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만든 이웃사랑의 김밥
기도로 만든 이웃사랑의 김밥
  • 미래한국
  • 승인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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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랜드 김밥 유영숙 사장
▲ 후랜드 김밥 유영숙 사장
“제대로 만들고 이윤을 남겨 하나님께 드려야” 철저한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20년 째 경영“손님들이 우리 김밥을 먹을 때마다 입 안에서 맛있게 느껴져서 건강과 기쁨과 행복을 찾게 해주세요.”압구정동의 작은 김밥 가게. 주방에서 김밥을 싸는 손길이 분주하다. 바쁜 시간에는 손님들이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김밥 한 줄마다 기도하며 만든다는 유영숙 씨. 성실하게 장사하고 남은 이윤은 하나님께 돌린다는 철저한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20년째 김밥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1987년에 김밥가게를 열 때는 어렵게 시작했다. 공무원인 남편이 부하직원 잘못으로 직위해제되었을 때였다. 가게를 내려고 빌린 돈에서도 하나님께 드릴 돈을 따로 떼어놓으면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성장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압구정동의 식당들이 주변에 즐비한데도 매출은 어지간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다.‘후랜드’라는 이름은 몰라도 ‘압구정동 김밥집’하면 다 알 만큼 유명해져서 비슷한 이름으로 체인점까지 생겼다. 故 정주영 회장도 사장단과 함께 서산농장에 갈 때는 꼭 유 씨의 가게에서 김밥을 사갔다고 한다. 비결이라면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것이 전부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기도로 만든다는 점이다. “하나님, 이 재료가 소금간이 맞나요?”부터 기도로 물어본다고 하니 평범해 보이는 김밥 한 줄에도 일본의 ‘초밥왕’ 못지 않은 유 씨의 ‘장인정신’이 엿보인다. 유 씨는 재료 하나라도 똑바로 놓이지 않으면 팔지 않고 쏟아버린다. 어차피 말아서 썰면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서 김밥을 열어 봤더니 정말로 재료가 ‘차렷’ 자세로 반듯반듯하다. “(주방)식구들이 재료를 조금 넣으면 저한테 엄청나게 혼이 납니다. 손님들이 아무리 많이 기다려도 절대 빨리 만들지 않습니다. ‘그냥 보내도 된다. 제대로 해서 보내자’라고 말하죠. 내일 먹겠다면서 밤에 와서 사가는 손님에게도 김밥을 주지 않습니다.”아직도 간판에는 ‘김밥전문점’이라는 말이 없다. “아직도 전문이 되려면 멀었다”는 이유에서다. 열정이 보이는 사람에게는 손수 비법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체인점은 내지 않는다. 품질을 보장할 수 없으면 안하겠다는 고집이다. “요즘 1,000원짜리 김밥이 많아졌는데 제 계산으로는 재료를 다 넣으면 남지 않습니다. 차라리 제대로 만들어 팔고 이익을 남겨서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낫죠.”유 씨는 ‘물질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매일 처음 번 돈, 그중에서도 새 지폐만 골라서 일정액씩 떼어놓고 있다. 이젠 직원들도 알아서 새 지폐가 들어오면 ‘하나님 돈’으로 따로 챙겨놓는다. “내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가게를 저에게 왜 주셨는지 알고 있으니까요.”유 씨의 집에는 각종 단체의 후원 지로용지가 쌓여 있다. 기아대책기구부터 안구기증, 심장기증, 방송선교, 시골의 개척교회 등 월말이 되면 후원금을 보내주는 곳이 셀 수도 없다. 전국의 교도소에 찬송가 반주기를 보내는 일과 함께 안양에 있는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10년째 매주 찾아가서 성경공부를 함께 하고 화요일마다 편지를 써서 보내고 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가야죠. ‘일회용 반창고’가 되지 않기 위해 한 번 도와주려면 끝까지 도와줘야 합니다.”가게 일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중에도 시청 앞 기도, 북한주민을 위한 기도회에는 빠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서울통곡기도회에는 미국에 가는 일정을 연기하고서 참석했다고.유 씨의 딸도 뉴욕 맨해튼에서 레스토랑으로 성공을 거뒀다. 레니 안 씨가 운영하는 퓨전레스토랑은 뉴욕타임스 등 미국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는 명소가 됐다. 인테리어 하는 데만 1년 반을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딸의 열정도 어머니 못지 않다. “그런데 우리 김밥이 정말 맛있어요? 에그. 물어보나 마나지. 맛없어도 맛있다고 할 텐데.”재료 가득 채워 넣고, 기도로 눌러 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두말없이 손을 내미는 유 씨의 마음까지 담겼으니, 김밥이 맛이 없다면 그것이 기적이다. #김정은 기자 hy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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