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커스] 쪼그라드는 대기업, 강화되는 사회적 책임
[미래포커스] 쪼그라드는 대기업, 강화되는 사회적 책임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6.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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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머지 않아 삼성으로하여금 ‘조’ 단위의 사회적 공헌기금을 출연시키려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 연합
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머지 않아 삼성으로하여금 ‘조’ 단위의 사회적 공헌기금을 출연시키려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 연합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지난 해 글로벌시장에서 악전고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발표한 ‘2011, 2019년 Forbes Global 2000대 기업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업종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6대 제조업 수익성(5.4%)은 글로벌 기업(9.4%)의 반토막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유틸리티(-0.9%), 백화점·할인마트(-0.8%), 항공서비스(-1.5%) 업종에서는 영업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해 양(+)의 영업이익을 낸 해외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에너지, 유통·항공 분야는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도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신산업 진출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도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브스 2000의 총 57개 업종 중, 국내 기업이 포함된 업종 23개는 전체의 40%에 불과했으며 미국(55개), 일본(45개), 중국(43개)의 절반 수준으로 업종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공황급 세계적 재난속에 대기업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러나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한 반대 의결 등 스튜어드십을 통해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더 강조하고 있어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있다.
대공황급 세계적 재난속에 대기업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한 반대 의결 등 스튜어드십을 통해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더 강조하고 있어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있다.

국내 대기업 수익성, 해외 동종업계의 반토막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또한 글로벌 기업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포브스 2000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 수는 62개사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지만 시가총액 합계는 8579억 달러로 12위에 그쳐 우리나라 기업의 절대 규모는 작은 편에 속했다. 프랑스(57개사, 시총 1.8조 달러)나 독일(53개사, 시총 1.5조 달러)등 주요국에 비해 포브스 2000에 이름을 올린 기업 수는 많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 극명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기업 중 시가총액 500위 안에 포함되는 기업은 단 3개사에 불과해 포브스 2000 기업을 50개 이상 배출한 상위 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보다 포브스 2000 기업 수가 적은 국가 중 500대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21개)의 1/7 수준이었고 우리보다 한 순위 높은 인도(12개)와 비교해도 1/4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동종 업계 세계 1위 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게 작았다. 2019년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2724억 달러)의 시가총액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9613억 달러)의 28.3%, 자동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312억 달러)의 시가총액도 글로벌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1766억 달러)의 17.7% 수준이었다.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상황임을 말해준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경연 다른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지난 몇 년 간 대공황 위기를 악화시켰던 미국의 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대공황 초기 1933년 국가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최저임금제 도입, 최대 노동시간(주 40시간), 생산량 제한 등의 강력한 반시장적 정책을 시행했고 이는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악화시키고 위기로부터의 회복시간도 지연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에도 반시장적인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체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이므로 코로나 위기 종식 이후에도 경제의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실제 GDP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에 이미 -2.1%p까지 하락한 상태이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반영된 당시 GDP갭 -2%p(2009년)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위기가 성장률로 반영되면 2020년 GDP갭은 훨씬 더 추락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와 관련 조경엽 경제연구실 실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로부터의 신속한 회복을 이룰 수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하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현금성 복지 확대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 위기 없이도 이미 올해 1%대 성장이 예견된 바 있기 때문에 획기적 정책전환 없이는 현재의 감염위기 상황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힘든 대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 떠 넘기는 文정부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연금 스튜어드십을 통해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어 경영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많아지면서 오너 경영체제들이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 이러한 흐름은 위기를 돌파해야 할 국내 대기업들로서는 상당한 위기 심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후대 경영권 포기와 대국민 사과, 준법감시인들의 사회적 기여 요구는 머지않아 삼성으로 하여금 조 단위의 사회적 공헌기금을 출연시키려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와 관련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행사되어야지, 국가를 배경으로 정치적 성향을 띠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편 공정거래위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존순환출자규제,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비롯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핵심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 대기업에 대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동생’에게는 법 적용이 엄격한 데 반해 특혜를 받아 성공한 ‘맏아들(재벌을 지칭)’에게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은 커녕 법적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동생’들의 실망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능력이 아니라 특혜로 성장해 왔다는 조 위원장은 해방 후 수많은 재벌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지만 왜 지금 이 기업들이 살아남아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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