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문제아’ 공용버스터미널...근시안적 재개축이 도시를 망친다
‘용인의 문제아’ 공용버스터미널...근시안적 재개축이 도시를 망친다
  • 한정석 미래한국 기자, 권도한 미래한국 인턴기자
  • 승인 2020.05.2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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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이 넘는 용인시 규모에 비해 용인공용버스터미널은 너무 낙후하고 협소하다.

인구 105만의 도시 용인. 세계 최대의 반도체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아시아 의료허브로 성장할 동백세브란스 의료 산단 클러스터, GTX 구성역 스마트플랫폼시티, 첨단 전기차 R&D플랫폼을 꿈꾸는 마북현대차연구소의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누가 봐도 용인시는 경기 남부의 성장 거점 도시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지인들에게는 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용인공용버스터미널은 차마 언급하기에도 낯 뜨거울 정도로 노후되었고 협소하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80년대에 온 듯한 착각마저 준다.

1992년 건립된 용인공용버스터미널(김량장동 23-1, 1만2716㎡)은 고속·시외버스 230대 하루 7000여 명의 승객을 수용하지만 채산성이 악화되어 운영사가 개선을 위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로서는 딱히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세금을 투입해 공영으로 개발 운영할 경우 시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줄 것이 분명하고 민자로 운영하자니 수익성이 약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용인시는 용인 공용버스터미널 개선 문제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나는 현재의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재의 터미널을 개·증축하는 방안이었다.

이번 21대 총선에 당선된 정찬민 전 시장(용인갑)은 용인시장 재임 시절 현재 유휴 시설화 되어 있는 처인구의 종합운동장으로 공용버스터미널을 이전해 지하에는 터미널, 지상에는 호텔과 쇼핑센터, 체육 문화시설 등을 함께 짓는 복합터미널 개발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종합운동장 인근을 개발할 경우 도로 문제 및 고림지구 등 인근 개발사업 진행에 따른 교통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성장거점 중심의 융복합 교통플랫폼 전략 마련해야

2019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총 557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됐고 또 기존 터미널 이전에 따른 도로, 교량 등 기반시설에 약 673억 원 이상의 세금 투여가 필요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난제들로 인해 현재 백군기 시장의 용인시는 공용버스터미널을 종합운동장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대신 개증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는 처인구 김량장동 23-1일대 1만2302㎡ 부지에 지상 1층, 연면적 1979.25㎡ 규모인 기존 터미널 건물을 헐고 지상 2층, 연면적 3300㎡ 규모로 새 터미널을 건립키로 했다. 내년 4월 말까지 공용버스터미널 재건축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용인시 인구 증가로 볼 때 현재 위치의 용인공용버스터미널 재개축 규모로는 몇 년을 못 넘기고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SK 하이닉스의 150조가 넘는 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 구축, 구성역 GTX 개통과 함께 추진되는 용인스마트플랫폼시티개발 그리고 올해 1월 개원한 경기남부 최대 의료기관인 동백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산단 개발이 용인시에 막대한 인구 유입과 교통량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옛 경찰대 부지에 추진되는 혁신도시 개발과 인근 사업장인 현대차마북연구소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그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한다면 용인시 인구가 현재 105만에서 150만에 이르는 시점은 길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가 추진하는 용인공용버스터미널의 1만2302㎡(약 3720평) 부지와 연면적 3300㎡(약 1000평)의 대합실 재개축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곧 벌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용인시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시외버스 승객의 감소 추세를 고려한다면 현재 시가 추진하고 있는 단순한 버스터미널 형태의 용인공용버스터미널 개축은 그 답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은 복합적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KTX 노선 확대와 고속도로 증대로 늘어나는 자가 승용차 이용이 시외 ·고속버스의 이용률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연구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고속버스의 경우 2001년 이용객이 420만 명에서 현재 320만 명대로 감소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외버스 역시 2001년 기준 353만 명에서 2017년 226만 명 수준으로 크게 하락한 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한다면 용인시의 단순히 표팔아 운영 유지를 한다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개념의 공용버스터미널 개축 전략은 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시가 공영으로 운영한다면 막대한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고 이런 단순 버스표 장사 계획으로 민자 개발을 할 경우 버스터미널 운영이 아니라 복합시설 상권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자는 투자와 운영에 대한 메리트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는 단지 용인시만의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공용버스터미널을 민자 개발의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민자로 개발된 수원버스터미널의 경우 NC백화점·메가박스, 이마트 등이 들어서 있다. 2004년 분당으로 이전한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의 경우 역시 그 소유는 민간 컨소시엄이며 여기에 홈플러스, CGV,·웨딩홀, 게임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주)화성이 소유주인 안산종합버스터미널의 경우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하이마트 등이 입점해 있다. 이러한 버스종합터미널의 복합개발 전략은 버스터미널이 단순한 교통 공간이 아니라 유동인구를 활용한 상권과 문화공간의 복합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용인 공용버스터미널의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조건과 비전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용인공용버스터미널은 그 위치의 협소성을 고려할 때 보다 넓은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유휴시설화 되어 있는 마평동 704 일대 5577㎡(1687평) 규모의 용인종합운동장 부지는 따로 토지 매입비가 없어 상당한 경제성을 동반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주변의 도로망과 교통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의 비용 문제이며 이런 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이 바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융복합 개발 건설이다. 결국 민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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