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한부모 자격을 얻기 위해 가난을 선택해야 하는 나라
[논단] 한부모 자격을 얻기 위해 가난을 선택해야 하는 나라
  • 박리현 한국가온 한부모복지협회 공동대표· 보호아동의 가정보호 최우선 조치 공동대책위원
  • 승인 2020.07.28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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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한부모수는 154만 명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이혼이다.
2019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한부모수는 154만 명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이혼이다.

해마다 출생률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노년인구는 기하급수로 올라간다. 심각한 저출생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고 정부 주요 해결과제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이 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둬 정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거기에 ‘출산보다 낙태할 권리’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 28세 여성위원을 포진시키는 기이한 행위를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다.

미래통합당이 6월 25일 별도로 ‘저출생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킨 배경에는 현 정권이 주도하는 젠더운동 중심의 저출산고령대책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가와 국민이 함께 키우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실제 삶에 기반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당사자로 같은 처지의 한부모 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 자격으로 저출생특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이유도 그 ‘실질적인 대책’에 혹해서다. 더군다나 그 대책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한부모로 공인받고 살기 위해서는 가난과 무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2019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한부모 수는 154만 명이다. 통계 밖 한부모는 더 많을 수 있다. 예컨대 출생신고 자격이 없는 미혼부, 이혼 조정중인 한부모, 배우자와 별거 중이거나 배우자의 가출로 인한 한부모 등이 있다.

아무튼 한부모가 154만 명 이상이라는 사실이 그러니까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 냉정한 현실인 셈이다. 그럼 한부모들이 자녀를 홀로 양육하며 살아가는 데 어려운 점은 많은가라는 질문을 하면 굉장히 많다는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한부모가장 지원을 받으려면 보유차량기준은 10년 이상, 1600cc 이하, 차량가액 150만 원 이하여야 한다. 기준에서 벗어나면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한부모가장 지원을 받으려면 보유차량기준은 10년 이상, 1600cc 이하, 차량가액 150만 원 이하여야 한다. 기준에서 벗어나면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 혹은 남자에 대한 세간의 따갑거나 혹은 안타깝거나 그도 아니면 살짝 무시하거나 하는 등의 사회적 편견은 둘째로 치자. 다만 여기서 첫째로 중요한 것은 현재 한부모에게 직접 해당되는 정부정책을 기준으로 하자.

먼저, 엄격한 기준 중위소득이다. 한부모 선정의 기준은 소득 및 재산 등을 고려한다. 한부모 및 조손가족은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52% 이하, 청소년 한부모가족 소득인정액은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인 경우다.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대상자는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 청소년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대상자는 기준중위소득 72% 이하다.

이 기준중위소득 안에는 재산, 금융, 양육비, 차량 등이 포함되면 52% 이하인 가구에는 한부모증명서 발급과 함께 아동양육비가 만 18세까지 월 20만 원이 지급된다. 60% 이하인 가구에는 한부모증명서만 서류상 발급되고 지원은 없다. 이혼하면 자동으로 한부모가 되는 줄 알았던 기준초과 대상 한부모들은 실체적 진실은 한부모지만 국가는 한부모라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하다.

올해 4월 추가 지원 정책 중 하나가 소득특별공제 30%다. 일용직 근로를 하는 한부모에게만 해당되는 제도다. 2인 가구 기준 155만 원(중위소득 52% 소득기준)이다. 180만 원을 받는 일용직 한부모는 특별공제 30%를 받으면 155만 원을 기준을 유지하며 지원을 받지만 180만 원을 버는 상시근로자(4대보험)는 해당이 안 된다. 셈법이 복잡하고 경계가 석연치 않다. 그러니까 같은 돈을 벌어도 일용직은 국가에서 한부모로 인정을 하고 상시근로자는 인정이 안 된다. 말하자면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한부모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해야 할 경우의 수도 있는 셈이다. 아무튼 가난하지 않은 한부모는 한부모가 아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돌봄’이다, 정부 운영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대기’가 기본이다. 차례가 돌아와도 원하는 시간대와 날짜가 또다시 불일치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태부족이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을 선택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추가비용만도 18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부모가 방과 후 교실 우선순위 대상에 들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기준중위소득 안에 포함되는 한부모증명서 발급대상이어야 한다. 15개월 아이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직장에 가기 위해 돌봄을 신청했지만 병원 파견은 불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에 닥치는 어려움도 있다. 한부모의 특성이 원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세 번째는 차량기준이다. 한부모 자격 차량기준은 10년 이상, 1600cc 이하, 차량가액 150만 원 노후차량이다. 놀라지 마시라. 이 세 가지 기준에서 한 가지 이상이 아니다. 셋 모두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엄청난 조건의 차량을 찾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역사지만 찾아 등록 기준을 맞춘다 해도 문제는 이제 산을 넘는다.

일단 수리비가 보편적이지 못하다. 고장도 잦고 배기가스 기준도 늘 조마조마하다. 늘 아이들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이 노후차량의 안전성도 심각한 문제다. 아이들 짐보따리가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가난한 살림에 집도 시 변두리일 확률이 크다. 이래저래 차가 필요한 한부모 입장에서 조금 더 편하고 안전한 차량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차량도 가난해야 한부모가 된다.

원하는 것은 차량기준 가액을 상향시키고 다자녀 한부모를 위한 차량등급 규제를 완화시켜달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청소년 지원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주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만 한부모 자녀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안에서도 한부모 가정 아이들은 사회적 편견에 한 번 더 시달려야 한다. 그게 싫어 센터이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인식 개선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해결될 사안이다.

지리적으로 혹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는 현재로서는 사교육 외에 대안이 없다. 비용이나 다른 사정 때문에 이조차도 어려운 청소년들이 제도 밖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 청소년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국가 만이 아니라 사회공동체로 범위를 넓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거 문제다. 수도권 기준 지원되는 LH전세임대는 9000만 원이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집값을 감안했을 때 수도권에서 이 정도 돈으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당국에서 신혼부부 전세임대에 한부모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기준이 만 7세 미만이며 한시적으로 완화된 만13세 미만 1억2000 내에 전세임대를 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을 갖춘 매입임대나 임대아파트는 일부 소외된 지역에 한정되어 있고 한부모들의 경제활동 영역이나 지자체별 지원정책의 차이로 인해 거주지 이동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부모들이 호소하는 공통의 어려움이 있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한부모 소득기준을 맞추자니 조금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돼도 기존 지원과의 차이를 감안하면 차라리 벌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경계가 있다. 이럴 때 한부모는 자괴감이 든다. 돈을 벌자면 아이를 맡겨야 하는 문제도 공통되게 하소연하는 문제다. 엄마로서 혹은 아빠로서 가장 마음 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나라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게 사람이다. 사람이 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어느날부터 그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저출생대책위원회라는 특별한 위원회가 필요해진 것도 사람 때문이다. 한부모 문제가 해결된다고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한부모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부모의 경제적 정서적 안정이 가져올 수 있는 기대효과는 본인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것이 곧바로 출생이 많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궁핍하고 강퍅한 곳에서는 여간해서는 출생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부모 자격을 얻기 위해 가난을 선택해야 하는 정책부터 바로잡고 시작하자.

한부모지원정책의 현실화는 궁극적으로 저출생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몸부림에 충분히 기여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박리현

한국가온 한부모복지협회 공동대표
보호아동의 가정보호 최우선 조치 공동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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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2020-07-29 14:00:02
한부모의 열악한 조건들이
제 마음처럼 잘 들어나는 글이네요.
빠른 시일내에 정책이 좀 바뀌었으면 싶습니다.
글 잘읽었어요^^