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공수처법, 민주공화정 위협
[전문가진단] 공수처법, 민주공화정 위협
  • 김태훈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한변 회장)
  • 승인 2020.04.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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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이 공을 들인 공수처는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까지 갖는 특별 수사기구로서 정부조직법에 설치 근거도없 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집권여당이 공을 들인 공수처는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까지 갖는 특별 수사기구로서 정부조직법에 설치 근거도없 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헌법재판소가 강석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월 19일 대표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한 사전심사를 거쳐 지난 3월 10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헌재는 나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의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 중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지 않고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는 첫 사례다.

그간 필자가 이끄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여러 차레 공수처법 관련 위헌소송을 제기했지만 자기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헌재의 사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선 한변은 지난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률 제16863호로 2019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의결된 공수처법을 공포하자 같은 날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및 그 구성원들과 함께 일반 국민의 자격에서 문 대통령의 공수처법 공포행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및 공포행위의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자기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2월 11일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었다.

당시 필자 등 청구인들은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고(제66조 제2항), 취임하면서 헌법 준수의 서약(제69조)을 하였으므로 마땅히 위헌인 공수처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여(제53조 제2항) 국회에 환부, 재의를 요구했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의 임무를 방기하는데서 나아가 헌법 위반 조장의 행태까지 보이고 있고, 한편 공수처법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헌재는 청구인들이 공권력의 작용에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뿐인 제3자로서 자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후 곧 필자는 자신이 퇴직 법관의 자격에서 같은 헌법소원 및 가처분을 청구하였으나 역시 자기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즉, 헌재는 비록 청구인(필자)이 1997년 10월 15일까지 판사로 재직한 자로서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만(공수처법 제2조 제1호 가목),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죄를 대상으로 하는 바(공수처법 제2조 제3호), 설령 청구인이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이던 기간 동안 청구인 본인 또는 가족이 죄를 범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수처법이 시행되는 2020년 7월 15일에는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수사의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에 대하여 갖는 이해관계는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가 아닌 자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갖는 이해관계와 다르지 않다고 하여 역시 자기 관련성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번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제기한 사안에서는 국회의원은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고위공직자일 뿐만 아니라 현직이기 때문에 자기 관련성이 인정된 듯하다.

공수처법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신속처리안건 지정에서부터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법 강제 사·보임 허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기간 불법 생략, 법적 근거 없는 1+4 결합체에 의한 원안 내용을 일탈한 수정안 상정 등 중대하게 위법한 절차적 하자로 점철되어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우).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중에는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윤석열 총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우).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중에는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윤석열 총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패스트트랙 지정 등 절차적 하자

특히 문 국회의장이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처리를 앞두고 오신환 당시 바른미래당 위원을 국회 사개특위에서 제외하고 채이배 위원을 넣은 사보임 허가결정에 대해서는 오 의원이 “임시회기 중 위원을 개선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내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으나 헌재가 지금까지 그 결정을 미루어 헌정 혼란을 조장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공수처법의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가. 공수처는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까지 갖는 특별 수사기구이나, 정부조직법에 설치 근거도 없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기이한 형태의 수사기구가 설치되도록 규정한 것은 그 설치 자체가 위헌이며, 아무런 법적 정당성도 책임도 견제도 없는 사찰기구의 탄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수사기관의 즉시통보의무(공수처법 제24조 제2항), 수사처 수사관의 자격요건 완화(제10조 제1항 제3호) 등 원안과의 동일성의 범위를 일탈하여 위헌적 요소를 더 악화시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를 응하여야 한다(제24조 제1항)”고 규정한 공수처법은 차관급인 공수처장이 검찰총장에 대하여 사실상 지시와 명령을 할 수 있게 하여 기존 법체계에 반할 뿐만 아니라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무시하는 초법적 위헌적인 법률이다.

