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빚더미 만든 포퓰리즘
[전문가 분석] 빚더미 만든 포퓰리즘
  • 오정근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승인 2020.06.0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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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 연합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 연합

권력쟁취를 위해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선동적 정치동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인기영합 대중선동주의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우선 국민통합보다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언론 등 여러 면에서 소수의 타락한 지배계급과 고통 받는 다수의 착한 서민대중으로 구분한다.

부유층과 빈곤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류학력과 보통학력, 주류언론과 비주류언론, 1%와 99% 등이다. 그런 다음 서민대중의 고통이 소수지배계급 때문이라고 적대감을 조장하면서 지배계급 타도가 곧 민주주의 길이라고 강변한다. 포퓰리스트 본인들은 서민대중의 편에 섬으로써 가장 민주적인 것처럼 위장한다. 한국의 일부 강남좌파들처럼 실제로는 온갖 불의와 불공정을 저지르면서도 겉으로는 정의와 공정을 주장하는 위장으로 서민대중을 선동한다.

서민대중의 의견이 곧 국민의 뜻이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므로 기득권이 지배하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법규나 규율도 무시하기도 하고 서민대중과 직접 소통한다면서 대의민주주의를 폄하하기도 한다.

개개인들은 전체보다는 개인,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개인 선의 합이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국가 전체의 공동선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뒤따른다. 정부 제공 사회서비스나 현물급여 등 복지 혜택은 많이 받을수록 개개인에게는 선이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재정파탄 등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남유럽 재정위기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민주성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대의민주주의를 창출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차선책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경제가 파탄지경일 때 포퓰리스트들이 등장하거나 포퓰리스트 통치 결과 경제파탄을 초래하여 극좌정권이 등장하거나 쿠데타로 극우정권이 등장한 사례는 허다하다. 대공황의 파국 속에서 전 국민 일자리를 약속하며 등장한 독일의 히틀러가 마침내 파시스트 정권이 되어 전쟁을 도발한 경우가 대표적인 역사적인 예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정책적으로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들이 주장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통경제학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받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의 좌파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주장되어 온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해 성장률 추락과 사상 최악의 고용참사를 초래했다. 사상 최고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등 친노동정책을 단시간에 줄줄이 시행하니 허약해진 경제체력이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임시직 일용직 등 저소득층에 타격이 집중되어 소득분배구조도 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포퓰리즘을 ‘포용국가’라는 미명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23일 청와대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으로 ‘포용성장’을 제시하며 ‘사람중심경제’로 정의하고 소득주도성장의 상위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6일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열고 포용을 정부의 핵심가치로 강조하고 포용국가를 재차 강조하며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기초연금 인상 등 각종 복지와 일자리 방안을 내놓았다.

천문학적 재정투입은 재정적자를 초래한다.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부채·재정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하나 OECD 국가 중 한국과 터키만이 재정준칙이 없다.
천문학적 재정투입은 재정적자를 초래한다.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부채·재정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하나 OECD 국가 중 한국과 터키만이 재정준칙이 없다.

포용국가는 포퓰리즘의 위장

포용국가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 개념을 근년에 가장 명쾌하게 제시한 학자는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2012)라는 명저를 저술한 대런 에이스모글루 MIT대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다. 그들은 이 저서에서 포용적(inclusive)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를 포용국가로 정의하고 있다. 포용적 경제제도란 ‘많은 국민 대중들이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제제도’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경제제도가 포용적이 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 불편부당한 법제,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새로운 기업의 진입 허용,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바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하면 잘살게 되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하면 자손들은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해서 경제가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사유재산제도가 인정되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적인 기업에 신용과 보조금이 제공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투자와 산업화를 이루고 무역, 교육투자, 기술이전을 통해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잘 되지 않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에이스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 경제제도에 반대되는 경제제도를 수탈적 또는 착취적(extractive) 경제제도라고 명명하고 이러한 경제제도는 한 집단의 소득과 부를 착취해 다른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제제도로 정의했다. 예를 들어 한 그룹에서 과도하게 세금을 많이 거둬 다른 그룹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그룹은 열심히 일하거나 기업할 동기가 약화되고 세금을 이전 받는 그룹에서도 이전소득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보장되므로 열심히 일하거나 기업하려고 하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 모두 가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를 수탈국가 또는 착취국가라고 명명했다. 포퓰리스트가 지배하는 국가는 수탈국가다. 과중한 세금으로 부유층 대기업은 기업하려는 기업가정신이 약화되고 과도한 복지살포로 일반 대중의 근면한 근로윤리가 무너지게 된다. 기업가정신이 약화되고 근로윤리가 무너진 국가가 발전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성장률 저하로 점점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복지수요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마침내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재정위기가 오고 만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 가르쳐주고 있는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기기 급락하는 ‘문재인불황’(Moon depression)이 초래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코로나위기가 겹쳐 한국경제는 대불황(great depression) 국면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잘못된 정책 기조는 전환하지 않고 코로나위기 극복을 주장하며 천문학적인 재정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2월 28일 종합대책에서 4월 22일 5차 비상경제회까지의 총지원액이 282조 원에 달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46조 원, 중소중견기업 지원 74조 원, 금융시장안정 74조 원,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원, 고용안정특별대책 10조 원,소비진작 36조 원, 감염병의료지원 2.5조 원 등이다.

