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홍콩 국가안전법, 중국 국가안전법과 판박이
[이슈분석] 홍콩 국가안전법, 중국 국가안전법과 판박이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6.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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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보안법,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과 ‘법 적용’ 측면에서 큰 차이
지난 5월 24일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가운데 파란 깃발은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 연합
지난 5월 24일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가운데 파란 깃발은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 연합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가 5월 28일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을 결정했다. 5월 3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 홍콩 국가안전법은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공안 관련 법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중국 공산당이 도입하려는 홍콩 국가안전법

홍콩 국가안전법의 공식 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이다.

홍콩 국가안전법은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 기본법 제23조가 근거다. 이 법을 기초로 중국-홍콩의 일국양제 체제 분열, 정권 전복, 테러조직 결성 및 활동을 예방, 저지, 처벌해 중국 헌법과 홍콩의 사회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홍콩 국가안전법이다. 홍콩의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이 법을 따라야 하며, 행정장관은 관련 사항을 정기적으로 공산당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홍콩 시민뿐만 아니라 홍콩 내 외국인도 법 적용 대상이다. “외부 세력이 홍콩 정치에 개입하거나 홍콩에서 사회분열·전복·파괴 활동을 벌이면 처벌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 법의 문제는 “일어난 행위뿐만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중국 전인대가 결정한 수정안을 보면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개인과 집단의 행위와 행동을 예방·금지·처벌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행위’는 중국 공산당이 규정한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때문에 국가안전법 제정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홍콩 국가안전법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반발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즉 지난해 같은 민주화 시위는 물론 6·4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 등 대중 집회는 폭력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불가능해지며, 중국 공산당 및 그 지도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 출판, 주장을 할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 또한 중국 공산당 체제나 일국양제의 허위에 대해 비판 메시지를 담을 수 없다. 중국 공산당과 홍콩 당국이 “저 사람은 국가안보에 해로운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반중 성향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하기 전 구금될 수도 있다.

여기에 같은 날 홍콩 입법회에서 제정을 결정한 ‘국가법’까지 더하면 일국양제를 통해 2047년까지 보장됐던 참정권,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은 일국양제라 국내법을 만들려면 홍콩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홍콩기본법에는 이를 피해나갈 구멍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홍콩 국가안전법은 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다.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대한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해석을 말한다.

홍콩 기본법 제158조는 “홍콩 기본법의 해석권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있으며, 법을 해석하기 전 홍콩 기본법 위원회의 의견을 구해야 된다”고 돼 있다. 조항은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 법원에 수권하여 안건을 처리할 시 이 법의 홍콩 자치 범위에 포함되는 조항을 자체적으로 해석한다”며 “중국 공산당 정부가 관리하는 사무 또는 중앙과 홍콩 관계에 관한 조항에 대해 해석하고 같은 조항의 해석이 안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홍콩 대법원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유관 조항에 대한 해석을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중국 전인대는 5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국가안전법 초안을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다.
중국 전인대는 5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국가안전법 초안을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다.

중국 전인대가 결정하면 홍콩에서의 입법과정 필요 없어

이 제158조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해석하는 법이 국가안전법의 근간이 되는 홍콩 기본법 제23조다. “홍콩은 자체적으로 법을 제정하여 국가를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며 반동을 선동하고 중앙정부를 전북하려거나 국가기밀을 절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가 홍콩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홍콩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가 외국의 정치 조직 또는 단체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홍콩 기본법 제23조 내용이다.

즉 중국 공산당 전인대가 지난 5월 28일 내린 결정은 “홍콩 기본법 제23조를 위반한 사람 또는 단체는 이에 따라 처벌하라”는 법 해석인 셈이다. 그리고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6월 중으로 구체적인 법 해석을 만들어 홍콩에 보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홍콩 기본법 제23조를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서 직접 입법을 할 법적 권한도 없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반중 세력을 처벌하기 위해 홍콩 기본법 제23조의 처벌 규정을 만들려 노력해 왔다. 2003년에도 중국은 처벌 규정, 즉 국가안전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이후 잠잠하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가 커지자 중국 공산당이 다시 규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대는 공산당의 상징인 오성홍기와 당 휘장을 조롱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에 들어와 영업하는 기업 매장에 불을 지르고 시설물을 파괴했다. 중국의 지시를 받는 홍콩 경찰과는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를 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17년 만에 홍콩 기본법 제23조 처벌 조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한국·일본과 크게 다르고, 중국 본토와 닮은 홍콩 국가안전법

국내에서는 ‘홍콩 국가안전법’이라고 하니 한국 국가보안법과 같은 것이냐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홍콩 국가안전법은 한국, 일본의 사회질서 유지법과는 크게 다르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그 총칙부터 홍콩의 그것과 다르다.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며,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국가안보 수호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 대상에 대해서도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대한민국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고 협소하게 규정했다.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나 언론, 출판 등 미디어의 정부 비판은 그 대상에 넣지 않았다.

