우 부실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 메르스 사태 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최소한 똑같은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메르스가 해결되었던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적 지식은 가졌으나 시스템의 변화까지는 이끌어 내지를 못했다.

분명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반드시 수년 안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는 것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상의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정도로만 여긴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래 봤자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런 사태가 처음인 나라처럼 우왕좌왕 그 자체다.

모든 것이 멈췄다. 모든 모임이 취소되고 경제는 얼어붙었다. 항공기는 공항에 서 있고 호텔은 텅 빈 상태다. 주가는 폭락하고 그야말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 게 아니라 굶어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 나라에서 시작한 신종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인들을 감염시키고 있다.

이제 코로나 사태는 중국, 한국,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과 미국마저 뒤흔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세계가 한 지역화 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한꺼번에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이런 현상은 세계 대전이 아니고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일일 아닐까?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모든 문제에 앞서 앞으로는 의료가 문제가 될 거라고. 물론 그때의 의료는 이런 상황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는 생명과 관련된 의료적인 문제가 국민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굳건하던 정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는 발목이 잡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은 불안에 떨고 경제는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코로나 사태는 결국은 해결될 것이다. 착각하면 안 된다. 인간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물러가는 것이다. 메르스? 우리가 극복했다? 착각이다. 바이러스는 절대로 첫 번의 전쟁에서 인간에게 승리를 양보한 적이 없다. 광풍이 휩쓸고 지난 뒤에야 곁을 내 준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또 수년 안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고 그 놈은 또 어떠한 무기를 장착하고 우리에게 칼끝을 겨눌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 경제 몰락이 아니라 인류가 몰살당할지 누가 알겠는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중요한데, 글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본다면 그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또 비싼 수업료를 낼 것이다. 물론 그때도 우리가 극복했다고 하겠지만 소탐대실의 역사는 왜 이 나라에서는 반복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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