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찾은 경제 위기 돌파 전략
[서평]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찾은 경제 위기 돌파 전략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5.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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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 디플레이션, 무제한 양적완화, 저출생 · 고령화…
“일본의 위기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대비하라”
경제 핵심 키워드를 통해 배우는 통찰과 생존의 법칙

일본의 모습은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정석이다. 《위험한 일본 경제의 위기》는 경제위기의 원인과는 상관없이 현 제도를 미세조정하여 극복하려 한, 안이한 태도의 아베 정권을 비판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무사안일에 빠져 기업과 노동자를 아우르는 상생의 전략을 펴지 못했다.

활력이 사라진 디플레이션은 인구 감소, 고령화와 더불어 더욱 장기화되고 있다. 위기가 여러 사회적 조건과 맞물릴 때 그 양상은 복잡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 곳곳의 문제를 올바르게 점검해야 한다. 명확한 진단 후 담대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이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1992년 이후 GDP가 제자리걸음을 하며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기업들은 직원들의 급여를 계속 줄여왔다. 그 결과 GDP가 늘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익은 늘어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기가 좋아 보였지만 여러 경기 지표를 분석해보거나 국민들의 지갑 사정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경기 하강의 경향이 드러났다. 결국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디플레이션 상황에 들어섰고, 지금까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최근 코로나19까지 더해져 경제 몰락으로 치닫고 있다. 왜 일본은 그렇게 개탄했던 ‘잃어버린 10년’을 30년이 되도록 회복하지 못한 걸까?

2012년 말부터 아베 정권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기조로 내세워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알려진 경제정책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부양을 목표로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양적완화 실시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수요 감소의 상황에서는 좀처럼 수요 자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2019년에는 오랜 기간 논란이 됐던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됐지만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의 디플레이션 상황에는 역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자는 결국 문제는 정부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침체를 통해 본질을 외면한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만 펼치면 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 문제가 더욱 강력하고 복잡한 형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가 사회 곳곳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위기라도 본질을 꿰뚫어본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연금으로 줄 예산이 많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부담에 대비한 재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을 통해 급여를 받는 세대는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생산가능인구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에는 ‘1인·1시간당 사회보장비 부담액’이 약 817엔이었지만, 2040년에는 1,642엔으로, 2060년에는 2,150엔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는 한 명의 고령자(65세 이상)를 2.3명의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하지만, 2060년에는 1.3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 예측을 근거로 저자는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다. 정부는 오랜 기간 최저임금을 동결했고, 기업은 노동자의 급여를 줄여왔다. 여기서 저자는 영국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생산성와 경제 전반의 수요 진작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명한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그들이 고령자로 편입되어 65세 이상 고령자의 수가 줄지 않아서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느니 좀처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소득과 이익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사회보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재정이 파탄날 것이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한국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대폭적인 실업자 증가, 디플레이션 위기, 사회보장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긴급재난지원금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국민 소득 창출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는 작은 기업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장인정신을 내세우며 아날로그를 고수한다. 마치 시간이 80년대에 멈춰 있는 듯 근로 환경은 옹색하고 신용카드도 인터넷 예약도 불가능할 정도다. 이런 작은 기업은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 국민의 평균 연령이 40세에 가까워지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와 새로운 사고를 거부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는 노동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은 변화에 소극적이다. 특허 수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지만 노동생산성은 28위로 선진국 중 하위를 기록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고 세계화가 진전되는 요즘에도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입량을 기록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는 유연성과 민첩성이 위기의 성패를 가른다. 한국은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범 사례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누군가는 이 위기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 회복의 국면으로 전환하려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변화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모든 법칙에는 전제가 있다. 물이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법칙에는 1기압과 순수라는 전제가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경제이론과 법칙은 인구의 유지 또는 증가를 전제로 한 모델이다. 그 전제가 바뀌게 되면 지금까지의 사고와 행동의 예측 결과가 전부 틀어지게 되는 이른바 ‘패러다임 대변환’을 경험하게 된다. 일본은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잃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저자 데이비드 앳킨슨은 이 책에서 일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회로를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의 조언은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1000년 이상 일본을 이끌어오던 역사에서 식민지를 거쳐 최근 100년간 일본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국을 알고 싶다면 일본을 보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IMF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조금씩 다른 길을 선택했다. 주요 산업에서 일본을 추월했고, 착실하게 따라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IMF는 한국이 2023년께 PPP 기준 1인당 GDP가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몇 년을 앞당겨 일본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일본을 추월한 것은 1인당 GDP만이 아니다. 신생아 출생률도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도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보다 다소 앞서서 경험한 저출생ㆍ고령화의 문제와 기술혁신(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파고 앞에서 어떻게 해야 1인당 노동생산성과 1인당 GDP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을지 그 대응 방안에 참고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수축 사회의 숨통을 열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본적인 패러다임의 이해는 물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큰 관심을 낳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전향적인 상상에 이르기까지 가까운 미래를 결정하는 ‘우리의 선택지’에 대한 학습 비용을 덜어주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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