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風’ 소멸에 관한 사회철학적 성찰 - “새인물 배출위한 사회적 여건 만들어야”
‘盧風’ 소멸에 관한 사회철학적 성찰 - “새인물 배출위한 사회적 여건 만들어야”
  • 미래한국
  • 승인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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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李鎭雨, 계명대 철학과 교수)
올해 우리는 문화적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번의 거센 바람(風)을 경험하였다. 하나는 정치 문화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것처럼 보였던 노무현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여진이 아직도 프로축구의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붉은 악마’ 바람이다. 두 번의 바람이 문화적 현상(琅象)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예고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모든 위기가 동시에 새로운 발전의 기회인 것처럼 ‘붉은 악마’ 현상에 관한 상반된 해석들이 결국 이 현상이 야기할 문화변동의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악마 현상 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노무현 바람이다. 돈도, 조직도, 지역기반도, 학벌도 없는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 과정에서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고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던 것이다. 붉은 악마 바람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연이은 승리로 이어지면서 증폭되었던 반면, 노무현 바람의 희망은 악마같은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검증되고 재확인되지 못했다.정치문화를 확 바꿔놓을 것처럼 보였던 노풍 소멸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문화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정치는 본래 다양한 사람들이 말하면서 자신을 보여주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인격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출현의 장소이다. 이처럼 다원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치의 영역에서는 항상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새로운 정치적 인물의 출현은 기존의 세력관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종종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함축한다.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새로 시작하려고 하였으며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투사하였던 희망은 무엇인가?(盧風 왜 떳나?)첫째,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이 있었다. 종종 세대교체라는 말로 대변되는 이러한 희망은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기성정치에서의 개혁이 권력유지와 확대를 위해 개혁이라는 말을 오용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기성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는다면 항상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는 집단심리가 특정한 인물에 투영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대심리는 조직보다는 분위기에 의존하는 새로운 국민경선을 통해 증폭되어 노무현이라는 스타를 배출한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연고주의를 치유하고 자율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이다. 김대중의 국민정부가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도리어 심화되던 중에 노무현이 출현한 것이다. 그는 부산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드는 용기를 보여주며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영남후보인 그가 1등을 할 경우 일어날 파급효과를 역설하였다. “지역감정 해소와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노무현밖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는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식상해 있는 국민’이라는 정치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셋째, 경직된 사고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개혁성의 가치에 토대를 둔다. 인터넷을 통해 유기적으로 결집된 개혁성의 재야집단인 ‘노사모’의 활용은 노무현 바람을 더욱 거세게 만드는 풍로역할을 하였다. 노사모는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이다. 노사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그가 가지고 있는 개혁성의 이미지로 모아진다.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는 개혁의 욕구가 집단심리로 결정화되었기 때문이다. 노사모 바람은 on-line과 off-line, 실제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희망의 싹을 보여주었던 노무현 태풍이 그렇게 빨리 소멸해 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추락하여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아예 바꿔야 한다는 극단적이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첫째, 경선 후 노무현 후보의 행보가 기성정치인들과의 차이를 보여주지를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 지역주의에 대해 아무런 실천 없이 김대중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이루어내지 못함으로 연고주의를 끊을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다. 셋째, 노사모가 막강한 정치단체로 발전하면서 그 정체성이 불투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폐쇄적 경직성을 드러내 시민들의 힘을 얻는데 한계를 보였다. 노풍을 생성시킨 것이 사실은 실제로 노풍 소멸의 원인인 것이다.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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