3조에서 13조까지 규정한 각종 범죄 혐의에는 “예비·음모도 처벌한다”고 돼 있지만 공안기관에 문의한 결과 “재판에 제출할 물적 증거가 없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답했다. 즉 ‘의혹’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돼 처벌받는 사람의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한해 50~100명 가량에 불과했다. 북한이 대남공작을 포기하지 않고, 상당한 좌익세력이 활동하는 가운데서 이 정도의 처벌이라면 법 적용이 상당히 엄격하게 된다는 뜻이다.

일본은 국가보안법 대신 파괴활동방지법이 있다. 1952년 제정된 파괴활동방지법은 내란 또는 정치적 목적의 폭력·파괴 활동을 처벌한다. 그 대상은 좌익은 물론 우익까지 포함한다. 1950년대 일본 공산당과 좌익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적극 옹호하고 북한과 중국에 반대하는 지금과는 달리 무장투쟁노선을 채택, 폭력 가두시위에 테러까지 저질렀다.

이 때문에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당 내에서 활동하던 극좌 세력과 친중파 공산당 위원회가 분리·독자 활동을 한 뒤 지금까지 일본 공산당은 파괴활동방지법의 조사지정단체(법 적용 대상)로 돼 있다. 이때 떨어져 나간 공산당 가나가와 위원회, 친중파인 공산당 야마구치 위원히, 적군파, 연합적군 등도 모두 파괴활동방지법에 적용을 받는다.

이 외에도 냉전 시절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스파이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었으며 냉전이 끝난 뒤로는 옴 진리교 같은 사이비 종교 조직, 알 카에다, IS와 같은 테러조직 등이 적용 대상이 됐다.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재일 조총련 또한 이 법에 따라 감시를 받는다. 냉전과 관계없이 수십 년째 감시하는 조직은 야쿠자다. 일본 내에서 총기와 수류탄 등 각종 군용 화기를 손쉽게 밀수입하고 사용하는 조직이 야쿠자여서다.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 또한 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좌익 세력과 사회불만세력들로부터 비난을 받지만 그 적용은 최소한에 그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법은 이와 달리 홍콩 국가안전법과 흡사하다. 중국은 덩샤오핑 시절인 1993년 국가안전법을 제정했다. 1996년 공산독재체제 수호를 위한 ‘반혁명법’을 폐지하면서 그 대상 영역이 확대됐다.

반국가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국가안전법은 중국의 주권, 영토의 완전성, 국가 안보, 사회 분열, 공산독재정권 전복, 사회주의 제도 파괴 등을 모두 처벌한다고 돼 있다. 이 법을 위반한 사람은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해진다. 외국인도 위반 시 처벌된다. 피의자는 변호사 접견도 금지된다.

시진핑 정권은 2015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특히 국가안보 내에 경제, 문화, 온라인, 식량, 에너지, 우주, 해양, 극지방, 종교까지 넣었다. 또한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는 대목에는 홍콩·마카오는 물론 대만까지 집어넣었다. 그 결과 공산당 댓글부대의 전 세계적인 활동, 해외에서의 폭력 시위, 해외 SNS와 언론에 대한 검열과 압박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은 새로 적용될 국가안전법이 중국의 국가안전법처럼 될 것이라 보고 격렬히 반대해 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국가안전법을 적용한다면 다음 차례는 주변의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게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주장이다.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 추진”…

중국 “허풍, 걱정할 것 없어”

홍콩 국가안전법은 이처럼 시행될 경우 시민들은 물론 기업의 자유까지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 이 때문에 홍콩을 ‘허브’로 활용해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개인들은 이 법을 격렬히 반대해 왔다. 중국 공산당이 이런 반대를 무시하고 국가안전법 시행을 강행하자 미국이 먼저 압박을 시작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 “홍콩은 일국양제에 따라 중국과 다르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우해 왔다. 홍콩 시민들이 미국에 자유롭게 여행을 가고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는 관세가 붙지 않았던 것도 모두 ‘홍콩정책법’ 덕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앞으로는 홍콩을 중국 본토와 같이 취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이 더는 특별지위를 보장할 정도로, 중국으로부터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면서 “오늘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서부터 기술수출통제 그리고 더 많은 부분에서 홍콩에 적용해 온, 모든 범위의 예외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홍콩 국가안전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중국과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중국 측은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치전문가들과 관영 매체를 동원해 “트럼프의 말은 허풍에 불과하며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롼쭝쩌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위협은 예상했던 것으로,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홍콩에 적용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롼쭝쩌 부원장은 자신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 또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 트럼프가 가진 유일한 카드”라며 “홍콩에 8만5000명의 미국인이 살고 있어 트럼프가 말한 대로 하면 미국의 이익도 해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서방세계가 아니라 본토와의 연계 때문”이라며 “미국에 의해 그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후시진은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공산당의 선전일 뿐 세계는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홍콩은 물론 중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은 홍콩이 특별지위를 박탈당할 경우 여기에 회사를 차려 놓고 비자금을 조성·세탁하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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