다. 헌법은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헌법상 근거를 둔 국가 최고수사기관인데 헌법상 근거가 없고 국무회의의 의결도 받지 않은 공수처장이 헌법적 근거 없이 사건이첩권 규정을 통해 검찰총장과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고 우월적 지위를 갖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라. 우리 헌법상 규칙 제정권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은 국회(헌법 제64조), 감사원(제100조), 대법원(제108조), 헌법재판소(제113조 제2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제114조 제6항)뿐이다. 그런데도 공수처법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45조에서 ‘수사처규칙’을 정할 수 있게 하였다. 더구나 헌법상 부여받은 규칙제정권이 있는 국가기관에 비교하여 볼 때에도 공수처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위임의 어떤 한계나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농락하고 헌법과 법률의 정합성을 무시한 법률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마.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치관여를 하거나 전횡을 하여도 이를 견제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보장되어 있어 국민 기본권 침해 등 권한 남용에 대한 억제, 법적 및 정치적 책임의 추궁 수단이 전무하다. 이야말로 헌법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기관으로, 그 존재 자체가 주권자로서의 국민들의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비전문가·정치 성향 인물 참여 우려
 

바.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는데, ‘조사’의 의미 역시 모호하여, 공수처 검사의 ‘검사’가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는 검사로 볼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수사 대상인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으로 규정한 ‘고위공직자’의 범위 역시 퇴직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사. 검찰의 일부 기능을 떼어서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만들어 고위공직자만 대상으로 한다는 자체가 국민, 공직자 누구든 간에 동일한 기준에 따라 형법에 따라 수사받아야 하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우리는 온갖 특권과 특혜로 살아왔던 ‘조국’ 일가의 범죄와 비리들을 목도했다. 단적으로 공수처는 중대범죄혐의자 ‘조국’ 일가 같은 대통령 측근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기관이 될 수 있다. 공수처장의 자의에 따라 봐주기 수사를 통해 수사 대상이 특혜를 받을 수 있고, 한편으로 먼지털이식으로 수사를 당할 수도 있는 등 수사대상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아. 공수처 검사를 구성함에 있어 정원은 25명 이내이나, 제8조 제1항은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수사에 있어서 전문적 능력과 경험을 가진 검사들이 없어도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사와 비검사 출신 사이의 평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사법 절차의 적정성을 위하여 검사에 의한 영장청구권을 침해하며, 검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비전문가이고 정치성향이 짙은 ‘민변’ 출신들이 대거 들어갈 수 있게 하여 ‘민변’ 수사처 우려 역시 높다.

여권이 4·15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수처가 ‘진보진영 장기집권의 전략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범여권 비례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공수처장 야당 추천 몫 2명 중 1명까지 가져올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이 사실상 공수처장 인사권을 휘둘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특히 여기에는 문 대통령 자신이 ‘한변’에 의하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지목하면서 정치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65년 만에 깨지는 등 형사사법 체계에 닥칠 일대 변화를 앞두고 대검찰청과 법무부, 공수처 설립준비단 모두 관련 법령 정비에 분주한 가운데 곳곳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 문명국가의 기본적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즉 법치주의에 의하여 실현된다. 법치주의는 다른 모든 가치들을 존재케 하는 근본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이 법치주의를 가능케 하는 핵심이 사법권의 독립이다. 독립된 사법권에 의해 확보된 자유는 그것이 소유권과 결합할 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꽃은 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법치주의 핵심인 사법권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13일 모처럼의 사법부 독립 70년 행사장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 규명 훈시를 하고, 김 대법원장은 이에 복종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사법권의 독립은 여지없이 짓밟혔다. 이로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유례없는 대규모 먼지털이식 수사와 재판이 감행되어 사법부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나아가 2019년 9월 9일 파렴치한에 불과한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여 법치주의를 능멸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7월부터는 헌법에 존재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정보를 사전에 보고받고 통제하면서 판·검사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행사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직접 침해하게 되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공수처법은 명백히 위헌인 법률로서 이 공수처법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나라의 형사 시스템을 뿌리째 뒤흔드는 악법으로서 군사정권 이후 처음 보는 헌정 유린 사태다.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서 이를 저지하여야 할 4·15 총선의 무게는 실로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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