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신종 코로나 (COVID-19) 우울한 전망과 뉴노멀의 시대
[전문가진단] 신종 코로나 (COVID-19) 우울한 전망과 뉴노멀의 시대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0.07.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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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일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

2015년 메르스(MERS)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상륙한 날은 5월 20일이었다. 치사율 약 20%를 기록한 메르스는 순식간에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공포가 언제 끝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후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약 2개월 후인 7월 28일 정부는 종료되었음을 발표할 수 있었다. (공식 종료 일자는 10월 29일)

그로부터 약 4년 반이 지난 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대한민국에 상륙했을 때 정부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크게 긴장했다. 그러나 관료들의 마음 한 한편에는 신종코로나가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라는 점을 들어 희망이 담긴 낙관적인 전망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감소세, 인도와 남미는 확산 중

정부 관료들이 사태를 낙관했다는 사실은 “신종 코로나는 심한 독감 수준에 불과하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낙관적 예측이 크게 어긋나 한때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지만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대유행을 하면서 정부는 또다시 낙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는 ‘성공적인 K-방역’이라며 정부는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2020년 6월 말 현재 상황은 어떠할까. 먼저 전 세계 상황을 들여다보자. 현재 전 세계 확진자수는 1000만 명이 넘었고 공식 사망자수는 50만 명이 넘었지만 하루 확진자수는 줄기는 커녕 더 빠르게 늘어 매일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전 세계 신종 코로나 확진자수는 2월 말 기준으로 하루 2000여 명이었으나 3월 말에는 6만 명으로 급증했다.

4월 말에는 하루 6만 명으로 증가세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5월 말에는 12만 명을 기록하다가 6월 말 현재는 하루 19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림 1) 신종 코로나가 2차 대유행기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유럽국가들과 미국에서는 발생률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되지만 브라질, 칠레 등 남미국가들과 러시아, 인도·파키스탄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들이 현재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림 2) 한편 신종 코로나의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6월 29일 0시 기준으로 확진자수 1만2757명에 282명의 사망자를 냈고, 하루 매일 5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2,  각국의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
그림 2, 각국의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

대체 왜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끝날 줄을 모르는 것일까? 사실 대다수 의사들은 “신종 코로나는 정말 무섭다”라는 고백을 하고 있다. 의사들이 신종 코로나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가 재앙의 요건들을 대다수 갖췄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1) 무증상 감염을 통한 높은 전파력, 2) 변이가 쉬운 RNA 바이러스, 3) 적당히 높은 사망률 등 나쁜 바이러스의 요건들을 모두 갖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무증상 감염이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

통상적인 바이러스는 감염이 된 이후 바이러스가 증식되면서 증상을 악화시키고 더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데 반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히려 감염 초기에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시켜 높은 감염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은 감염환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만큼 방역이 어려움을 뜻한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10만 배에서 100만 배 정도 높은 RNA 바이러스다.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는 것은 바이러스를 잡을 백신이라는 열쇠를 개발한다고 해도 자물쇠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재 150여 개 기업들이 앞다퉈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백신 개발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그림 3) 마지막 재앙의 요소 중에 ‘적당히 높은 사망률’이 포함된 이유는 이렇다. 바이러스는 숙주 곧 감염시킨 사람이 죽으면 함께 사멸하기 때문에 에볼라처럼 치사율이 매우 높으면 감염이 잘 퍼지지 않는다.

치사율이 매우 높으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감염자가 미처 감염을 일으키기 전에 너무 일찍 죽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너무 높지 않은 사망률’이 필요하고, 전체 감염자의 약 5%가 사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가 이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림 3,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
그림 3,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 현황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New Normal

얼마 전 필자는 의사들 10여 명과 만나 대화할 자리가 있었다. 10여 명의 의사들 중 향후 1~2년 안에 신종 코로나가 자연소멸하거나 백신에 의해 성공적으로 퇴치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앞으로 신종 코로나는 우리 곁에 영구히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함께 살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이었다. 이것은 곧 마스크가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이제 인간에게 필수적인 호흡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상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력화 되려면 반드시 집단면역이 이뤄져야 한다. 집단면역이란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일정비율 이상의 인구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됨으로써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인구의 몇%가 면역력을 가져야 전파가 차단되는가는 그 전염병의 전염력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전체 집단의 50~75% 정도가 면역력을 획득하면 전파가 차단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변이가 매우 쉽게 일어나는 RNA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백신의 개발이 쉽지 않을 뿐더러 백신이 개발되어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무용지물이다. 감염을 이겨냄으로써 항체를 얻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의 집단면역 형성을 요원하게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지구촌의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시대는 이제 가까운 시간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위대한 인류가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것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가 불러오고 있는 ‘인류의 다른 미래’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사람과 이를 한탄하고 거부하는 이들의 운명은 크게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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