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포괄적 차별금지법 왜 문제인가?
[심층분석] 포괄적 차별금지법 왜 문제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7.23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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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한국 고재영

최근 국가인권위는 아주 골치 아픈 진정 몇 건을 접수했다. 사연은 이렇다.

1. 러시아 국적 여성인 진정인은 수원 소재 네일아트숍에 갔다가 숍 직원이 외국인에 대하여는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진정했다. 숍 주인은 네일아트의 성격 상 손님의 요구사항에 세세한 부분까지 소통이 가능해야 하는데 숍 직원 중에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부득이하게 서비스 제공을 거절했다고 답변했다. 이 외국인은 국적을 이유로 차별 받은 것인가?

2. 모 주식회사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여자 직원인 진정인은 입사 12년차인데 자신과 입사 동기인 직원들 중 남성들은 적어도 대리, 빠른 사람은 과장까지 승진했는데 여성들은 대리로 승진한 사람도 전혀 없다고 하면서 회사가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을 한다고 진정했다. 회사는 업무특성상 남성들의 실적이 좋아 그럴 수는 있으나 승진 관련 인사규정이나 회사의 인사 방침이 특별히 남성에게 유리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남녀 간의 승진 차이를 차별행위로 볼 수 있는가?

이 두 개의 인권위 진정 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대상이 되어 인권위 조사를 거치지 않고 소송의 사유가 된다. 하지만 재판의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관습과 문화로 성립한 질서와 법적 판단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 감정상 동의되지 못할 부분이 많은 법이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이제 국회는 30일 동안 10만 명이 동의한 국민동의청원 건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올리거나 폐기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발의했다.
 

국회 앞에서 열렸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 모습
국회 앞에서 열렸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 모습

국민 법감정, 포괄적 차별금지법 따라 갈까

법안에는 성별이나 장애, 나이, 언어, 신체조건, 종교나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원인은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조장하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동성애 차별 문제 외에도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다름 아닌 사법(私法)이 보호하는 ‘사적자치 원리’가 차별금지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준비했던 ‘차별금지법안’은 보수 기독교 단체와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차별금지사유의 일부를 삭제하는 수정을 거쳤지만 결국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그 후로 이 법안은 논란에 논란을 거듭했다. 노회찬 의원 등 10인이 발의했던 법안도 임기 만료로 함께 폐기되었고 18대 국회에서 권영길 의원 등 10인이 발의했던 법안도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19대 국회에서는 최원식 의원 등 12인의 법안과 김한길 의원 등 51인의 법안이 마찬가지로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고, 김재연 의원 등 10인의 차별금지법안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시민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하며 2010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구성했고, 현재 약 120개 단체가 활동한다. 한편 국제인권기구에서는 반복해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하여 왔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로는 헌법 제11조 제2문에서 천명하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서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이 법에 신중한 입장은 우리 헌법이 기본권에 대해 포괄적 보호를 이미 천명하고 있고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침해받지 않음을 표명하기에 열거주의가 중심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옥상옥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독일이나 유럽처럼 이 법이 차별 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구제를 통한 평등의 실현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현재 정의당에 의해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명칭도 그렇지만 법이 구현하려는 정신에도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법학자들 사이에 제기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발의 했다. 사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관 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 / 연합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발의 했다. 사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관 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 / 연합

위협받는 사적자치의 원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지적한 사적자치 원리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적자치의 원리는 대한민국 민법의 기본원리로 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서 규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는 근대사법의 원칙을 뜻한다. 개인의사자치의 원칙, 법률행위 자유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 유언의 자유원칙이 이 사적자치의 원리 또는 원칙에 해당된다. 사적자치의 원칙(원리)은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개인책임의 원칙과 연관되어 있다.

사적 자치의 원리는 당사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자율적인 법률적 관계’로 창설할 수 있는 권한을 확인시켜준다.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과 함께 법적 작용을 하는 개념으로 보충성의 원리가 있다. 여기에서 보충성 원리란 사적자치의 원리로 그 책임이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 상위의 법체계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사적자치 원리에 대한 보충성 원리를 구현하려는 것이라 일단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 상황에 적용될 때 그 우선성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보편적인 국가이성이나 법철학을 넘어 한 사회에 축적되고 진화된 관습과 문화의 정도가 법률과 동반되어야 한다는 특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는 대단히 약하다. 그런 약한 공간에서 보충성의 원리가 사적자치 원리를 넘어서는 학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대세다.
 