때마침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과도하게 지원된 부분도 있다. 이를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추진되었다. 금년에 512조 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에다 11조7000억 원의 1차 추경에 이어 지방비 2조1000억 원을 제외하고도 12조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외에도 6월 초 21대 국회에 제출될 3차 추경안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된 고용안정대책용 9조3000억 원과 세입경정분 10조 원, 기업안정을 위한 금융보강, 한국형 뉴딜사업 예산까지 포함해 30조 원에 이르러 올해 1~3차 추경을 합하면 추경만 53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년 본예산에서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76조4000억 원에 1차 2차 3차 추경까지 합하면 금년에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120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년 말 국가채무는 849조100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서 충당해야 할 실정이어서 금년에 적자국채 발행이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금년에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성장률을 -1.2%로 전망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에 코로나가 재창궐할 경우에는 마이너스 폭이 커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금년 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로 크게 증가하고 내년에는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6년 말에 36%였으나 2019년에는 38.1%로 가파르게 상승해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온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깨지는 것은 물론 1년 새 무려 8%포인트나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만약 하반기에 코로나가 재창궐하는 경우에는 기간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공황수준의 대량실업이 발생하면서 다시 엄청난 재정투입이 불가피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도 1차 2차 3차 추경도 추진되는 반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5%를 넘어설 것으로 가능성도 있다.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과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투입을 고려하면 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2011년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남유럽의 경우 2011년 재정수지의 GDP에 대한 비율이 이탈리아 -3.9%, 포르투갈 -4.2%, 스페인 -8.5%, 그리스 -9.1%, 아일랜드 -13.1%이었다. 이들 대부분 국가들이 2007년까지만 해도 재정수지가 건전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어 마침내 2011년에 일제히 재정위기로 추락했다.

유럽재정위기는 한국도 재정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 수년 내 재정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에게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는 것은 재정위기를 앞당기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제한된 재원을 위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업의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갈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다.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며 포퓰리즘을 즐기고 있다가는 얼마 안가서 남유럽이나 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돌아오기 힘든 질곡으로 추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

재정위기 앞당기는 중복 지원

이처럼 재정위기를 앞당길 정도로 재정 사정이 어려운데도 너무 많은 중복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2020년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은 475만 원이다. 중위소득 40%(190만 원)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차상위 10% (237.5만 원)에 대해서는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생계급여는 월 142만 원, 의료급여는 190만 원, 주거급여는 214만 원, 교육급여는 237만 원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대상자인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40만 원, 차상위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대상자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08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는 건보료 감면 8.8~9.4만 원, 특별돌봄쿠폰 80만 원도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전 가구에 대해 100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320만 원이 지급되고, 차상위 10%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297만 원이 지급되고, 중위소득 50% 이상~소득 하위 70% 1082만 가구에 대해서는 180만~189만 원이 지급되고 상위 30% 600만 가구에 대해서는 100만 원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노인일자리쿠폰이 54.3만 명에게 23.6만 원이 지급되고 있고 고용유지지원금으로 30만 명에게 6개월 간 월 12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긴급복지로 134.4만 명에게 123만 원도 지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 밖에도 이미 2020년도 슈퍼예산에 현금복지가 54.3조 원이나 포함되어 있다. 현금복지란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비기여형 현금복지를 말한다. 사실상 현금복지나 다름없는 단기 일자리예산도 26.8조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둘을 합한 현금성 복지에 금년에 81.1조 원이 배정되어 있다. 이 밖에 고교무상교육에 중앙정부 6594억 원과 지방정부지원을 합해 1조3000억 원,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사업도 4조316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86.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성 복지가 약 1200만 명에게 분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중 중복 살포만 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 사정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처럼 중복 지원이나 불요불급한 지원 부분을 전용해서 기업생태계와 고용유지를 위한 재난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에 엄청난 기업 구조조정과 폭증할 대량 실업 문제가 예상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한꺼번에 올 수도 있는 복합위기도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마지막 보루는 재정의 방파제다. 가능하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전용해서 사용하는 등 아껴 쓰면서 더 큰 위기를 위해 재정의 방파제를 건실하게 유지해야 한다.

2022년에는 대선도 예정되어 있다. 이미 전국민고용보험 뉴딜정책 등 천문학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한 대책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재정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발의되었으나 무산된 ‘재정건전화법’이나 ‘재정준칙’의 도입 등 재정건전화를 위한 입법이나 제도 도입이 시급한 시점에 왔다.

재정준칙이란 국가부채·재정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대부분을 포함해 현재 89국에서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오정근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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