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n번방 파파라치’제도를 도입하자
[이슈분석] ‘n번방 파파라치’제도를 도입하자
  • 한정석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4.18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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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운영 주범 조주빈
n번방 운영 주범 조주빈

소위 ‘n번방’이라는 사건이 전국을 강타했다. 처음 이 사건을 언론들이 보도할 때 일반 시민들은 사건의 명칭도 명칭이지만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착취’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니어들과 주부들 사이에서 ‘n번방 성착취’라는 것을 노래방이나 PC방과 같은 곳에서 일어난 일탈적인 성매매로 이해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같은 토론방에 사람들을 모집하고 여기에 미성년자들과 여성들을 겁박해서 이들이 성적 학대를 포함한 동영상을 강제로 올리게 하고 이를 토론방 회원들이 공유시청한 사건을 뜻한다. 다만 그 SNS매체가 카카오톡이 아니라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된다는 러시아 산 텔레그램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불법적 SNS 모임방에 순차적으로 번호들이 붙으면서 ‘1번방’, ‘8번방’과 같은 것이 생겼고 여기에 ‘n번방’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이는 다시 ‘박사방’과 같은 이름으로 분화되기도 했다. n번방 사건은 단순한 불법 동영상이 제작 유포되었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미성년자들이 얽혀 있고 이들에게 강제로 인격을 짓밟는 성적 행위들을 운영자가 강요해서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유료로 팔았다는 점에서 과거 고대나 중세의 신분제에나 있었을 법한 ‘성노예’가 현재 사이버 공간에 부활했다는 의미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이 센세이셔널한 만큼 확인되지 않은 오보들과 무리한 추정들 그리고 ‘묻지마 처벌’과 같은 주장들이 홍수를 이뤘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이를 득표로 연결하기 위한 포퓰리즘식 처방들을 하루가 멀다시피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왜 성적 착취를 당했다는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이 잔혹한 이들의 표적이 됐는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오직 처벌만이 능사인 듯이 주장되는 현실에서 과연 26만 명이라는 n번방 가입자들은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청소년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범죄 현장을 즐긴 인구가 26만 명이라는 것이 사실인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과연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많다. 이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신중함을 표시하면 그 즉시 ‘범행에 공조하는 자’라는 낙인이 돌아온다. 한마디로 가해자, 피해자, 관찰자 모두가 광기에 싸여 있다.

분노한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분노한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n번방 피해자들은 어떤 이들인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우선 경악할 만한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텔레그램에 접속해 검색어에 ‘13세’나 ‘17’세 ‘노예’와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대화방 리스트들이 쭈욱 나온다. 가령 텔레그램에서 ‘13세’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자신이 13세 여자’이며 ‘스폰서를 해주면 노골적인 신체 사진이나 성적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제안들이 넘쳐난다. 13세 남자 청소년은 자신을 게이로 소개하면서 스폰서를 구하고 있었다. 이런 식의 대화방들에 n번방 운영자나 동업자들이 경찰을 사칭해 접근하거나, 현금을 송금해 주고 신체의 일부 영상들을 받은 후 신상정보를 캐내 이들을 협박하게 된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공익요원들을 포섭해 이들의 아이디나 전화번호 등을 이용해 신상정보를 캐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약점이 잡힌 청소년들과 여성들은 어차피 익명성을 이용해 선정적인 행위를 했던 까닭에 위기를 모면할 희망을 가지고 n번방 운영자들과 공범들이 요구하는 행위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렴치한 n번방 운영자들은 한번 순응한 이들에게 더 노골적인 행위들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파악한 신상정보를 보내 더 희생자들을 옥죄는 수법을 썼다. 문제는 이를 공유하며 시청하는 이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엄벌과 함께 신고 인센티브제 고려해야

SNS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희생자들이 결국 ‘돈 벌기 위해 스스로 하던 이들’이라는 비난이 종종 올라온다. 익명의 SNS에서 이용자라고 자신을 밝힌 어떤 이는 ‘정부가 단죄하지 못하니 우리 스스로가 단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대개 희생자가 된 청소년들의 경우 이러한 일탈적인 행위가 돈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자기 과시와 같은 철없는 행위들도 많을 것으로 주장한다. 호기심에 익명으로 자신의 신체를 자랑하며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아이들을 헤어날 수 없는 지옥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n번방’이나 ‘박사방’과 같은 성착취적 SNS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텔레그램과 같은 국경을 초월한 SNS를 이용해 돈이 목적이든 자기 과시가 목적이든 일탈적인 소통공간을 개설하고 여기에서 범죄에 표적이 될 만한 행동들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동시에 n번방과 같은 불법 성착취 공간을 개설하고 여기에서 범죄수익을 추구하는 이들에 대한 신고 인센티브가 있어야 향후 유사한 범죄들을 줄일 수 있다. 그러한 방법으로 청소년이나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를 하는 n번방과 같은 곳을 신고하면 여기에 거액의 포상을 주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n번방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철저하게 회원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난다. 유료 회원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공범을 만드는 통과의례를 만드는 과감한 수법도 썼다. 결국 불법행위를 함께 한 n번방 이용자는 신고 시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모두가 한통속이 되기 마련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오히려 ‘n번방 파파라치’ 제도와 ‘신고자 면책’ 제도는 조주빈과 같은 ‘회원 공범화 운영자’들의 계획을 무력화 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불법 선거를 신고 포상하는 선거 파파라치제도와 함께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를 하는 ‘쓰레빠라치’, 노래방 불법영업 신고의 ‘노빠라치’, 성매매를 신고하는 ‘성빠파라치’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심지어 교통위반 차량을 신고하는 ‘카(Car)파라치’들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 중에는 연 4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이도 있는 만큼 n번방 파파라치 제도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n번방 파파라치의 경우 사전 등록제를 생각해야 하는데 n번방 운영자의 경우 회원들을 공범 화하는 통과의례를 만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관할 경찰서에 n번방 시민신고 활동가 등록을 하면 n번방 운영자의 요구에 순응해 공범의 통과의례를 거쳤더라도 이를 신고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이 증명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고 포상하는 제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텔레그램에서 자발적으로 일탈적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이나 여성들에 대한 활동 금지나 불법 계정에 대한 폐쇄조치를 하고 반복적으로 개설하는 이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풍기문란행위로 입건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아무리 청소년이고 여성이라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라는 관용을 거두는 것이 n번방 사건의 재발 확산을 막는 지름길임은 말할 나위 없다. 성매매를 양쪽 다 처벌하는 방식으로 SNS 공간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일탈 행위들에 대해 사법당국이 먼저 단속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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