‘사회적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경계는?

이재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자신의 논문 <사적 자치와 차별금지법>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현대국가에서 평등은 자유와 마찬가지로 중요성을 가지며, 형식적 평등뿐 아니라 실질적·사회적 평등의 보장이 함께 추구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사적 영역은 불가침, 불개입의 소극적 자유의 영역이 아니며, 사적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해서도 적극적 개입이 요청되게 되었다. 사회적 법치국가에서, 법으로 하여금, 사적 영역에 개입하지 않고 어떠한 규율도 하지 않고 소극적 중립을 지키게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사회세력에 의한 개인의 자유 침해·차별대우를 방관하고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희 헌법연구관의 이러한 주장은 국가가 과거의 지배적 통치기구에서 복지국가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협동기구로 변화해야 한다는 독일의 ‘사회적 국가(Sozial Staat)’론에 바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언급되는 것이 1928년 스웨덴 사민당 의장직을 맡은 페르 알빈 한손의 ‘국민의 집’ 국가론이다. 그는 당 대회에서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 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연설과 함께 ‘국민의 집’ 스웨덴 복지국가의 출범을 선포했다.

‘국민의 집’ 이념은 1996년 페르손 총리에 의해 ‘생태’의 가치가 통합된 ‘녹색 국민의 집’으로 발전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중국 공산당의 ‘국가 대가정(大家庭)’론과도 일치한다. 그럼에도 차이가 있다면 스웨덴의 ‘국민의 집’은 스웨덴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진화된 관습적 질서의 산물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우월함이나 우수함보다는 평등과 평준화를 선호하는 얀테라겐(Jantelagen) 문화라는 것이 체득되어 있는데, 이들은 공식적인 자리라도 상대의 직함이나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 동시에 구성원 전체의 참여를 중요시하게 여기는데, 여기에는 스웨덴 국민들이 사민주의 시절 이전에 축적한 고도의 자유주의적 경제 유산과 개인주의가 바탕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중국과 한국 같은 동아시아 유교 사회에서 축적된 문화적 관습과 질서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은 간과한다. 아울러 일제 36년간의 식민지 근대화 경험과 6·25를 통해 경로화 된 관습적, 사회적 질서는 타인에 대한 ‘불신’과 자기 집단에 대한 충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타인 신뢰도’는 26.6%로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그만큼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스웨덴이나 독일 수준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갖는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기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의 시작이 된 유럽은 EU라는 공동체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일하며 사는 데 있어,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려는 ‘국제화’의 보편 추구였다. 따라서 EU 회원국들은 EU 의회의 강제성에 복종해 각국마다 공통규약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독일의 경우 우리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기본법 제정 시 독일 국민의 찬성률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메르켈의 기민당은 처음에 이 법에 반대했지만 EU의 경고로 인해 결국 사민당과 타협해 법률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가령 신나치주의자에게 방을 임대주기를 거절한 주인이 고소되는가 하면,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직장에서 정년퇴직 통고를 받은 이들의 소송으로 법원은 골머리를 앓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독일의 평등법이 선언한 ‘세계관’에 의한 차별금지가 정치적, 사상적 차별금지를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중에 ‘사상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을 어떻게 훼손하게 될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정의당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보수적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합법화한다는 측면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미래통합당 내에서도 크리스천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는 단지 동성애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소상공 자영업에게도 사적자치의 원리와 충돌하는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 법안과 연계한 폭넓은 공론과 국민적 합의의 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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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2020-07-23 18:23:34
■ ■ 나라를 나라답게 ■ ■
■    대한민국 국민청원   ■

"오는 9월 입법예정인
차별금지법과 같은 9월
서울 광장에서 열리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성명 및
국민청원을 부탁드립니다."

1)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AnUNws

2)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
http://sign.healthysociety.or.kr

3)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청원
http://me2.do/x9QOsi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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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 이란?

☞ 동성 간에 결혼할 권리
☞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을 바꿀 권리
☞ 제3의 성을 선택할 권리
☞ 스스로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을 사용할 권리
☞ 3명이 부부가 될 권리
☞ 대리모로 출산할 권리
☞ 부모의 동의 없이 성별을 바꿀
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