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8000억 사재 헌납, 이재용 시대에도 되풀이될까?
이건희 8000억 사재 헌납, 이재용 시대에도 되풀이될까?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6.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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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권 먹잇감이 된 사재 헌납과 각종 조치들
2006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문제로 대국민 사과하고 8000억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했다
2006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문제로 대국민 사과하고 8000억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 삼바 분식회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이 연루된 불법 의혹을 계기로 대국민 사과와 일련의 조치 등이 이뤄졌던 노무현 정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006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문제와 안기부 도청사건-이른바 ‘X파일’로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자 대국민 사과하고 8000억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겠다며 내놓았다.

당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이 지적해주신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발표 내용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회장 일가 사재 8000억 원 사회 환원과 함께 삼성 구조조정본부 축소,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등을 발표했다.

삼성이 거액을 내놓기로 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가 나서서 과정과 절차를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빈곤세습과 교육기회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소외계층과 低(저)소득계층에 대한 지원에 사용되는 방향이라면 사회 분위기와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8000억 원은 ‘삼성이건희 장학재단’을 거쳐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으로 이전됐다.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은 ‘글로벌 인재 양성’ 기존 목표에서 노 대통령의 희망대로 ‘소외계층과 저소득계층의 교육기회 확대’를 주요 사업으로 정했다. 그러나 삼성이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겠다며 내놓은 8000억 원으로 구성된 삼성장학재단의 용처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재단이 당시 정부 성향에 맞는 좌파성향 단체에 돈을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돈을 출연한 삼성 측은 지원금 수령 대상과 용처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간조선은 2009년 8월호에 이에 대한 추적 내용을 보도했다.
 

이건희 회장이 헌납한 8000억 원의 기금으로 만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은 현재 삼성꿈장학재단으로 개칭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헌납한 8000억 원의 기금으로 만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은 현재 삼성꿈장학재단으로 개칭되었다.

좌파 배 불린 삼성의 헌납, 대를 잇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은 크게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지원사업 두 가지로 구분해 운영했다. 장학사업은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게 멘토를 선정해 주는 멘토링장학사업 ▲대안학교나 각 지역 공부방 등을 지원하는 배움터장학사업 ▲해외 거주 韓人(한인)이나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을 지원하는 글로발란스(Glo-balance) 장학사업 등이 있다. 2008년 멘토링장학사업에 82억8000여만 원, 배움터장학사업에 70억9000여만 원, 글로발란스장학사업에 7억6000여만 원을 집행했다고 한다. 학술연구사업으로는 외부기관이나 대학 교수 등에게 교육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고 있다. 2008년 4건의 연구용역에 8600만 원을 지급했다.

재단은 2008년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지원사업, 장학사업 관리비와 일반 관리비 등으로 179억8600여만 원을 집행했다. 당시 국내 민간 장학재단으로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첫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초대 여성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명숙 전 총리와 이대 동문으로, 한 전 총리도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간사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이사진은 총 9명으로 신 이사장을 비롯해 김병두 전 강원도교육감, 이상갑 전 경복고 교장, 이혜숙 WISE(Women In Science Engineering) 거점센터장,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원 원장,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박철 한국금융교육연구회 회장, 이옥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손숙 전 환경부 장관, 이학영 YMCA 사무총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고른기회 재단은 2008년 한 해 약 180억 원을 학술연구 지원사업과 장학사업 명목으로 지출했는데 이 중 상당액이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들과 그들이 관여하는 단체들과 유관 기관에 지원됐다.

이를테면 재단의 이사 1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했던 이학영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한국YMCA전국연맹은 재단으로부터 7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학영 의원은 간첩조직으로 판명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남민전) 출신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당시에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길바닥에 드러눕는 ‘눕자’ 시민행동단을 조직하는 등 촛불집회를 적극 주도하기도 했고 녹색연합, 민노당, 민변, 전교조,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에도 참가했다.

또 다른 좌파인사 및 단체들에 대한 지원 사례로는 민노당 선거운동을 지원한 노동실업광주센터에 2년간 1억5500만 원 지원, 진보신당 창당발기인이 활동하는 청소년자활지원관련협의회에 2년간 1억3000만 원 지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연구비 5000만 원 지원, 광우병대책회의 등에 참여한 좌파성향 인사 6명에게 ‘공익활동가’ 지원명목으로 7500만 원 지원했다.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이 출범 당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삼성은 출연금의 용도에 대해 방치했다. 삼성 관계자는 재단의 인사나 운영에 대해 “재단 출범 당시부터 이사의 선임이나 운영에 관해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유일한 조건이었다”며 “우리는 ‘삼성’의 ‘삼’자도 꺼내지 말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8000억 원을 국가에 헌납하는 입장에서 (운영에 관여해)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헌납의 순수한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일부러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은 “그러나 삼성이 재단에 출연한 8000억 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의 기부였다면 삼성은 돈의 용도를 지정하고 그에 걸맞은 운영 시스템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과 ‘X파일 사건’ 등이 터지면서 경영권 변칙 승계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삼성이 내놓은 이 돈을 순수한 기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은 당시 재단의 인사나 기금 운영상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좌파 성향 시민단체의 벌떼 같은 공격과 반발을 의식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영권 승계 의혹 등 사회적 논란 속에 이뤄졌던 이건희 회장의 사재 8000 억 원 헌납과 그 이후의 풍경은 문재인 정부 들어 또다시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와서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법원의 뜻대로 올해 1월 준법감시위를 설치한 데 이어 위원회의 ‘사과 권고’까지 수용한 것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로 지난 2월 초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외부위원 6명과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총 7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권태선 위원은 지난 3월에, 이인용 위원은 6월 5일 사퇴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 당시 삼성 관계사가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돈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통지받아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또 합병과 기업공개를 포함한 관계사들과 특수관계인 사이의 각종 거래와 내부거래, 조직 변경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하면 이사회에 고지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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